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ㆍ문화재 > 문화재
사라진 봉화 오전리 석불 광배<br>빼닮은 것이 호암미술관 정원에!?
이학종기자 urubella@naver.com 2014-06-17 (화) 13:23
김태형 학예사. 그는 불교계 한 언론사의 기자출신으로, 기자로 일할 때부터 문화재에 깊은 관심을 보이더니, 어느 순간 기자직을 훌훌 털어버리고 문화재 전문가의 길을 걷는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이다.
그는 꽤 오랫동안 천태종의 성보박물관 개관 준비의 주요 실무자로 일하다가, 최근에는 영주 부석사 성보박물관에서 일하고 있다. 그러나 기자 일을 했던 천성까지 아주 털어버리지는 못했는지, 봉화지역의 사라진 문화재를 찾아다니는 일을 틈틈이 하고 있었다. 그의 말릴 수 없는 성정은 페이스북을 통해 종종 페친(페이스북 친구)들에게 알려진다.
두어 달 전쯤 김태형 학예사가 페이스북에 “봉화 오전리 석불 좌상의 광배와 불두를 찾아 달라”는 ‘청원’을 한 적이 있었다. 봉화지역에 있었던 성보인데다가, 이 석불좌상과 광배가 부석사와 무관하지 않음을 잘 알고 있는 그의 호기심이 발동을 했던 것이다.
그리고 지난 5월 31일, 그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페이스북에 매우 중요할 수도 있는 글을 올렸으니 꼭 확인을 해달라는 것이었다. 아무래도 그동안 찾아 헤맸던 봉화 오전리 석불좌상에 대한 어떤 단서를 찾은 듯싶었다.
“그(봉화 오전리 석불좌상의 사라진 광배와 불두를 찾을 수도 있는) 실마리가 오늘에서야 확인이 되었네요. 사진 상으로 두 자료를 검색한 결과 90%이상 일치하는데 관계기관(문화재청, 문화재연구소, 봉화군청 등)에서는 조속히 현장 확인 후 회수 방침을 마련하도록 해주시기 바랍니다.”
이 같은 글과 함께 그는 두 장의 사진을 페이스북에 나란히 올려놓고 있었다.
석조좌불과 광배의 사진과 용인 호암미술관 주정(主庭)에 있는 광배의 사진이었다. 그가 두 사진을 나란히 올려놓은 것은 봉화 오전리에 있던 광배가 용인 호암미술관 정원에서 발견되었으니, 전문기관에서 확인을 해 본래의 자리로 옮겨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었다.
호암미술관 주정에 있는 광배와 봉화 오전리에서 사라진 광배가 같은 것인지는, 전문가의 확인 절차가 필요하겠지만, 일단 육안으로 보기에는 같은 것으로 보인다.
본래 석조좌불과 광배가 소재해 있던 곳은 현재 경북 봉화 물야면 오전리에는 현재 불두 없는 석불만 덩그러니 남아 있다. 그런데 김태형 학예사는 불두가 사라지기 전의 모습을 담은 사진을 〈오가와 게이키치(小川敬吉)조사문화재자료집〉(1994년. 108쪽 사진자료번호: 07021-97)에서 찾아낸 것이다. 그리고는 “현지 주민들 말로는 1950년대에 누군가 가져갔다고 한다”는 취재기까지 곁들어 밝혀 놓았다.
“이제야 그(사라진 광배) 소재지를 어렴풋이 알 수 있겠군요!”
그의 흥분된 목소리가 페이스북에서 들려오는 듯했다. 그는 나머지 사진 하나는 현재 경기도 용인 호암미술관에서 야외에 전시되고 있는 것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두 사진에 나타난 광배에 대한 견해도 붙여놓았다.
“두 사진의 광배를 자세히 살펴보면 원형의 2줄로 된 내부와 외부의 두광선이 일치하고 중앙 두광의 원형과 주위를 둘러싼 문양, 그리고 중앙 두광 주변을 둘러싼 화려한 문양의 배치도 거의 일치합니다.”
지금 당장 현장에 가서 확인하고 싶지만 사정이 여의치 않으니 이 글을 보시는 분들 중에 제가 앞서 제시한 근거자료를 바탕으로 현장 확인을 해달라는 간곡한 당부와 함께, “아마도 이곳(호암미술관)에 불두도 함께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 부분에 대한 조사도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일제시대에 오가와 게이키치가 촬영한 경북 봉화군 오전리 광배와 불상 사진.
크게보기
삼성문화재단 호암미술관 야외에 전시돼 있는 광배
크게보기
현재 오전리에는 광배는 없어진 채 경북도 유형문화재 154호인 ‘석불 좌상’의 몸통만 남아 있다. 사진=김태형·황평우·국립문화재연구소 제공
현재 봉화 오전리에 있었던 광배로 추정되는 광배가 발견된 장소는 호암미술관의 주정인데, 주정이란 미술관 앞의 중앙에 위치한 1,200여 평의 넓은 마당(정원)을 말한다. 호암미술관은 이곳을 “120평 크기의 연못과 산자락을 살며시 기대고 있는 듯한 정자, 작은 폭포와 계류, 오랜 시간의 흔적을 볼 수 있는 대석단과 3단의 화계로 구성되어 있고, 동쪽으로 소나무 우거진 산, 서쪽으로 관음정, 북쪽으로 미술관, 그리고 남쪽으로 아름다운 산과 호수가 각각 이어져 담 안과 밖이 어우러지고 삼라만상이 모두 정원의 주요 구성 요소가 되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으니, 부처님이 위신력을 상징하는 광배가 이 정원의 장식품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호암미술관은 이 광배(석조당초문광배)에 대해 다음과 같은 설명을 붙여 놓고 있다.
