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당하나 건립하기가 얼마나 힘든지 11보급대대 안국사를 지으면서 절절히 느껴본 일이다.

그런데 폐쇄된 법당을 다시 열거나, 여유가 있는 군 시설을 활용하여 법당으로 꾸미는 것도 새로 법당을 짓는 것과 다름이 없으니, 그 일에 전력해보기로 하였다.

마침 오래 전에 폐쇄된 법당이 있는 육군 제1사단 12연대 마정대대를 찾았다. 통일로를 따라 판문점 가는 길에 위치한 영내 법당인 충의호국사는 군 시설을 활용하여 운영되다가 약2년 전에 지원하는 이가 없어 법당 문을 닫았다고 한다.

법당 간판은 있으나 오랫동안 잠겨있어 녹이 슨 자물통을 열고 보니, 지붕이 새어 천장은 내려앉았고 벽지와 장판은 곰팡이가 슬어 썩고 있었다. 거기에다 불단에 모신 삼존불은 마치 무당집을 연상하게 했고, 그나마 지장보살님은 천정에서 떨어진 물건에 맞아 머리에 손가락이 들어갈 만한 구멍이 나 있었다.

우선 급한 대로 천정과 바닥을 청소하고 11보급 안국사에서 이운한 석가모니불을 모시고 지난 1월 17일 개원법회를 가졌다. 난방도 형편없고 방석조차 없어 불자장병들이 귀마개를 하고 법회를 보아야 했지만, 평소 인근 부대의 합동법회에는 15∼20명이 참석하는 것이 고작이었는데, 제집에서 법회가 있다고 하니 40여 명이나 모였다. 그리고 그 다음, 다음 주에는 60여명이 참석하는 대법석이 되었다.

크게보기

지금 마정대대 충의호국사는 스님도 포교사도 아닌 조계사 불교대학과정 재학생들이 전담하여 법회를 열심히 돌보고 있다. 어찌나 열심인지 법회 때마다 10여 명이 넘는 동기생들이 동참하여 간식도 마련하고 장병들의 친구가 되어 준다. 그리고 거기에는 일요일마다 여기저기 군 법당을 찾아 찬불가 반주하던 환갑이 멀지 않은 정진경 불자님의 큰 원력이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어느 법당이든 처음에는 다 이랬다는 점이다. 그러던 것이 세월이 갈수록 한도 끝도 없는 시간과 비용의 등의 문제로 초발심이 꺾이게 되고, 설상가상으로 주위에서 도와주거나 격려는 못할망정 “포교사는 법사가 아냐”, “목탁은 스님이나 치는 거야”, “포교사는 설법하면 안 돼”, “누가 당신보고 그런 일 하랬어” 하는 소리를, 그것도 대부분은 스님들로부터 들으니 만정이 떨어지고 마는 것이다.

그래서 필자는 대놓고 ‘육군00부대 호국법왕사 주지법사’라고 적은 명함을 가지고 다닌다. 혹 그런 비슷한 소리를 하는 분을 만나면 “그럼, 부처님 법을 전하는 것이 법사가 아니면, 절을 지키고 부처님을 모시는 것이 주지가 아니면, 누가 법사고 주지냐?”고 반문하곤 한다.

필자처럼 자칭 주지고 법사가 아니라, 어차피 스님들이 챙기지 못할 일이라면 포교사를 주지로 임명하여 책임을 주고, 그들을 지원하는 체계를 만들 용의가 없는지, 교구와 종단에 여쭙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