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공덕회향은 인과의 가르침에 어긋나지 않나요? 부처님께 기도를 하고서 마치는 것을 회향인 줄로 알고 있는데, 그동안 닦은 기도 공덕을 남에게 돌리는 것도 회향이라고 들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네요. 불교는 자기가 지어서 자기가 받는 인과응보 사상이 중심인데, 어떻게 공덕을 짓지 않은 타인에게 자기의 공덕을 돌릴 수가 있단 말인가요?

<답>적극적인 자비실천의 가르침을 담고 있습니다.

회향이라는 말에는 두 가지의 뜻이 있습니다. 하나는 불사나 기도가 끝난 것을 가리키고, 또 하나는 그동안 자신이 닦은 선행공덕을 남에게 베푸는 것을 말하지요.

그러면 불교는 자업자득(自業自得)인데,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 하는 의문도 생길 수가 있겠습니다. 우리가 지은 선근공덕을 예금통장에 한번 비유해 보기로 하지요. 자기 통장이기 때문에 예금을 할 수도 찾을 수도 있습니다. 그뿐 아니라, 때로는 찾아서 남에게 베풀 수 있는 것도 자기 예금이기 때문에 가능합니다. 만약에 남의 통장이라면 함부로 찾을 수는 없을 것입니다. 이와 같이 자신의 기도로써 닦은 선근공덕을 남에게 기꺼이 베풀어 줄 수 있는 것도 대승불교에서 가리키는 자비공덕사상인 것입니다.

중국 혜원(慧遠) 스님이 지은 󰡔대승의장(大乘義章)󰡕에 보면, 삼처회향(三處廻向)을 말하고 있습니다. 첫째는 중생회향, 둘째는 보리회향, 셋째는 실제(實際, 열반) 회향이지요.

이 삼처회향을 이루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 왕상(往相)회향은 자기가 지은 선근공덕을 중생에게 베풀어서 함께 정토에 왕생하기를 원하는 것입니다. 그 다음 환상(還相)회향은 정토에 왕생한 보살은 자기만의 편안함에 안주하지 않고, 다시 대비심을 일으켜서 사바세계로 돌아와 중생을 교화하는 것입니다.

회향이란 이와 같이 내가 지은 공덕까지도 아낌없이 남에게 돌리는 적극적인 자비심의 발로를 가리킵니다. 그리하여 우리의 삶을 올바르게 이끌어간다는 뜻이지요. 왜냐하면, 자신만을 위하는 이기적(利己的)인 방향에서 남을 위하는 이타적(利他的)인 방향으로 바꾸어 나간다는 의미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와 같은 회향의 의미를 잘 이해하고, 자신이 닦은 선근공덕을 이웃과 사회를 위하여 환원하는 것이 대승불교의 참된 회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