“좌불(좌불)에 쓰였던 광배로 생각됩니다. 위가 뾰족하고 아래가 넓적한 배 모양(舟形) 광배입니다. 두광(頭光)과 신광(身光)의 테두리 선을 경계로 하여 안쪽에 당초문(唐草文)과 바깥쪽에 화염문(火焰文)이 도드라지게 조각되었습니다. 활달하고 정교한 기술로 보아 통일신라 시대의 작품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광배와 불두가 1950년대 누군가에 의해 사라진 봉화의 오전리에 남아 있는 머리 없는 불상의 현재 경상북도 유형문화재 제154호로 지정(1982. 2. 24)되어 있다. 정식 명칭은 ‘봉화오전리석조아미타여래좌상(奉化梧田里石造阿彌陀如來坐像)’이다. 관리자(관리단체)는 봉화군으로 되어 있다.
군(郡)에서는 이 불상에 대해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경상북도 봉화군 물야면 오전리에 있는 석불좌상으로 머리만 없어졌을 뿐 거의 완전하게 남아 있다. 당당한 어깨에 가슴은 건장하며 허리는 잘록한 모습이다. 손은 왼손은 무릎 위에 올리고 오른손 끝을 아래로 향하고 있다. 왼쪽 어깨만 걸친 얇은 옷은 몸에 밀착되어 사실감을 더해주고 있으며, 옷 주름은 평행계단식으로 묘사하였다. 앉아 있는 대좌(臺座)는 상대·중대·하대로 구성되어 있는데, 상대와 하대에는 화려한 연꽃잎을 새겼다. 8각형의 중대는 각 면에 사천왕 입상을 돋을새김하였다. 신라말의 전형적인 석불상으로 부석사의 석불상들과 상당한 연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당국(군, 문화재청)의 설명에는 놀랍게도 광배에 대한 언급이 없다. 김태형 학예사가 찾아낸 〈오가와 게이키치(小川敬吉)조사문화재자료집〉(1994년. 108쪽 사진자료번호 : 07021-97)을 몰랐을 리 없는 당국이 어쩐 이유에서인지, 광배가 이곳에 있다가 사라진 연유를 설명하지 않고 있으니, 이 또한 의문이다. 또한 호암미술관은 이 광배를 통일신라 시대 작품으로, 경상북도는 신라말의 전형적인 석불상으로 보고 있어 시기가 일치하지 않고 있는 것도 문제다.
김태형 학예사는 이 문제로 몹시 기분이 상해 있는 중이다. 사라진 광배, 그리고 어쩌면 광배와 함께 되찾을 가능성도 있는 불두의 존재를 책임 있는 기관에서 추진하도록 봉화군 문화재과에 알려주고 요청을 했더니, 도(道)로 미루더라는 것이다. 도에도 관련 자료를 설명하고, 나아가 문화재청에도 이 사실을 알렸으나, 그 역시 공문서식을 갖춰서 신고를 하라며 시큰둥하더라는 것이다. 도지정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는 것에 대해서도 이 정도이니 문화재자료나 향토자료, 비지정문화재 관리에 대해서는 유구무언 수준이라며 김 학예사는 개탄을 금치 못하고 있다.
김 학예사는 고심 끝에 ‘문화재계의 호법신장’이라는 별칭을 가지고 있는 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 소장(문화재전문위원)에게 이 사실을 알리고, 잃어버린 문화재가 원래의 자리로 되돌아오는 데 힘을 보태줄 것을 요청했다. 황 소장은 김 학예사의 전화를 받는 즉시 봉화 오전리로 달려가 현장을 확인하는 등 현지 조사를 마쳤다. 그리고는 용인에 있는 호암미술관을 찾아가 주정에 세워놓은 광배(오전리에서 사라진 것으로 추정되는)을 찾아 촬영하는 한편 이 광배의 입수 경위를 공개할 것을 호암미술관 측에 요청했다.
황 소장과 김 학예사는 그 후에도 서울에서 만나 사라진 광배와 불두를 찾아 본래의 자리에 되돌려 놓은 방법에 대해 숙의를 거듭했다. 호암미술관에 전화를 걸어 광배의 입수 경위를 공개해줄 것을 거듭 요청하는 한편, 문화재청 등에도 연락을 다시 취했다. 그러나 모든 일이 쉽게 해결되지는 않았다. 호암미술관 측은 오전리에서 사라진 광배와 호암미술관 주정에 있는 광배는 ‘다른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고, 문화재청은 아직까지는 별 다른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는 중이다.
호암미술관 측은 경북 봉화에서 사라진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신라시대 불교 문화재를 전시하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하고 있다. 호암미술관 측은 김태형 학예연구사(영주 부석사 성보박물관)와 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장이 주장하는 “경북 봉화군 오전리에서 도난당한 것으로 보이는 9세기의 석조 광배(부처의 몸에서 나오는 진리·지혜의 빛을 상징하는 것으로 불상의 머리, 몸체 뒤쪽에 자리하는 불교장식)가 경기 용인의 호암미술관 야외 전시장에 전시돼 있는 것을 최근 확인했다”는 6월 16일의 공개 발표에 대해 부인하는 입장을 <경향신문>을 통해 내놓았다. “사진 속 광배의 두광은 옆으로 퍼진 타원형인데 호암미술관 광배는 완전한 원형이며 사진 속 광배는 하단 오른쪽이 깨진 것으로 보이는데 호암미술관 광배는 파손 부위나 수리한 흔적도 없다”는 것이 호암미술관 측의 ‘다르다’는 주장의 근거다. 호암미술관 측은 “일방적 주장에 당혹스럽다”는 의견까지 덧붙였다.
자발적 유료 독자에 동참해 주십시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