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세간과 출세간 생활의 차이점은 무엇? 며칠 전 원찰의 법회에 참석하였습니다. 스님의 법문 중에 “여러분들은 세간에 살고 있지만, 우리는 출세간에 살고 있다”고 하셨습니다. 제 생각으로는 사바세계에 태어났다는 것, 자체가 똑같은 세간적 삶의 시작인데 어째서일까라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차이점이 궁금합니다.

<답> 우리들이 생활하고 있는 사회, 즉 끊임없이 변화하는 이 현상세계를 불교용어로는 세간(世間)이라고 표현합니다. 그렇다면 스님들도 똑같이 이 사회에 살고 있으니까 당연히 세간 속에 사는 셈인데, 출세간(出世間)에서 산다고 하니까 몹시 궁금하였을 것입니다. 그것은 이렇게 설명할 수 있겠습니다.

세간에는 세간의 생각과 상식이 있습니다. 보통 일반인들은 이러한 환경에 살고 있으므로 자연히 세간적 상식에 얽매이게 되지요. 가령 밥은 하루에 세 끼를 먹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것은 세간적 생각이고 상식에 불과할 뿐, 법률로 규정된 것도 아니고 또한 누구로부터 명령을 받은 것도 아닙니다. 실은 하루에 두 끼, 혹은 네 끼를 먹을 수도 있지요. 그런데도 하루에 세 끼를 벗어나면 이상한 눈으로 보게 됩니다. 그것은 이미 무의식적으로 세간의 관념과 상식에 속박되어 있다는 증거라고 할 수 있겠지요.

거기에 비해서 출세간이란, 이러한 세간관념으로부터 ‘벗어나다’, ‘떠나다’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바꾸어 말하면 세속적인 생각과 상식으로부터 벗어나 있기 때문에 오히려 자유로울 수가 있다는 뜻이지요. 즉 세간의 노예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세간의 바깥세계로 뛰쳐나올[出] 수밖에 없다는 뜻입니다. 바로 출가수행자들의 삶의 태도를 가리키는 것입니다.

결국 불교의 가르침은 출세간의 가르침입니다. 세간의 원리라든가 세간의 척도를 버려야만 성립되는 것입니다. 거기서는 무상(無常)한 현상은 정말로 무상으로 보고, 무아(無我)인 것은 그대로 무아로 보기 때문에 세간을 초월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세간을 여의기 위해 열심히 수행하여[向上門] 그것이 달성되었을 때, 또다시 세간으로 되돌아오지[向下門] 않으면 안 됩니다. 중생에게 베풀기 위해서. 말하자면 출세간의 세계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세간의 상식에 얽매이지 않고, 구속받지 않고자 노력하는 사람들이 사는 세계를 지칭하는 것으로 이해하면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