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9-03 (수) 00:00
그러나 한반도가 일제로부터 해방되었을 때에 우리의 불교는 뿔나지 않았다. 동족끼리의 피비린내 나는 싸움의 한국전쟁 와중에서 산속의 수많은 고찰들이 불에 탔을 때에도 불교는 뿔나지 않았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의 21세기 대한민국에서 “불교는 뿔났다.” 나라의 생성이 아니라 위기에 “불교가 뿔나”는 사건은 동아시아 불교국가들의 공통된 현상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영국과 프랑스 등등의 기독교 지역들에서 나라의 위기에 “기독교가 뿔나”는 사건 또한 그들의 공통된 현상이다. 그리고 이란이나 이라크 등등의 이슬람 지역들에서 나라의 위기에 “이슬람교가 뿔나”는 사건 또한 그들 지역의 공통된 현상이다. 이처럼 불교나 기독교 그리고 이슬람교가 “뿔나”는 사건이 그 나라의 위기와 연관되어 있는 것은 불교나 기독교 그리고 이슬람교가 그 지역 살고 있는 사람들의 삶이고 문화이기 때문이다.
기독교인이었던 이승만 대통령이 “대처승은 절에서 떠나라”라는 성명서(1954)를 발표하여 그 유명한 “비구-대처 싸움”이 일어났을 때에도, 1980년 전두환 파쇼정권이 군화발로 사찰을 짓뭉개던 “10ㆍ27 법난” 때에도 “불교가 뿔나”지는 않았었다. 그런 불교가 21세기 이명박 정부 하에서 “뿔이 난” 이유가 도대체 무엇일까?
그것은 우리가 살고 있는 대한민국의 위기이기 때문이다. 1950년대와 1980년대의 대한민국은 근대화 과정을 통하여 세계 여러 나라들과 같은 제대로 된 근대국가를 만드는 생성의 과정이었지만, 오늘날 21세기의 대한민국은 민주화와 상생적 문화의 생성을 통하여 한반도의 이데올로기 갈등을 극복하고, 지구촌의 생태위기를 해결하고, 나라와 국가를 초월한 인류의 미래를 이끌어가는 새로운 대한민국으로 거듭나는 나라이다. 그러지 못한다면, 우리는 근대화 과정에서 우리보다 앞섰던 남미나 아프리카의 여러 나라들처럼 일제시대나 1950년대의 처참함으로 추락할 것이다.
막스 베버(Max Weber)가 지적했듯이 근대화는 곧 서구화, 산업화 그리고 기독교화이다. 그러나 모든 나라가 서구화를 추구한다면, 아프리카의 문화나 아시아의 문화 그리고 남미의 문화는 사라질 것이다. 모든 나라가 산업화된다면, 황사현상과 지구의 온난화로 인한 생태계의 파괴는 인류를 멸망시킬 것이다. 그리고 모든 종교의 기독교화는 유고슬라비아나 이라크 그리고 아프가니스탄에서 보듯이 종교전쟁으로 말미암아 지구를 잿더미로 만들 것이다.
그래서 근대화를 주도했던 영국과 프랑스 그리고 독일이 유럽연합을 결성하여 근대화가 아닌 탈근대화, 즉 서구와 비서구의 상생, 기술산업이 아닌 문화산업의 생태주의, 그리고 기독교화가 아닌 종교적 상생의 다원주의를 통한 지구촌 시대를 열어가고 있다.
수많은 희생과 분단을 통하여 뒤늦게 근대화를 달성한 대한민국도 탈서구화, 탈산업화, 탈기독교화를 통하여 새로운 상생의 지구촌 시대를 열어가야만 한다.
불교는 근원적으로 탈서구화이고 탈산업화이며 탈기독교화의 모체이다. 그래서 불교는 서구와 비서구의 지역적 구분이 없으며, 인간과 자연의 생태적 구분이 없고, 또한 신과 인간의 인간적 구별도 없다. 그래서 불교는 근대화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서구인들에게 근원적인 탈근대성으로 받아들여지고 있고 21세기의 지구촌 시대를 열어가는 새로운 지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러한 시대적 흐름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정부가 이명박 정부이다. 월드컵이나 올림픽에서 보듯이 이미 서구화의 선진국 대열에 들어섰음에도 불구하고 사회복지와 공공성을 외면하고 1%의 부자들만을 위한 서열화를 추구하고, 이미 기술산업화를 달성하고 문화산업을 주도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연생태계를 파괴하는 대운하 논의를 하고, 이미 기독교화를 달성했음에도 불구하고 불교를 파괴하고 기독교 국가를 만들고자 하는 것이 이명박 정부이다.
기독교 국가들인 서구의 여러 나라들도 기독교에서 벗어나고자 노력하고 있는데, 이명박 정부는 서울을 하나님께 봉헌한다느니 대한민국을 하나님께 봉헌한다느니 하며 서구보다 더 서구적인 기독교 국가로 몰고 가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유럽의 여러 나라들을 여행하면서 유럽의 문화와 역사를 살피기 위하여 교회와 성당을 찾듯이 서구인들이 대한민국을 여행하면서 우리의 문화와 역사를 살피기 위하여 사찰과 불교 유적지를 찾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행지도에서 전통문화를 자랑하는 사찰과 불교유적지를 삭제시키거나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불교종단의 대표를 경찰이 무단으로 감찰하는 것은 지난 1950년대에 기독교인이었던 이승만 대통령이 개인적으로 불교의 종단 일에 개입하거나 전두환 정권이 “10ㆍ27 법난”을 일으켜 불교를 탄압한 것과 다를 것이 없다. 20세기에서 21세기의 대한민국으로 발전하는 것이 아니라 근대에서 전근대로 퇴행하는 것이다.
지난 근대화 과정에서 불교는 끊임없이 희생당했으며, 억압과 탄압으로 불교의 근본에서 일탈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교는 항상 “조국 근대화”라는 명제 속에서 서구화와 산업화, 그리고 기독교화를 통하여 자발적인 희생의 대열에 합류하였다. 마치 근대화 과정의 우리 모든 가족들처럼 아버지와 오빠 그리고 장남의 발전을 위하여 엄마와 누이 그리고 여동생이 끊임없이 아버지, 오빠, 그리고 장남을 위하여 자발적인 희생의 대열에 합류하였던 것과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이제 당당한 대한민국이 되었고, 당당한 가족들이 되었다. 아직도 근대의 잘못된 습관으로 엄마와 누이, 그리고 여동생의 자발적인 희생을 강요한다면 그 가족의 미래는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대한민국 근대의 잘못된 습관으로 불교의 희생을 강요한다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엄마가 뿔나”고 “누이가 뿔나”는 것처럼 불교는 끊임없이 뿔나야 한다. 그것이 대한민국이 사는 길이다.
장시기(동국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