<문> 부처님께서 열반에 드실 때 슬퍼하는 제자들에게 “법과 자기 자신을 의지하라(자등명 법등명)”고 하신 의미는 무엇일까?

<답> 불교는 매우 인간적인 종교입니다. 개인의 이성적 판단을 이렇게까지 중시하고 또 신뢰해 주는 종교는 찾아보기 힘들 것입니다. 불교는 바깥에서 권위를 찾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내부에서 올바른 길을 찾는, 즉 자기가 스스로의 주인이 되는 것을 무엇보다 중요시합니다. 이를 명확하게 증명해 주는 부처님의 유훈 장면을 볼까요.

부처님의 열반을 눈앞에 둔 제자들은 슬픔을 억누르면서 부처님께 여쭙습니다. “부처님이 열반하신 후 우리들은 누구를 의지하고 또한 어떻게 수행을 해야 합니까?” 그때 부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법을 등불로 삼고[法燈明] 스스로를 의지하며[自燈明] 살아가야 한다. 그리고 모든 것은 무상하다. 부지런히 정진하라.” 그리고 부처님은 열반에 드셨습니다.

좀 더 자세히 설명하면, 한 인간으로서 석가모니의 존재는 영원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인간 석가모니에게 의지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지요. 만약 그때 이러한 유훈이 없었더라면 부처님이 열반하신 후, 제자들은 그만 의지처를 잃고 혼란스러워했을지도 모릅니다. 하여 부처님께서는 당신을 의지하지 말고, 너희들 각자가 갖고 있는 불성에 의지하고, 힘써 그 자성을 밝혀 나가야 한다고 강조하신 것입니다.

부처님이 설하신 법, 즉 진리의 가르침을 등불로 삼아서 어두운 사바세계를 헤쳐 나가라고 역설하신 것이지요. 왜냐하면 진리의 법은 부처님의 출생이나 열반과는 아무런 상관없이 이 세상에 항상 존재하고 있는 영원불변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아무도 발견하지 못한 그 진리를 처음으로 발견하시고 우리 중생들에게 새롭게 자각시켜 주신 분은 바로 석가모니 부처님이신 것입니다.

우리들은 자신을 조금만 인정해 주면 좋아서 어쩔 줄 모르고, 조금 유명해지면 곧 추종자를 만들어서 자신을 따르라고 하지만 부처님은 그러한 것을 철저히 배제하셨습니다. 바로 여기에 세계 어떤 종교보다도 인간 중심의 종교로서 불교의 위대함이 엿보인다 하겠습니다.

우리는 홀로서려 할 때 치러야 하는 엄청난 고통과 책임 때문에 자기 자신이기를 거부하고, 때로는 다른 사람이나 그들의 이념에 종속되어 스스로의 자주성까지도 포기한 채 안정을 얻으려 애를 쓰고 있습니다. 그러나 부처님은 이를 단호히 거부하고, 무소의 뿔처럼 홀로 가라고 가르치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