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시어머님의 인도로 불자가 된 지 벌써 3년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시어머님은 매일 아침 '팔양경'을 독송하십니다. 그런데 '팔양경'이 위경이라고 하는데, 보통 경전과는 어떻게 다른지 궁금합니다.

<답> 우리가 평소에 독송하고 있는 경전은 대부분이 한역경전입니다. 즉 인도나 서역에 그 원전(原典)이 있고 그것을 한문으로 번역한 경전을 우리는 우리말로 독송하는 것이지요. 이러한 경전을 진경(眞經)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인도나 서역에 그 원전이 없는 경전, 즉 번역된 경전이 아니라 중국이나 한국에서 나름대로 만들어진 경전도 있습니다. 이러한 것을 통틀어서 위경(僞經)이라고 부릅니다.

알다시피 인도와 중국은 역사와 풍토, 문화와 사상, 그리고 전통과 관습이 전혀 다른 나라입니다. 더구나 중국은 예로부터 세계의 가장 중심[中]에 위치하고 문화의 꽃[華]을 피운 한민족[民]이 사는 나라[國]라는 ‘중화사상(中華思想)’이라는 긍지를 지닌 나라입니다. 또한 뿌리 깊은 유교와 도교 등의 전통 종교가 맥을 잇고 있는 그런 나라에서 외래 종교인 불교가 처음 들어와서 뿌리를 내리기에는 참으로 눈물겨운 노력이 있었습니다. 이 어려움은 상상하기 어렵지 않을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효(孝)사상을 강조하는 유교에 대항하여 불교적인 효행 사상에서 만들어진 것이 바로 '부모은중경(父母恩重經)'과 '우란분경(盂蘭盆經)' 같은 경전이고, 장수(長壽)를 추구하는 도교(道敎)와 대립하기 위해 찬술된 것이 '동자연명경(童子延命經)', '팔양경(八陽經)'과 같은 경전들입니다.

갓 혼인한 신부가 초기에는 시집의 여러 가지 미풍관습을 존중하고 익히려고 노력하게 되듯이, 불교도 인도와는 전혀 다른 중국이라는 곳에 뿌리를 내리면서 습합의 과정을 걷습니다. 그 과정은 향후 2천 년간의 중국의 정신적 지주의 토대가 됩니다. 이 과정 속에서 만들어진 소산물이 바로 위경이라는 경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위경은 불설(佛說)의 진실을 흐리게 한다하여 망설(妄說)이라는 지적도 받고 있지만, 위경 찬술자의 의도에는 어떻게 하면 일반 서민들에게 보다 위화감 없이 불교를 받아들이게 할 것인가 하는 고민이 있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위경을 통해서라도 신앙심을 더욱 고취시킬 수만 있다면 부처님께서도 결코 나무라시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부처님께서는 오직 한 가지 길만을 고집하신 분이 아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