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발 금융위기로 나라가 온통 쑥대밭이다. 주가 하락과 환율상승은 집값의 폭락으로 이어질 것이 분명하다고 이야기한다. 미국은 수천억 달러의 국가자본으로 은행을 비롯한 부실기업들을 국유화한다고 선언했다. 미국식 신자유주의의 몰락이고 후기근대주의의 파산이다. 그런데 문제는 외국 언론들을 비롯한 대부분의 학자들이 이명박 정부의 역주행을 걱정한다. 미국식 신자유주의의 몰락이고 후기근대주의의 파산임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정부는 신자유주의에 박차를 가하고 후기 근대의 미국 식민주의를 강화하고 있다.

외교의 문제도 있다. 미국은 북조선을 테러 지원국에서 해제를 하고, 북조선은 핵 검증 요구를 모두 수용한다고 선언했다. 그런데 남한의 이명박 정부는 얼어붙은 남북관계를 개선하지 못하고 미국을 원망하면서 6자회담을 비롯한 동아시아의 관계에서 주도권을 잃어버렸다. 6자회담이나 동아시아의 문제가 주로 한반도의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북조선에게 버림받고 미국과 일본의 꽁무니만 쫓아다니다가 미국과 일본에게도 버림받는 이명박 정부는 도대체 어느 나라의 대통령이고 정부인가?

미국식 신자유주의와 후기근대주의는 19세기 말과 20세기 초반의 영국 제국주의를 유지했던 영국식 자유주의와 근대주의를 지속시키기 위한 미국 “백인 앵글로-색슨 신교주의자(WASP)”들의 세계정책이다. 영국식 자유주의와 근대주의를 토대로 한 19세기 말과 20세기 초반의 영국 제국주의가 군사력을 토대로 한 식민지의 경제적 착취를 목표로 했다면, 20세기 후반의 미국식 신자유주의와 후기근대주의를 토대로 한 미국 제국주의는 경제적 지원이나 지배를 통한 군사적 지배를 목표로 한다.

그러나 자유주의나 근대주의이든 간에, 혹은 신자유주의나 후기근대주의이든 간에 군사적이고 경제적인 지배를 가능하게 만드는 것은 교육과 학문을 통한 이데올로기의 지배이다. 영국의 교육과 학문, 일본의 교육과 학문, 그리고 미국의 교육과 학문이 최고이고 최상의 교육과 학문이라는 사고방식이 일제식민지 시대의 자유주의와 근대주의를 지속시켰고, 오늘날의 미국에 대한 자발적 식민주의를 지속시키는 신자유주의와 후기근대주의의 대한민국 교육과 학문이다.

학문이 추구하는 진리는 결코 절대적인 것이 아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학문이 추구하는 진리는 각각의 시대와 장소에 따라 달랐다. 이것은 학문을 구성하는 언어가 시대와 장소에 따라 다르고, 또한 시대와 장소에 따라 달라지는 것에서 명료하게 드러난다. 또한 학문이 추구하는 진리는 시대와 장소를 지배하는 권력과 불가분의 관계를 맺고 있다. 기독교의 진리는 기독교의 권력과 불가분의 관계를 맺고 있고, 유교의 진리는 유교의 권력과 불가분의 관계를 맺고 있으며, 이슬람의 진리는 이슬람의 권력과 불가분의 관계를 맺고 있다.

진리와 권력의 불가분의 관계 때문에 한국불교의 효시라고 하는 원효선사는 당나라의 유학을 포기하고 한국불교의 기틀을 마련했다. 조선의 유교는 율곡과 퇴계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중국유교와 다른 조선유교의 기틀을 마련했다. 그런데 일제시대의 일본유학 학자들은 일본의 교육과 학문을 흠모한 나머지 “민족개조론”으로 조국을 멸시하고 마침내 창씨개명을 통한 한글말살정책에 앞장섰다. 오늘날의 미국유학 학자들은 미국의 교육과 학문을 흠모한 나머지 미국 발 금융위기 속에서 미국식 신자유주의 경제와 후기근대주의의 교육과 학문정책에 앞장서고 있다.

서구의 자유주의와 근대주의가 수입된 지 1세기가 지났다. 신라시대의 원효는 불교가 수입된 지 1세기가 지나서 신라불교의 토대를 만들었다. 퇴계와 율곡은 유교를 표방한 조선을 개국한지 1세기가 지나서 조선유교의 독자성을 만들었다. 우리도 서구의 자유주의와 근대주의, 그리고 그것을 계승하고 있는 미국의 신자유주의와 후기근대주의에서 벗어나 우리의 독자적인 교육과 학문체계를 만들어야 할 시대를 맞이했다. 우리의 독자적인 교육과 학문체계는 한글을 통한 영어를 포함한 외국어교육이어야만 하고, 우리 대학들의 학문적 독자성을 토대로 한 미국을 포함한 지구촌의 학문교류이어야만 한다.

한글교육보다 영어를 포함한 외국어 교육을 우선할 때, 한자 사대주의나 일어 식민주의와 같은 영어 식민주의가 재생산될 것이다. 우리 대학들의 학사와 석사 그리고 박사의 양성보다 미국을 포함한 외국대학들의 학사와 석사 그리고 박사를 우선할 때, 일제시대의 자유주의나 근대주의 식민지 지식인들을 재생산하는 것처럼 오늘날의 신자유주의나 후기근대주의의 미국 식민주의 지식인들을 재생산할 것이다. 오늘날의 대한민국 교육과 학문체계는 영어 식민주의와 미국유학 식민주의 지식인들로 가득하다. 그들이 이명박 정부를 탄생시켰고, 미국 발 금융위기 속에서 우리의 경제와 교육을 미국에 더욱 종속시키고 있다.

크게보기

장시기(동국대 영문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