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소, 미친 교육”을 부르짖으며 촛불소녀들이 길거리로 쏟아져 나오지 않았다면, 초ㆍ중등 교육정책의 ‘미친 교육’을 바로 잡겠다며 그들과 전혀 관계가 없는 대학교 교수들이 서울 교육감 선거에 뛰어들지도 않았을 것이다.

‘미친 소’, 즉 광우병 소의 수입은 이명박 정부의 재협상밖에 길이 없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가 등장하면서 행한 지난 ‘4.15 교육정책’ 발표는 시대를 역행하는 교육의 만행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그러한 교육의 만행을 직접 몸으로 경험하는 초ㆍ중등학교 촛불 소녀와 소년들은 그것이 ‘미친 교육’이라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미친 소, 미친 교육”을 부르짖으며 청계광장으로 몰려온 것이다. 그래서 우리 대학교수들도 시민 교육단체들과 함께 서울 교육감 선거에 뛰어들었다.

“이곳은 모두 주경복 후보 지지자들이니 다른 지역 곳곳에 가서 선거운동하라”고 등을 두드려주는 촛불시민들과 자발적으로 주경복 후보의 메이크업을 해주겠다고 연락한 인터넷 메이크업 동호인 모임 등등의 수많은 인터넷 단체들의 격려와 지지를 받으면서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에서만이라도 반드시 ‘미친 교육’을 바로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우리는 확신했다. 프랑스와 독일을 포함한 유럽의 여러 나라들이나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 등과 같은 21세기의 국가는 초중등 교육뿐만 아니라 대학까지도 국가가 책임지는 공교육의 토대 위에서 상호평등한 지구촌을 구성하는 창조적인 지식을 창출하고 있다. 우리 대한민국도 그러한 공교육을 토대로 한 창조적 미래교육을 달성해야만 한다는 것이 서울 교육감 선거에 임하는 우리들의 자세였다.

그래서 전국교수노동조합과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그리고 학술단체협의회에 소속되어 있는 교수 및 학술연구자들이 촛불문화제의 시민들에게 최소한 하나의 희망만이라도 주어야 한다는 신념으로 그 동안 올곧게 교육운동과 학술운동에 헌신한 주경복 교수를 교육감 후보에 추대하고 전국교직원노동조합과 참교육학부모회, 교육개혁시민연대 등등의 교육관련 시민단체 출신의 몇몇 민주인사들과 함께 서울시 최초의 직선제 교육감 선거에 참여한 것은 예비후보 등록일을 며칠 남겨두지 않은 지난 5월 말경이었다.

우리는 매주 토요일마다 광화문 촛불문화제에 참여하면서 1%의 부자만을 위한 대한민국의 사교육비를 조장하는 교육을 어떻게 서울시의 100% 모든 시민과 국민을 위한 평등하고 창조적인 공교육으로 변화시킬 수 있을까에 대하여 논의하면서 새로운 정책을 만들었다.

전국에 있는 300여 명의 교수들이 자발적으로 10만원, 100만원, 혹은 200만원씩 모금을 하여 교육감 후보 선거운동기금을 마련하고 교육운동과 연관된 단체들의 교사들과 학부모 그리고 시민들도 각각 선거운동기금을 모금하여 서대문에 <서울시 교육감 선거 주경복 후보 선거운동본부> 사무실을 마련한 것은 지난 6월 중순경이었다. 그리고 필자가 지난 1학기의 학기말 시험과 채점 그리고 신규교수 채용 등등의 학교 업무를 마치고 민교협 공동의장인 장임원 교수와 함께 선대본부장이라는 중책을 맡아 본격적으로 교육감 선거에 참여한 것은 6월 말경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너무 늦었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좀 더 많은 교수노조나 민교협의 교수들과 함께 좀 더 조직적으로 참여했어야만 했던 것이 아닌가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러나 주경복 후보 선대본부는 수많은 시민단체들의 대표들과 자발적으로 이명박 정부의 ‘미친교육' 정책을 심판하겠다는 시민들의 연합군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정치적으로 수없이 많은 정파들과 민노당, 진보신당 그리고 진보적인 민주당 출신들의 자발적인 연합이었으며, 1%의 부자들만을 위한 영어식민화 교육에서 벗어나 한글교육을 토대로 한 영어교육, 경쟁이 아닌 협동의 공교육, 종교적 편향이 아닌 종교적 상생을 토대로 한 교육정책, 대학진학만을 목표로 하는 주입식 교육이 아닌 창조적인 미래인 양성이라는 서로서로의 차이를 인정하는 초중등 교육정책을 지지하는 사회시민단체들의 연합이었다.

