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에서 처음부터 불상을 모신 것은 아닙니다. 부처님께서 열반에 드시자 당시의 관습대로 화장을 한 후, 사리를 8등분 하여 여덟 나라에 사리탑을 세우게 되지요. 그러자 부처님을 그리워하는 많은 사람들이 사리탑을 찾아가서 부처님의 가르침을 되새기며 예배를 하였습니다.

곧 불탑신앙이 먼저 일어난 것입니다. 그래서 인도의 고대 불교사원이나 탑 등의 조각을 보면 부처님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대신 보리수나 금강보좌, 혹은 법륜이나 부처님의 발 등이 새겨져 있을 뿐입니다.

기원을 전후하여 동서교통이 활발해짐에 따라 그리스와 로마의 문물들이 인도에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당시 인도의 가장 국경에 위치한 간다라 지방에 들어와서 살던 서방인들도 부처님의 얘기를 수없이 듣게 되었는데, 문화가 전혀 다른 그들은 부처님을 그냥 ‘훌륭한 사람’으로만 인식할 뿐이었습니다. 더구나 그들은 자기네들이 신상(神像)을 마음대로 조각하였듯이, 부처님의 모습을 전해들은 대로 조성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이것이 바로 불상의 기원이라고 할 수 있지요.

불상이 완성되자 오히려 놀란 쪽은 그들이 존경하면서도 감히 조성할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었던 인도인들이였습니다. 그들은 마치 부처님이 다시 되살아오신 것 같은 거룩한 모습에 감격하여 불상을 향해 자연스럽게 예배를 올리기 시작한 것입니다.

우리 인간은 눈에 보이는 것에 대해서는 확신을 가지지만 눈으로 볼 수 없는 것에는 의혹의 눈길을 보내기 마련입니다. 진리는 눈에 보이지 않습니다. 진리 그 자체는 형상이 없는 것이므로, 만약 그 진리를 구체화시키고 형상화할 수만 있다면 어떠한 모습인들 무슨 상관이 있겠습니까? 동그라미, 네모, 세모 그 어느 것이라도 무방할 것입니다.

불상은 바로 진리를 표상화한 것일 뿐, 그 형상에 어떤 신비스런 힘이 있어 거기에 의지하려는 뜻은 아닙니다. 다만 불상으로 표상된 불교의 이상에 귀의하고 경배함으로써 자신의 올바른 삶의 자세를 가다듬고, 또한 깨달음을 향하는 자신의 각오를 다지는 데 그 목적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