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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타락 더는 못 보겠다”<br>심슨 딸 리사, 불교 개종하다

탁효정 | bellaide@naver.com | 2008-10-30 (목) 16:49

도대체 이런 싹수없는 가족이 있을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엉망진창 캐릭터 천지인 TV 만화물이라면 단연 짱구네 집과 심슨 가족을 꼽을 수 있지 않을까.

정말이지 저런 남편을 얻으면, 저런 아들을 낳으면 어쩌나 싶은 꼴통 천지인 집구석을 보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수밖에 없다.

그 중에서도 최근 한국 케이블TV에서도 절찬리에 방송되고 있는 심슨 가족 시리즈는 미국 중산층 가정을 배경으로 콩가루 구성원들의 얄궂은 이야기를 하고 있는 듯하지만, 이 만화는 그렇게 만만하게 볼 만화가 아니다. 1989년부터 20년째 방송되고 있으며, 미국 애니메이션 최고의 히트작으로 꼽히는 이 만화의 스토리들은 현재 미국이 처한 사회적 문제들을 아주 날카롭고 예리한 시각으로 풍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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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갖다 버린 쓰레기로 썩어가는 호수, 눈이 1000개 달린 괴물의 출현, 권력에만 몰두한 정치인들, 아이들과 마누라에게는 무심하지만 오히려 애완용 돼지와 사랑에 빠지는 아버지, 동성애자에 대한 경멸어린 시선, 타락한 교회, 탐욕과 위선에 빠진 이웃들.

그 중에서도 기자의 눈에 팍 띈 캐릭터는 바로 이 집의 개천용출이라 할 수 있는 딸 ‘리사’다.

멘사에 가입될 정도로 똑똑한 천재소녀 리사는 아빠와 이웃 사람들의 위선과 탐욕에 대해 사사건건 문제제기를 하는 인물이다. ‘아빠’라는 말밖에 못하는 동생 매기를 빼고는, 이 만화에서 가장 정상에 가까운 인물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 만화의 주제를 전하는 중요한 이야기들이 리사의 입을 통해 전달되곤 한다.

재미있는 점은, 이 소녀의 종교가 불교라는 것이다. 리사의 불교 개종은 미국 사회의 불교를 보여주는 중요한 메타포다.

시즌 13의 여섯 번째 시리즈물에 명확하게 나오는, 그녀가 불교도가 된 이유는, 미국 사회의 종교문제와 불교의 역할, 그리고 미국인들이 생각하는 불교의 이미지를 아주 정확하고 생생하게 그려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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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의 발단은 역시 리사의 아빠 심슨 씨이다. 로케트를 발사한다고 해놓구선 교회 천장과 창문, 벽에 구멍을 슝슝 내버렸으니, 어마어마한 돈을 들여서 고치지 않으면 안될 판이다.

그런데 여기에 돈을 선뜻 내겠다고 나선 인물은 이 동네의 최고 갑부이자 악덕기업주 번즈 사장이었다.

그는 교회를 으리으리한 쇼핑몰로 둔갑시켰다. 번즈 사장의 의뢰를 받은 인테리어 디자이너는 “충동욕구를 자극함으로써 마구 사게 만들 수 있는 신앙을 기초로 한 대형마켓을 택했다”고 리모델링 컨셉을 설명한다.

만화에서 그리는 교회의 풍경은 예수가 타락한 유대성전에 찾아가던 성경의 한 장면과 거의 흡사하다.

교회 입구에서 돈을 환전해가라는(헌금을 내기위해서는 캐쉬가 필요하니까) 환전소가 설치돼있고, 건물 앞에는 네온사인으로 번쩍 거리는 예수상이 조성돼 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그림 ‘최후의 만찬’은 예수의 얼굴 부분을 비워놓은 채 기념사진을 찍을 수 있는 포토존으로 돌변했다.

사람들은 의자가 편해졌다, 화장실 변기 안에 얼음이 채워져 있다며 교회의 화려한 변신에 환호한다. 광고판으로 둘러싸인 교회당 안에서 목사는 설교 도중, 협찬사의 간접 광고를 한다.

이에 분노한 천재소녀 리사는 “당신들은 영혼을 팔아먹었다”고 외치고, 목사는 리사에게 “기본적인 메시지는 똑같다”고 둘러댄다.

그러자 리사는 ‘바벨론의 창녀’ 같다며 소리를 질러댄다. 물질에 현혹돼 영혼을 팔아먹은 창녀에 다름 아니라는 것이다.

크게보기한껏 열받은 리사. 그녀는 자신의 새로운 종교를 찾겠노라고 선언하고 교회를 박차고 나온다. 그날 밤 리사는 자신의 침대 머리맡에서 기도를 한다.

“하나님. 난 절대 당신에게서 등을 돌리지 않겠어요. 다만 제게 필요한 것은 속박으로부터 자유로운 사원이에요. 난 내게 맞는 종교를 찾을 꺼에요.”

