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금강경을 매일 독송해 온 지 5년이 되었습니다. 공부를 하면 할수록 구절구절이 거룩하고 고맙기만 합니다. 그러나 어려운 부분도 많습니다. 특히 ‘삼세심 불가득’의 경우 쉽게 이해되지 않습니다.

답; 아무리 어려운 교리라도 본인이 확실히 알고 있다면 얼마든지 쉽게 설명할 수 있는 법입니다. 예를 들면 성인들의 말씀이 한결같이 간결하고 또한 알아듣기 쉬운 것도 바로 이런 점을 잘 나타내 주고 있습니다.

삼세심(三世心)이란 과거심, 현재심, 그리고 미래심을 말하는데 그것을 불가득(不可得), 즉 얻을 수 없다고 하는 것이지요. 여기서 문제는 ‘얻을 수 없다’고 하니까 ‘없다’는 그 말에 구애를 받게 되는 게 이 경구를 더욱 어렵게 만드는 요인입니다.

하지만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라는 것은 어디까지나 우리 중생, 아니 내 자신을 기준으로 해서 결정하고 분별하는 일종의 관념에 불과할 뿐입니다. 현재를 기준으로 해서 과거니 미래니 하는 것이지요. 우리가 시간을 물을 때, 묻고 싶다고 생각한 시간이 10시 32분 28초였다면 27초는 바로 과거에 해당하고 29초는 미래가 됩니다. 그렇다면 현재는 28초일까요? 아닙니다. 엄밀한 의미에서 현재라는 시간은 없는 것입니다. 지금 묻고자 하는 생각을 낸 순간(28초) 이미 과거(29초)가 되어 버리는 것입니다.

현재가 없다면 무엇을 기준으로 해서 과거와 미래를 정할 수 있을까 하고 반문할 것입니다. 실은 우리가 ‘현재’라고 말하고 생각하는 현재란 언제나 지나가 버린 것을 가리키는 셈이지요. 따라서 끊임없이 반복되는 성주괴공(成住壞空)의 과정 속에서 그 순간순간을 현재 혹은 과거, 미래라고 생각할 뿐, 실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설명이 됩니다. 왜냐하면 과거, 현재, 미래라고 하는 시간은 어디까지나 우리들이 편의상 구분지어 놓은 것일 뿐, 그 자체가 명확히 구분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우리가 현재라는 시각을 생각하고 있을 때, 그 현재는 이미 과거가 되어 버려서 결코 현재라는 시각은 붙잡을 수 없습니다. 이와 같은 이치로 현재라고 생각하고 있는 그 사이에 이미 미래가 현재의 자리에 들어와 있으므로 결국 과거, 현재, 미래는 어떤 경계가 있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연속된 시간일 뿐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부처님께서는 수보리(須菩提)에게 세 가지 마음이란 없다고 하신 게 아니라, 실은 그게 다 하나의 마음이라는 긍정의 결론을 내려 주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