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아 줄기세포를 처녀생식이라고 규정했던 서울대가 최근 황우석 박사에게 줄기세포 특허권을 넘기면서 인간복제의 문제가 다시 한 번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다.

황우석 박사가 배아 줄기세포를 발견했다고 공언했을 무렵, 때마침 인간복제를 다룬 영화가 개봉돼 화제가 돼 영화는 본의아니게 톡톡한 홍보효과를 누릴 수 있었다. 이안 맥그리거와 스칼렛 요한슨 주연의 영화 ‘아일랜드’. 당시 제작자 월터 F. 파크스는 처음 이 영화를 구상했을 때는 미래를 배경으로 한 SF 영화였으나 한국에서 인간의 배아줄기세포 복제에 성공해 허구가 아닌 사실이 되었다며 좋아라 했었다.

2005년 인간복제라는 주제를 환기시키며 세계적인 인기를 끌었던 영화 아일랜드가 1월 26일 새벽 1시에 SBS에서 설날 특선영화로 방영된다.

이 영화는 인간복제가 성공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문제들을 영화라는 가상 공간 속에서 현실화시키며, 그래도 ‘인간복제를 해야 할 것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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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수십 년 후의 지구는 생태적인 재앙이 일어나 수백 명의 주민만이 살아남는다. 그들은 과학적으로 설계된 돔 속에서 완벽한 통제를 받으며 청결한 삶을 유지시켜 나간다.

잠자리에서 일어나면서부터 몸 상태를 점검받고 음식과 인간관계까지 격리된 채 살아가는 이들에게는 하나의 꿈이 있다. 지구에서 유일하게 오염되지 않은 희망의 땅 ‘아일랜드’에 추첨되어 뽑혀가는 것이다.

하지만 수백명의 주민 모두가 이곳에 갈 수는 없다. 좁은 땅에 이들이 모두 가게 될 경우 이곳 또한 오염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대신 한 달에 한번 꼴로 이루어지는 추첨에 의해서 선정된 ‘행운의’ 주인공들만이 갈 수 있다.

최근 들어 매일 같이 똑 같은 악몽에 시달리던 링컨은 제한되고 규격화된 이곳 생활에 의문을 품게 된다.

사건의 발단은 거미 한 마리였다. 링컨은 건물 벽에서 거미 한 마리가 기어올라가는 장면을 목격하게 된다. 아일랜드와 그들이 살고 있는 돔을 제외하곤 모든 것이 파괴됐다고 했는데, 이 거미는 어디에서 나타난 것일까.

자신들이 살고 있는 혹은 가두고 있는 돔의 비밀을 파헤치기 위해 점점 더 중앙부로 접근해가던 링컨은 자기를 포함한 그곳의 모든 사람들이 스폰서(인간)에게 장기와 신체부위를 제공할 복제인간으로 키워져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결국 ‘아일랜드’로 뽑혀 간다는 것은 신체부위를 제공하기 위해 무참히 죽음을 맞이하게 되는 것을 의미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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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의 산모들은 아이를 대리출산하는 복제인간이었고, 나머지 사람들 또 자신의 의뢰인들이 병에 걸려 장기를 바꾸어야 할 때를 기다리며 살아가는 시한부 인생 내지 복제인형의 처지였다.

이 연구소를 건립한 메릭 박사는 여러 번의 시행착오 끝에 인간의 의식과 감정, 활동이 동반되지 않으면 이식된 장기가 거부반응을 일으킨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메릭 박사는 자신의 복제물을 의뢰하는 이들에게는 복제인간이 전혀 감정과 의식이 없다고 속이고 불법적으로 복제인간을 생산한다.

배양되어 온전한 상품으로 탄생된 복제인간들에게는 자신들이 재앙에서 살아남은 선택 받은 인간이며, 안전한 시설로 옮겨 와 아일랜드에 가는 것을 희망한다고 믿도록 기억이 주입된다.

