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와 수구세력의 언어놀이가 끝이 없다. 경제위기와 교육문화의 위기 속에서 지구촌 시대의 미래로 나아가는 정책은 제시하지 못하면서 방송을 좌파가 지배했느니, 혹은 노무현 좌파이니 오세철 교수 빨갱이니 하는 언어를 흘리면서 좌파척결을 주장한다. 21세기의 오늘날에 도대체 좌파가 무슨 문제란 말인가? 나도 왼손잡이인데 말이다. 좌파와 왼손잡이가 문제가 된 것은 1 세기 이전의 일이다. 이명박 정부와 수구세력의 언어놀이는 해방이후 서구적 근대화의 자본주의와 사회주의라는 이분법 속에서 자본주의의 남한과 사회주의의 북조선이 서로 다른 국민국가의 건설에서 시작한다. 그러나 이것은 서구적 근대화가 아니라 미국화와 소련화의 자본주의와 사회주의였다.

제 2차 세계대전 이후 영국, 프랑스, 그리고 독일에서 시작한 근대화의 반성과 새로운 탈근대화의 과정은 자본주의와 사회주의로 구분되는 것이 아니라 자본주의와 사회주의의 통합으로 이루어졌다. 19세기 이후 자본가 중심의 자본주의 국민국가 세력에 대항하는 노동자 중심의 사회주의 국민국가 세력은 각각의 국가 내부에서 상호 갈등과 대립으로 점철되었다. 이러한 갈등과 대립이 제 1차 세계대전과 제 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는 근본적 동기였다. 따라서 제 2차 세계대전 이후 영국과 프랑스, 그리고 독일은 자본주의 세력과 사회주의 세력이 서로 갈등하면서도 함께 조화를 이루어 새로운 국가를 건설하고 새로운 지역연합을 구성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근대화의 과정이 영국과 프랑스, 그리고 독일보다 뒤진 러시아와 미국은 자본주의를 배제한 사회주의, 그리고 사회주의를 배제한 자본주의의 길을 선택해 이 세계로 하여금 냉전의 시대에 접어들게 하였다. 그 냉전의 시대에 우리 한반도의 하나는 미국의 세계에 속하면서 자본주의 남한을 건설하였고, 다른 하나는 소련의 세계에 속하면서 사회주의 북조선을 건설한 것이다. 세계는 그렇게 대립과 갈등으로 지속되는 것만 같았다. 그러나 유럽의 국가들과는 달리 사회주의 근대화를 추구하였던 구소련은 이미 붕괴되었고, 자본주의 근대화를 추구하였던 미국도 이미 붕괴 직전에 있다. 이미 소련은 유럽의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자본주의와 사회주의가 조화를 이루면서 새로운 국가로 나아가고 있다. 중국도 마찬가지이다.

좌파와 우파, 그리고 사회주의와 자본주의의 대립과 갈등으로 시작해서 상호 공조와 협력으로 나아가고 있는 유럽의 국가들은 국가를 넘어서 지역의 여러 나라들이 서로 협력하여 위기를 극복하고 상호생성의 유럽연합체제를 결성하여 지구촌 경제위기의 새로운 대안들을 만들고 있다. 그러한 대안들은 사회주의적 공공성의 강화와 자본주의적 창의성의 토착화라는 일국적 자본주의와 사회주의의 통합을 유럽연합의 전 지역으로 확대시키는 것이다. 물론 그러한 확대는 유럽연합뿐만 아니라 미국을 포함한 북미연합과 남미연합, 아프리카연합, 아랍연합, 남아시아, 중앙아시아, 그리고 동아시아 연합으로 확대되어야만 지속적으로 가능할 것이다. 일국 자본주의와 일국 사회주의 국가가 불가능한 것처럼 한 지역의 연합은 다른 지역의 연합과 협력하고 상생해야만 한다는 것이 지난 근대화 과정의 교훈이다.

미국의 금융위기로 말미암아 새롭게 등장한 오바마 정부가 사회주적 복지정책과 공공성을 강화시킬 것은 너무나도 뻔한 사실이다. 미국인들 스스로가 자본주의 정책과 사회주의 정책의 공존만이 미국을 구하는 길이라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에 오바마를 대통령으로 선출한 것이다. 그러나 지난 클린턴 대통령이나 오바마 대통령이 사회주의자이거나 좌파가 아닌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그와 마찬가지로 지난 김대중 대통령이나 노무현 대통령이 사회주의자이거나 좌파가 아닌 것도 명백한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에서 좌파니 빨갱이니 하는 말이 아직도 살아서 지식인들을 매도하거나 심지어 왕따를 시켜 고립시키거나 제거하고자 하는 것은 사회와 국가, 그리고 세계의 변화과정을 살피지 않고 오직 자신의 권력과 자본을 온갖 수단과 방법으로 유지하려고만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조화와 상생의 길을 저버린 자들은 항상 멸망하게 되어 있다. 이미 수많은 학자들과 선배들이 수없이 자주 지적했던 것처럼 왼손과 오른손은 우리의 몸을 구성하는 두 개의 손이기 때문에 서로 합쳐서 박수를 치면서 상호 공생해야만 한다. 새들의 날개도 좌파 날개와 우파 날개가 함께 펄럭이어야만 하늘 날 수 있는 것이지 어느 하나의 날개를 잃으면 지상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러면 그는 이미 새이기를 그만두어야만 한다. 우리의 두 손처럼, 혹은 새의 두 날개처럼 한반도에는 좌와 우의 자본주의와 사회주의의 두 국가가 존재한다. 오늘날의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는 상생과 공존의 터전이다. 따라서 한반도의 새로운 미래를 만드는 노력은 명명백백히 존재하는 좌와 우, 즉 남과 북의 대화와 공생의 모색이지 대한민국의 자본주의에 살고 있는 보이지 않는 좌파의 척결이 아니다.

한반도의 남과 북을 동시에 아우르거나 한반도를 넘어 세계의 변화를 보지 못하고 한국전쟁 이후 함께 대한민국을 건설한 사람들을 좌파니 빨갱이니 하면서 독재 파쇼사회를 만들고자 하는 이명박 정부나 수구세력은 국가와 나라를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권력과 그 권력으로 획득한 돈을 지키고자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제 그 언어놀이에 놀아날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다. 사회 공공성과 교육의 복지, 그리고 문화적 권리를 사회주의 국가의 전유물로 생각하는 사람들은 존재하지 않을 것이며 무차별적인 경쟁만이 아니라 창조적인 경쟁과 생태적인 상생의 정책 없이 자본주의를 유지할 수 없다는 것 또한 21세기 인류의 상식이 되어버렸다. 그러한 상식에서 벗어난 사람들은 오직 대한민국의 이명박 정부와 수구세력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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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시기(동국대 영문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