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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광역시의 중심에 있는 보문산은 대전 사람들의 휴식공간이다. 보문산의 왼편, 산성의 동남쪽 아래에 마애불이 숨겨져 있다. 여승들의 수도처인 복전암(福田庵)을 끼고 산성을 향해 숲이 우거진 계곡을 삼십 분 남짓 오르면, 토산에 박힌 6미터 가량의 큼직한 암벽을 만난다. 그 모양새부터 범상치 않다. 매바위 같기도 하고 코끼리바위 혹은 거북바위로도 보이기 때문이다. 예부터 대전 사람들이 신성한 바위로 모셨을 터인즉, 바위를 빙 둘러 이곳저곳에 지금도 치성을 드렸거나 이름을 써놓은 흔적이 보인다. 이 바위의 서남향으로 깎아지른 벼랑에 3미터가 조금 넘는 부처가 앉아 있다.

마애불좌상은 얕은 저부조와 선각으로 묘사되어 있어, 얼핏 보면 편평한 벼랑에 그린 불화 같다. 머리에는 나발이 촘촘하고, 곱게 다듬은 엷은 부조의 얼굴에는 살결의 피부감도 느껴질 것 같다. 추켜세운 눈매와 양끝을 살짝 처지게 한 두툼한 입술이 중후한데, 그 느긋한 인상에서 대전 지역 호족의 미의식을 엿볼 수 있다. 신체는 마모가 심하나 선각이 부드럽게 살아 있다. 어깨 부분은 얼굴처럼 입체감을 나타낸 저부조이고, 어깨 아래쪽은 양각 선묘이다. 특히 가느다란 옷주름을 따라 붉은 칠을 하였던 흔적이 역력하여 회화적인 느낌을 배가시킨다. 광배는 넓은 띠의 원형 신광으로 몸 전체를 감싸고 여기에 작은 원형의 두광을 연결시킨 형태이다. 상체는 얕은 저부조로, 하체는 선각으로 표현한 방식이나 상호·자세·광배 등 비교적 도상적 격식을 갖춘 점을 고려해볼 때 고려 중기 마애불의 전형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