리사는 그날 이후 아미쉬 같은 신흥종교 단체들을 전전하며 자신의 새로운 종교를 찾아나선다. 그러다가 그녀의 눈에 확띈 곳은 바로 중국 불교사원. 높은 기와지붕 안으로 들어가자 그곳에는 헐리우드 스타 리차드 기어가 몇몇 사람들과 함께 명상을 하고 있다. 리사가 들어가자 그는 작은 모래정원을 가꾸며 불교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준다.

“불교에서는 어떤 것을 열망함으로써 고통이 생겨난다고 믿는다. 모든 것은 일시적이다. 공허란 존재 다음이다.”

리차드 기어의 법문에 감명받은 리사는 그 길로 불교로 개종한다. 그리고 자신의 영적 의문을 끝냈다며 가족들과 동네 사람들에게 ‘I'm Buddhist’라고 외친다. 그리고 옴마니반메훔을 외우며, 마당에는 보리수를 심어놓고 명상에 들어간다.

하지만 주변의 시선이 만만치가 않다. 독실한 크리스챤인 이웃집 아저씨는 사탄의 시대가 왔다며 아이들을 데리고 지하실에 칩거해버리고, 심슨은 “너는 내 딸이니까 내가 믿는 것을 믿어야 한다”고 강요한다. 그녀의 어머니는 딸의 기도 시간에 몰래 숨어서 하나님의 목소리를 흉내내 “다시 하나님에게 돌아가라”고 재촉한다. 그러나 이 강한 의지의 소녀는 끄덕도 하지 않는다.

그녀가 만난 최고의 난관은 다름아닌 ‘크리스마스’. 불교신자가 어찌 예수의 탄생일을 축하하고, 그날을 기념하는 선물을 받을 수 있단 말인가.

개종 이후 가장 큰 고뇌에 빠진 어린 불자는 다시 집을 나선다. 그리고 중국 사원을 찾아간다. 그러자 깊은 수행에 잠겨있던 리차드 기어는 리사에게 말한다.

“가족들은 너를 속이려 하지 않았단다. 불교는 타종교의 다양성을 인정해준단다. 그들의 오래된 전통인 자비와 동정만큼이나 말이다.”

그리고 리차드 기어는 “세상에는 축하할 일이 아주 많고 크리스마스도 그 중에 하나”라며 “가족들과 함께 크리스마스를 즐길 것”을 권유한다.

그제서야 리사는 진정한 마음의 평화를 얻고 집으로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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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는 말 그대로 뒤죽박죽이다. 중국사원에 리차드기어가 있고, 그는 달라이라마의 법문을 전한다. 게다가 그가 갈퀴로 쓸어내리는 것은 일본식 정원이다.

실제로 리차드기어는 달라이라마의 제자이며, 그는 로버트서먼과 함께 뉴욕에 티베트하우스를 세운 헐리우드의 대표적인 티베트 불자이다. 리차드기어가 쇠고랑이로 가꾼 작은 정원은 일본의 가레산스이식 정원의 축소모형이다. 일본 사찰에는 모래로 바다의 이미지를 만들고 바위로 섬의 이미지를 만들어 정원 속에 작은 소우주를 표현, 명상의 도구로 활용해왔다.

만화는 이처럼 티베트불교, 중국불교, 일본불교의 이미지를 뒤죽박죽 시켜 ‘불교’라는 하나의 공통분모로 묶어버린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시리즈는 서구인들이 받아들인 불교의 코드들을 아주 풍부하게 전달하고 있다. 달라이라마, 리차드기어, 높은 지붕의 중국사원, 일본식 정원, 옴마니반메훔, 무아와 공, 보리수 등.

무엇보다 서구인들이 환호하는 불교의 기본정신을 아주 정확하게 전달하고 있다. 타락하고 권력화된 교회에 대한 반발, 물질과 권력의 대안으로서의 새로운 종교에 대한 열망, 동양적인 이미지에 대한 약간의 환상까지.

무엇보다 기독교의 전통을 포기하지 않은 채 불자가 될 수 있음을 역설함으로써 최근 미국사회에서 늘어나는 christian-buddhist의 단면을 보여주었다는 것도 주목할 만한 점이다.

어쨌거나 이 영화는 지금 서구인들이 불교를 무지 좋아한다는, 심슨 가족처럼 싸가지 없는 인간들에게도 불교가 아주 건강하고 평화로운, 그리고 고매한 종교로 비춰지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그렇다고 해서 덩달아 우리까지 우쭐해할 필요는 전혀 없다. 이 만화에 대한 정보를 찾는 도중 한 블로거가 이런 이야기를 적어놓은 것이 눈에 띈다.

“만약 리사가 한국에 와서 요즘에 한국의 종교 꼬락서니를 보면……자기는 앞으로 절대로 종교는 안 믿을 거라고 생각할꺼야.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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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한독자 2008-10-31 09:5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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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소재, 좋은 기사 고맙습니다. 조계종 포교원이나 포교사단 같은데서 이 만화 많이 시청하도록 활용해야 할 것 같네요. 아니지, 스님들부터 많이 봐야 될텐데요 ㅋ ㅋ  수고하세요
두독자 2008-11-02 06:4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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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자요. 이런 기사 많이 써 주세여. 탁기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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