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 ‘깨달음’의 유무(有無)에 따라 우리들은 부처일 수도, 중생일 수도 있습니다. 고오타마 싯다르타가 석가모니 부처님이 될 수 있었던 것도 바로 깨달음을 얻었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이 깨달음은 석가모니 부처님 한 분만의 전유물이 아니라, 모든 사람이 다 이룰 수 있다는 게 바로 불교의 특징입니다.

깨달음이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일까요. 사실 일률적으로 대답하기는 어렵습니다. 그것은 우리들 누구나가 자기의 독특한 얼굴을 가지고 있듯이, 깨달음도 주관적 경험 안에서 발생하는 변화이므로 그것을 말로써 표현한다거나 객관화시킬 수 없기 때문입니다. 결국 나 자신의 문제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이지요.

자신이 누구인가를 자각하기만 한다면 그때는 모든 욕망에서, 성냄에서, 어리석음에서 완전히 벗어나 더 이상 윤회의 사슬에 걸려들지 않고 대(大)자유인이 되는 것이라는 개념적인 설명밖에는 할 수가 없습니다. 즉 깨달음은 논리적인 귀결이 아니라 체험적 각성이라는 뜻입니다.

부처님을 ‘깨달은 사람’이라고 하지만, ‘눈 뜬 사람’이라고도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깨달음을 얻지 못한 우리는 눈을 감은 사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눈을 감고 있기 때문에 여러 가지 시행착오와 잘못을 저지르고 착각 속에서 살고 있는 것이지요. 그러므로 깨달음이란 바로 눈을 뜨는 것입니다.

부처님께서는 우리에게 눈을 뜰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해 주시고, 자세히 일러 주셨습니다. 설탕은 달다고 아무리 설명하더라도 직접 먹어 보는 사람만이 그 단맛을 정확히 알 수 있듯이, 이론적인 설명보다는 체험이 중요시 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부처님의 깨달음은 신비하고 추상적인 내용이 아니라, 바로 오늘을 살고 있는 ‘내가 누구인가’를 알게 해주는 지극히 현실적인 것입니다. 따라서 미망에서 벗어나고 보면 ‘나(我)’는 결코 독립적인 존재가 아니라, 어디까지나 상호의존적 관계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자각할 수 있습니다.

눈 뜬 사람이 코끼리의 모양을 아무리 잘 설명해 주더라도 장님이 자기의 아집으로 잘못 이해한다면, 코끼리 모양을 알 수 없게 됩니다. 이것은 아집이라는 무명(無明)이 장님의 눈 뜨는 일을 방해하고 있기 때문이지요. 무명의 제거야말로 눈 뜨는 작업, 즉 깨달음으로 나아가는 길인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