메릭 바이오테크사는 스폰서(인간)의 제작수주를 받아 해당스폰서의 복제인간을 제작한다. 복제인간은 스폰서의 건강에 문제가 생기면 질병 치료를 위해 이용된다. 제품 생산 년도에 따라 알파, 델타, 에코, 폭스트롯 세대로 나뉘며, 스폰서의 거주 지역 구분에 따라 숫자가 붙게 된다. 제한된 지역 안에서만 생활하도록 하는 통제 프로그램을 입력하는데, 복잡함을 피하기 위해 섹스 프로그램은 배제하고, 15살 수준의 교육 프로그램을 주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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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된 링컨은 아일랜드로 곧 떠날 준비를 하던 조던과 탈출을 시도한다. 그간 감춰졌던 비밀, 엄연히 존재하고 있는 외부의 모습을 보게 된 이들은 자신들의 스폰서를 찾아 나서고 오직 살고 싶다는 본능으로 탈주를 시작한다.

우여곡절 끝에 탈출에 성공한 링컨과 조던은 자신의 스폰서가 각각 보트 디자이너와 모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특히 조던의 스폰서는 교통사고를 당해 장기이식을 하지 않으면 살 수 있는 처지에 있다.

복제인간들은 감정에 대해서도 프로그램에 따라 관리되는데, 링컨과 조던은 복제인간의 프로그램에서 배제된 사랑의 감정을, 그리고 성욕을 느끼게 되는 이변이 발생한다. 그들은 복제인간이 아닌 한 인간으로서의 정체성을 느끼며, 동시에 ‘나’라는 존재의 허구성에 대한 혼란스러움과 조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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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아일랜드는 복제인간이 단순히 세포 차원의 존재가 아니라 하나의 개체, 즉 완벽한 인격을 지닌 또하나의 인격체로서 존재할 수 있다는 가정에서 출발한다.

그리고 아무리 완벽하게 통제를 하고 프로그램에 의해 조정한다 해도 인간의 의식은 철저하게 지배될 수가 없다는 메시지를 던진다. 복제가 되었든, 통제가 되었든 인간은 연기적 존재이고, 따라서 조건에 따라 달라지는 소중한 불성을 지닌 생명체이기 때문이다.

옴니 사이언스, 즉 전지전능하다는, 세상 모든 것을 자신의 설계대로 만들었다는 유일신조차 찰스 다윈의 존재를 예상치 못해, 200년 동안 진화론에 시달리면서 창조자의 위치를 위협받고 있으니, 조던과 링컨의 일탈은 그리 새로울 것도 없다.

영화 아일랜드는 매트릭스에서 그러했던 것처럼 완전히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고, 관객들로 하여금 그것을 믿는 동시에 두려워하게 만든다.

결국 아일랜드는 어디에도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순간 영화속 주인공들은 물론 관중들조차 상당한 혼란함과 상실감을 느낀다.

이 영화는 언젠가 현실이 될 인간복제의 윤리적 문제를, ‘나’라는 존재가 갖고 있는 허구성을 환기시킨다.

2005년 황우석 박사의 배아줄기세포 문제가 사회적 이슈가 되었을 당시 대부분의 기독교 학자들이 반대를 했던 데 비해 상당수의 불교학자들은 그의 연구에 찬성표를 던졌던 적이 있다. 당시 불교학자들은 “배아줄기세포 연구가 옳고 그름을 떠나 인간의 의식이 이미 거기에 미친 이상 인간복제 연구는 어떤 방식으로든 전개될 수밖에 없다. 그것을 막고 통제하기 이전에 인간복제가 가능해진 이후에 발생할 세계에 대해 우리는 준비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불교적 세계관 속에서 인간복제는 긍정 혹은 부정의 대상이 아니라 필연적으로 맞딱뜨려질 현실이다. 연기의 세계관 속에서 본다면 우리는 다음 생에서 또다시 인간이 될 수도 있지만, 또다른 존재로 태어날 수도 있다.

만일 또다른 무언가가 ‘복제인간’이라면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