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게보기

옥천용암사마애불입상. 통일신라 9세기. 높이 1.2미터

충청북도유형문화재 제17호. 옥천군 옥천읍 삼청리.

옥천은 지명 그대로 금강을 끼고 형성된 비옥한 땅이다. 충북 옥천읍 남쪽으로 충남 금산군과 접경을 이루는 산이 장룡산(長龍山)인데, 남북으로 긴 봉우리 형태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장룡산 북쪽 중턱의 인적이 드문 팍팍한 오솔길을 오르면, 산고개 사목재를 넘어 산사 하나가 들어서 있다. 이곳에 용처럼 생긴 바위가 모여 있어 절 이름도 용암사이다. 절은 법주사를 창건한 의신조사가 인도에서 귀국하여 552년(신라 진흥왕 13)에 세웠다고 하나, 그 내력을 정확히 고증하기는 어렵다. 또 한편 신라 말 마의태자가 금강산으로 가는 도중 용암사에 들렀을 때 “바위가 깨지는 모습을 보고 국운이 다한 신라를 떠올리며 통곡했다”는 설화가 전해진다. 용바위에 새겨진 마애불도 마의태자가 조성했다는 것이다.

용암사 마애불입상은 북동향의 암면에 옥천읍내를 내려다보는 전망 좋은 곳에 서 있다. 옥천 사람들의 염원과 그 삶터의 풍요를 기원해 주는 마애불의 역할을 충분히 짐작케 한다. 바위를 편평하게 다듬은 얕은 감실을 광배로 삼아 불상을 새겨놓았는데, 그 위에는 자연석이 돌출되어 있어 마치 부처의 위엄을 나타내기 위한 보개처럼 보인다. 부처는 화려하게 피어난 연화대좌 위에 서 있다. 오른손을 가슴 앞으로 올려 엄지와 약지를 맞대고, 왼손은 손가락을 구부린 채 늘어뜨린 자세이다. 아미타구품인의 변형으로 보인다. 얼굴에는 코와 입술 윤곽이 오목하지만, 가느다란 눈 주위는 탄력 없이 부은 듯하다. 넓은 어깨와 균형을 이룬 몸에, 타원형으로 주름져 내려가는 옷주름은 신라말기 양식이다. 특히 법의와 입술에 곱게 남은 붉은 채색은 회화적인 맛을 느끼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