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지천명(知天命)의 나이가 된 불자로 요즘 󰡔계초심학인문(誡初心學人文)󰡕을 공부하고 있는데 ‘오계, 십계를 받아 지니고 범하고 열고 막을 줄을 알아야 한다’는 대목이 나옵니다. 계를 받아 지닌다는 말은 나름대로 이해가 되지만 범하고 열고 막는다는 말은 무슨 뜻인가요?

답; 어느 한 도시의 분위기를 결정짓는 것은 바로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라고 합니다. 질문한 분의 진지한 모습이 보이는 듯 하네요.

위 질문의 원문은 ‘수오계십계등 선지지범개차[受五戒十戒等 善知持犯開遮]’입니다. 여기서 앞부분은 문제가 되지 않고, 또한 선지(善知)도 ‘잘 알아야 한다’는 말이므로 어렵지 않을 것입니다. 다만 무엇을 알아야 하느냐가 문제인데 바로 지범개차를 가리키고 있지요.

무엇이든 자세히 알고자 할 때는 분석하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먼저 ‘지범개차’를 둘로 나누어 봅시다. 그러면 지(持)와 범(犯), 개(開)와 차(遮)가 서로 반대개념이란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즉 어떻게 하는 것이 계를 지니는(持) 것이고, 어떠한 행동이 계를 범하는(犯) 행위인지를 잘 알아야 한다는 뜻이지요.

개차는 보통 ‘개차법’이라는 용어로도 많이 사용되고 있는데, 계를 열고[開] 닫을[遮]줄 알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언뜻 들으면 이해가 안 될지도 모르겠지만, 한마디로 말하면 계의 활용성을 뜻한다고나 할까요.

예를 들면 자장(慈藏) 스님처럼 ‘계를 파하고서 백년을 살기보다 차라리 계를 지키고 하루를 살겠다’는 것은 ‘차’의 입장을 나타내는 단호한 태도라 할 수 있습니다.

가령 ‘금주(禁酒)’ 결심을 하고 되도록 술자리를 피하고 일찍 귀가하는 것은 계를 닫는 입장이라면, 며칠 뒤 입대하는 친구가 찾아와서 한 잔 하자고 권했을 때, 흔연히 금주의 ‘임시휴업(?)’을 선언할 수 있는 게 바로 계를 여는 경우가 되겠습니다. 이와 같이 개차법은 그 입장과 경우에 따라서 가장 알맞게 대처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애초에 지킬 수도 없는 계라면 없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절대 금물입니다. 그리고 이 시대에 맞는 계목으로 바꾸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지만, 그것은 종교적인 이상과 도덕을 혼동하고 있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생각일 뿐이지요.

부처님께서 계를 정하실 때, 수범수제(隨犯隨制, 죄를 범하는 사람이 있을 때마다 이를 제지하기 위하여 계율을 정한 것)였던 만큼 본래의 취지를 살리자는 데에 보다 큰 의미를 두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