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불교에 입문한 지 2년째 되는 초심자입니다. 매일 불교 교리와 경전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경전의 종류가 너무 많아서 고민입니다. 과연 어느 것이 가장 좋은 경전이며, 왜 이렇게 많이 있을까요?

답; 불교에는 참으로 많은 경전이 있습니다. 그래서 보통 ‘팔만사천법문(八万四千法門)’이라 표현하기도 하지요. 다른 종교에 비교하여도 경전의 수가 방대한 것 또한 사실입니다. 한 권의 성서나, 신ㆍ구약(新舊約)을 합쳐도 두 권 정도 있는 것에 비교하면 엄청난 분량임에 틀림없습니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많은 경전이 만들어졌을까요. 경전의 종류를 나눌 때, 크게 원시경전과 대승경전으로 나눈다. 그런데 그 어느 쪽의 경전이든 부처님께서 일방적으로 설하신 경우는 드물고, 대부분이 부처님을 방문한 사람, 혹은 제자들의 물음에 답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질문도 다양할 뿐만 아니라, 부처님의 대답 역시 듣는 사람의 입장과 능력을 고려해서 그 사람에게 가장 적절하고, 또한 이해하기 쉬운 대답을 하시게 됩니다. 비유를 드시기도 하고, 세간(世間)과 출세간(出世間)의 입장을 엄격히 구분하시는 경우도 있습니다.

즉 가르침을 받는 쪽의 능력[機]에 따라서[對] 설법하신 이러한 방법을 대기설법(對機說法)이라고 합니다. 마치 의사가 병에 따라 약을 처방해 주듯이, 중생의 수준과 이해 정도를 살펴서 설법해 주셨기 때문에 경전이 많게 되었던 것입니다. 키가 큰 사람, 작은 사람, 뚱뚱한 사람, 홀쭉한 사람 등 다양한 사람들에게 일률적으로 똑같은 옷을 입으라고 할 수 없듯이 말이지요.

경전의 내용이 한 가지뿐인 것이라면 불평할 터이나 많은 것이 결코 문제될 수는 없습니다. 다양한 치수와 종류의 옷이 있을 때 비로소 자기 몸에 맞는 옷을 고를 수 있듯이, 많은 경전 중에서 본인이 가장 공부하고 싶고 항상 독송하고 싶은 것을 선택하면 되는 것이니까요. 그러므로 공부를 할 때 사전적(辭典的) 의미라든가 자구(字句)에만 치중하지 말고, 경전 전체가 전하는 의미도 함께 이해해야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