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 부처님은 인도의 카스트제도를 부정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것은 곧 평등사상이라고 이해됩니다. 그렇다면 오늘날 사회주의 국가에서 말하는 평등사상과 어떻게 다르고 차이점은 무엇인가 알아보도록 하지요.

우리 인간은 전통이라는 굴레와 과거라는 타성에 빠져 안주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부처님은 과감하게도 전통적 신분차별제도, 즉 카스트(caste)제도를 부정하시고 󰡔숫타니파다(Suttanipāta)󰡕에서 “그의 출생을 묻지 말라, 다만 그의 행위를 물어라”라고 하실 정도로 인간의 평등을 주장하셨습니다.

깨달음을 얻으신 부처님의 입장에서 본다면, 모든 중생들은 한결같이 평등한 불성의 소유자였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렇지만 이러한 평등사상을 자칫 잘못 받아들이면, 무엇이나 차별 없이 똑같이 나누어주는 배급주의로 해석할 수도 있게 됩니다. 그러나 부처님께서 주장하신 평등사상이란 결코 그런 것이 아니지요. 오히려 열심히 일한 사람에게는 그에 상응하는 많은 대가가 돌아가고, 게으름을 피운 사람에게는 그만큼 적은 대가가 돌아가는 것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높은 산을 허물어서 낮은 강과 높이를 맞춘다든지, 긴 학의 다리를 잘라서 짧은 오리의 다리에 붙여 주는 것이 평등이 아니라는 뜻이지요. 즉 높은 것은 높은 대로, 낮은 것은 낮은 대로, 길고 짧은 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 존재가치 또한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평등일 것입니다.

요즘 사회 일각에서는 남녀평등이라는 말이 자주 회자되고 있는데, 이것도 역시 남녀의 구별 없이 똑같이 되자는 말이 아닙니다. 어찌 남성이 여성의 역할을 다 할 수 있으며, 여성 또한 남성이 하는 일을 다 해낼 수가 있겠습니까? 남성의 고유한 일, 여성의 고유한 영역, 그것을 서로가 인정해 주고, 그 일에 각자가 최선을 다 할 때, 보다 자연스럽고 또한 참된 의미의 평등이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불교에는 대원경상절친소(大圓鏡上絶親疎)라는 말이 있습니다. 즉 큰 거울에 비춰지는 물체에는 친소가 없듯이, 선을 취하고 악을 버리려는 마음을 내면, 그것도 또한 평등심이 아니라는 뜻이지요.

이렇게 평등이 이루어지는 과정은 송두리째 무시하고 단순히 외형적인 평등만을 추구하는 행위는 올바른 평등심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모든 사물의 가치가 있는 그대로 인정되고, 감정적으로도 치우치지 않았을 때, 그 마음이 바로 평등심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