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 중소기업개발원 안으로 난 산책로를 따라 문수봉 중턱에 오르면, ‘ㄱ’자의 암벽에 새겨진 선각의 보살 두 분을 만난다. 지상에서 1미터 정도의 높이에 새긴 마애보살상이다. 이 암벽의 50미터 아래 약수터 주변에는 기와조각들이 흩어져 있어 옛 절터였음을 짐작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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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보살상은 선각에 가깝지만, 안면의 양감을 살린 저부조이다. 끝을 살짝 올린 눈매가 깊으면서 통통한 얼굴이며, 머리를 높게 묶은 모양이다. 넓은 어깨에서 잘록한 허리로 이어지는 몸매가 유연하다. 가슴 앞으로 올린 왼손은 엄지와 검지를 맞댄 모습이고, 오른손은 밑으로 내린 자세이다. 보살상인데도 아미타불 수인과 유사하여 주목된다. 한편 보살상답게 상체는 나신으로 하고 치마를 입은 복장이다. 치마는 발목에 닿으며, 양발은 옆으로 벌려 연화좌대를 딛고 서 있다. 그런 발에 나란하게 표현된 발가락은 어느 정도 탄력이 살아 있고도 고풍스런 보살상을 보는 긴장감을 풀기에 족한 재미난 형태이다. 탁본을 해보면 양팔목의 팔찌 장식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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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쪽 보살상은 자세와 의습에서 맞은편 보살상과 대칭을 이룬다. 얼굴과 몸을 왼편 보살쪽으로 살짝 틀고 서 있다. 왼쪽 보살보다 얕은 선각으로 표현되어 전체적으로 마모가 심한 편이다. 민머리에 이목구비가 덜 드러나지만, 반달 같은 눈매에는 부드러움이 배어난다. 왼쪽 보살상과 같은 복식으로 딱딱한 자세이며 대좌가 없다. 특히 바위면을 다듬었던 정의 흔적이 거칠게 남아 있어 미완성이란 느낌도 든다. 두 상이 같은 시기에 조성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간다.

이렇게 두 보살상만을 서로 마주 보도록 조성한 예는 거의 없다. 산 이름 그대로 지혜의 보살인 문수(文殊)의 화현으로 본다면, 이와 대조를 이루는 또 하나의 보살상은 실천행의 보살인 보현(普賢)이 될 것이다. 마애불이 새겨진 암반의 앞부분은 경사가 급하고, 치성을 드릴만한 공간이 좁다. 그리고 주변은 잡목이 우거져 있다. 이곳에서 300미터 정도만 더 오르면 문수산의 정상이다. 정상에 서면 숲에 가려 보살상이 못다 보여준 용인 일대가 훤하게 열리는데, 마애불에서 내려다보는 풍경은 북동향의 원삼 들녘이다. 정미천 주변에 형성된 넓지 않은 분지로 나지막한 산들에 아늑하게 둘러싸여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