명진 스님을 비롯하여 김지하 시인, 최병모 변호사 등등의 수많은 시민 인사들의 격려와 지지가 지금도 귀에 쟁쟁하다.

장임원 선대위원장을 중심으로 한 주경복 후보 선거운동본부의 정책, 홍보, 기획전략, 조직, 상황, 대외협력, 수행, 유세, 인터넷, 그리고 언론 대변인실 등등의 모든 선거구성원들은 때때로 서로의 입장 차이로 논쟁을 하기도 하고 언성을 높이면서 싸우기도 했다.

그러나 '미친 소, 미친 교육'을 부르짖으며 촛불문화제의 희망을 만든 것은 패배의식과 정파중심주의에 빠져있는 기존의 1980년대식 운동정파나 정당, 혹은 시민단체들이 아니라 중고등학교의 촛불소년 소녀들과 이름 없는 시민들이고, 그들이 과거로 퇴행하고 있는 이명박 정부의 대한민국을 인간과 자연이 상생하는 생태적이고 남성과 여성이 조화를 이루는 생성적이며 남과 북이 서로 협력하는 미래지향적인 한반도, 그리고 권력과 시민이 상호보완적인 비권위주의적인 아름다운 미래를 만들고 있다는 것에 우리는 모두 동의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교육감 선거에서 졌다.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그리고 문화일보의 케케묵은 반공주의 색깔론이나 한나라당을 중심으로 한 수구단체들의 전교조 공격, 강남지역 부자들의 자기 이기주의, 그리고 선관위를 비롯한 공안당국의 선거탄압 때문에 진 것이 아니라 우리 선거운동원들이 묵묵히 일하는 평범한 서울시민들에게 조금 더 가깝게 다가가서 교육문제의 중요성을 설득하지 못했기 때문에 선거에서 졌다.

대치동을 비롯한 강남구와 서초구 등등의 주부나 노인들에게 무엇이 진정한 교육인가를 설득하지 못했기 때문에 우리는 졌다.

그래서 촛불을 든 소년ㆍ소녀들과 시민들에게 너무나도 죄송해서 눈물만 흐르고 너무나도 부끄러워서 머리를 들 수가 없다. “서울 교육과 광우병 소 급식 때문에 중고등학생들이 촛불을 드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촛불시민들에게 약속한 것을 지키지 못해서 정말로 죄송하다.

촛불아! 미안하다. 그리고 온갖 색깔론과 논문시비 등등으로 마음고생을 하면서도 입이 부르트도록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고 마지막 날까지 “0교시 폐지, 우열반 폐지, 영어몰입교육 폐지” 등등의 구호를 외치면서 유세를 한 주경복 교수와 장마비를 고스란히 맞거나 한여름의 무더위 속에서 땀을 주룩주룩 흘리며 선거 로고송에 따라 춤을 추며 유세를 한 유세단 도우미 학생들에게 미안하다. 그리고 서울 25개 구 선거운동을 담당한 지역선거 운동원들에게 미안하다. 그 중에서 가장 죄송한 사람들이 촛불 소녀와 소년들이다. 그들은 다시 미친 교육을 몸으로 겪으면서 다시 학교로 가야한다.

그러나 촛불아! 우리는 한 가지 약속한다. 주경복 교수와 우리 선대본부 사람들은 미친 교육을 심판하는 시민들과 함께 진정한 공교육, 그리고 부자와 가난한 사람, 공부 잘하는 학생과 못하는 학생이 서로 함께하는 협동교육이 이루어질 때까지 계속 촛불을 들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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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시기(동국대 영문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