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융·건릉이 아파트 건설계획으로 훼손될 우려가 크다며 한 비정부기구(NGO)가 유네스코 본부에 현지실사를 요구하고 나섰다.

사단법인 정조대왕문화진흥원은 8월 29일 '세계문화유산 조선왕릉(융·건릉) 연계유적 보전 현지실사 요청서'를 유네스코에 지난 22일 제출했다고 밝혔다.

건릉은 조선 22대 정조와 그의 부인인 효의왕후 김씨의 무덤이다. 정조는 효성이 지극하였으며 많은 인재를 등용하고, 조선 후기의 황금문화를 이룩하였다. 건릉은 현융원의 동쪽 언덕에 있었으나 효의왕후가 죽자 풍수지리상 좋지 않다는 이유로 서쪽으로 옮기기로 하고 효의왕후와 합장하였다. 무덤은 한 언덕에 2개의 방을 갖추었으며 난간만 두르고 있고, 그 외의 모든 것은 융릉의 예를 따랐다. 혼이 앉는 자리인 혼유석이 하나만 있으며, 융릉과 같이 8각형과 4각형을 조화시켜 석등을 세웠다. 문무석은 사실적이며 안정감이 있는 빼어난 조각으로 19세기 무덤의 석물제도의 새로운 표본을 제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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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에 소재해 있는 융릉의 전경. 사진=문화재청 제공

정조대왕문화진흥원의 요청서에 따르면 LH가 2006년부터 융·건릉 바로 앞에 태안3지구를 지정, 택지개발을 시작해 왕릉와 부속시설인 용주사의 만년제 사이에 18층 높이의 고층아파트 3천80세대 건립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택지개발지구 안에 1800년에 조성된 정조대왕 초장지(初葬地·처음 묻힌 곳)가 존재하는 사실이 확인됨에 따라 이 일대 개발은 철회해야 한다고 정도대왕문화진흥원은 주장했다.

정조대왕문화진흥원은 2007년 5월부터 정조대왕 초장지를 포함한 융릉·건릉의 사적 확대지정을 문화재청과 유네스코 한국위원회에 요청했지만, 계속 묵살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정조대왕문화진흥원은 아파트 신축시 융릉·건릉의 역사문화적 가치가 크게 훼손되므로 현지실사를 통해 철저히 점검해 달라고 유네스코에 요구했다.

정조대왕문화진흥원은 또 조선왕릉의 세계문화유산 등재시 한국정부가 합의한 '보존의 약속'을 위반하고 있다며 정부 관련 기관에 대한 엄격한 조치도 촉구했다.

이 요청서는 8월 26일 유네스코에 접수돼 29일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 파리회의에서 안건으로 채택됐다고 정조대왕문화진흥원은 전했다.

정조대왕문화진흥원에 따르면 유네스코 한국위원회와 문화재청에 수차례 문제제기를 했지만 '검토 중'이라는 답변뿐이었다. 이들은 “유네스코가 조선왕릉 일대의 택지개발을 취소하고 세계문화유산관리에 대한 이행의무를 충실히 지키도록 한국 정부에 권고해줄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정조대왕문화진흥원은 용주사 주지가 이사장을 맡았고, 물심양면 후원해오고 있으며, 용주사 재가 거사들이 핵심적 역할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