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불교에 귀의한 지 1년 된 초심자인데, 불교서적을 보다가 용수보살이라는 인명을 알게 되었습니다. 실재 인물 같은데 어째서 보살이라고 불리게 되었을까요? 그리고 기초를 다지기 위한 책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답; 대체로 어느 종교를 막론하고 종교적인 열성을 지닌, 종교적 천재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있기 마련입니다. 용수보살도 바로 그러한 위인 중의 한 분이지요.

부파불교시대에는 현상과 존재의 문제를 놓고 너무나 학문적이고 철학적인 해석에 치중하게 되었습니다. 그때 용수의 출현으로 그러한 경향은 불식되고 불교 본래의 모습으로 되돌아가는 노력이 나타나게 되었습니다.

용수보살의 본명은 나가르쥬나(Nāgarjuna 150~250)이고, 남인도에서 태어난 스님입니다. 그러나 그가 이룩한 업적이 너무나 크고 또한 훌륭하기 때문에 후대의 사람들이 존경하여 용수보살이라고 부르게 된 것입니다.

그가 주장한 대승사상을 보통 중관사상이라고 하는데, 그것은 이 세상의 모든 것들이 무자성(無自性), 즉 영원할 수 없음을 연기의 이론으로 설명하고 있는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자성이 없기 때문에 공(空)이고 공이기 때문에 이 세상의 모든 것에 집착할 수 없는 것이지만, 그런 까닭에 또다시 공에도 집착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지요. 이러한 것을 다른 말로는 중도(中道)의 경지라고 합니다.

중도의 이해에 도움이 될 만한 일화 하나를 소개할까요. 어느 날 제자가 용수보살에게 물었습니다.

“스님 모든 것이 공이고 허무하다면 수행 그 자체도 의미가 없지 않습니까?”

“그대는 모든 것이 허무하고 공이라고 하면서도 그렇게 생각하는 그대의 생각만은 전혀 공하다고 생각하지 않는구나, 그것이 바로 공병(空病)이다.”

그리고, 기초교리 책에 대해서는 개성과 원하는 분야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겠지만, 유익한 책을 고르는 방법부터 알아보도록 하지요.

먼저 전혀 모르고 있던 사실을 새로이 알려주는 책, 이미 알고 있던 사실을 다시금 정리해 주는 책, 그리고 잘못 알고 있던 사실을 올바로 알게끔 깨우쳐 주는 책이 있습니다. 두말 할 필요도 없이 세 번째의 책을 택하라고 권하고 싶군요. 왜냐하면 백 가지를 새로 아는 것보다 한 가지의 편견에서 벗어나는 유익함이 훨씬 더 크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부처님의 생애’에 대한 책을 먼저 권하고 싶습니다. 왜냐하면 그 사람을 모르면서 그의 사상이나 가르침을 이해하고자 한다면 그것이야말로 무모한 일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