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부끄러운 질문 같지만 올바른 가르침을 배우고자 아침에 자고 일어나서 동서남북으로 절(육방예경)을 하면 좋다고 하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그것이 사실인지 궁금하고, 또한 그것이 사실이라면 무엇 때문일까요?

답; 주변에는 의외로 이런 문제로 고민하고 계시는 불자님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원시경전 가운데 󰡔육방예경(六方禮經)󰡕이라는 경전이 있습니다. 이 경은 재가 불자들이 지켜야 할 윤리를 자세하게 설명한 일상생활의 지침서와도 같은 내용인데 바로 거기에서 유래된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됩니다. 그 내용을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어느 마을에 부호가 살고 있었다. 그는 매일 새벽에 일어나서 동서남북상하 여섯 방향으로 절을 하였다. 이것을 본 이웃 사람들은 그가 부자로 잘 사는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다고 생각하고 모두 따라 하게 되었다. 어느 날 부처님께서 그 마을을 지나게 되었을 때 그 부자에게 연유를 물으셨다. 이유인즉 돌아가신 부친의 유언이기 때문에 그냥 따라 했을 뿐이라는 대답이었다.</span>

부처님께서는 여섯 방향에 예배하는 이유와 근거를 설명해 주시게 되었다. 즉 동쪽은 부모, 남쪽은 스승, 서쪽은 처자식, 북쪽은 친구, 아래쪽은 노복(奴僕), 위쪽은 사문을 뜻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 여섯 방향은 바로 우리 모두를 의미하기 때문에 서로가 화목과 공경, 그리고 이해과 사랑으로 매일매일 행복한 생활을 보낼 수 있도록 염원하는 의미에서 여섯 방향에다 예배를 하는 것이라고 설명해 주셨다.>

이때 여섯 방향의 대상이 되는 사람들도 예배를 받기만 하는 게 아니라, 거기에 상당하는 의무사항이 따르기 마련입니다. 예를 들면 부모의 경우는 자녀에 대해 해야 할 다섯 가지 의무가 있고, 물론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다섯 가지 의무가 각기 있습니다.

따라서 여섯 방향에 절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절하는 이면에 담겨 있는 인간으로서의 이상적인 유대 관계를 위해 어떻게 노력해야 하는가 하는 문제일 것입니다.

현재 우리 사회에는 고도의 지식보다 남을 배려하고 상대와의 인간관계를 어떻게 고양시켜야 하는가 하는 윤리적 성숙이 더 필요한 때입니다. 만약 이러한 윤리관이 지켜져 왔더라면 오늘날 신문지상에 나열되고 있는 패륜사건들은 모두 없을 것입니다.

부처님께서는 이러한 일들을 2천5백 년 전에 이미 예견하고 오늘날 우리 각자가 지켜야 할 의무와 권리의 한계를 지적해 주신 셈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