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 무상(無常)은 삼법인(三法印)의 하나인 제행무상(諸行無常)을 통해서도 잘 알려진 교리이지만, 실은 잘못 이해되고 있는 용어 중 하나이기도 하나입니다. 보통 허무하다, 덧없다는 의미로만 사용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지요.

불교에서 말하는 무상(無常)이란 ‘항상하지 않는다’ 즉 ‘변한다’는 말이다. 그것이 물질이든 정신이든,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시간의 추이에 따라 신속하게 변천하고 변화한다는 것이지요. 그것은 마치 우리 인간들이 생로병사를 거치듯이, 우주의 모든 존재도 이와 마찬가지로 생겨서(生) 머물다가(住) 변하고(異) 사라지는(滅) 과정을 반드시 거친다는 뜻입니다.

보다 큰 문제는 모든 것들이 시시각각으로 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 당장 내 눈앞에 존재하는 사물들은 전혀 변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는 점입니다. 이것은 도대체 무엇을 의미할까요? 이 의문에 대한 답을 푸는 데는 찰나생멸(刹那生滅)의 설명이 좋을 듯합니다.

우리가 보고 있는 사물은 언뜻 보기에 언제나 동일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매순간 마다 끊임없이 생멸하고 있다. 이것은 현대물리학에서도 입증하고 있듯이, 물질을 이루는 분자는 원자로 이루어져 있고, 다시 원자는 원자핵과 전자로, 원자핵은 양성자와 중성자로, 또한 양성자도 무수한 소립자로 되어 있는데 이 소립자들이 매순간마다 생성과 소멸과정을 반복합니다. 바로 이 소립자들의 전형적인 생명의 기간( 초)을 부처님께서는 ‘찰나(刹那)’라고 표현하신 것이지요.

그렇다면 왜 우리들은 이러한 현상을 느끼지 못하는 것일까요. 그 이유는 우리가 사물을 관찰할 때 긴 시간을 두고 관찰하지 않고, 순간적으로 관찰하며 전체적으로 보지 않고 부분만을 보고 판단해 버리기 때문에 변하지 않는 것처럼 느낄 뿐인 것입니다. 만약 10년이나 20년 후에 집이나 책상을 본다면 분명 변해 있을 것이다. 그것은 하루살이가 해가 뜨고 지는 것을 알지 못하고, 열흘밖에 살지 못하는 곤충이 춘하추동을 알지 못하는 것과 같다고나 할까요.

하지만 무상하기 때문에 우리의 노력으로 변화 발전시킬 수 있고, 또한 시시각각으로 변화하기 때문에 한순간도 소홀하게 여길 수 없는 것입니다.

무상이라는 낱말의 불교적인 해석은 우리 인생의 덧없음을 비관적으로 보자는 데에 있는 것이 아니라, 모든 존재들의 실체를 똑바로 인식하고 현실을 보다 정확히 파악함으로써 유한의 생명에서 무한의 가치를 찾아내는 데에 더 큰 목적이 있다고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