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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주노석동마애불상군. 통일신라9세기. 본존높이 1.6미터. 보살상 1.2미터. 1.1미터. 여래좌상 0.9미터. 보물 제655호. 경상북도 칠곡군 약목면 노석동.

마애불을 찾는 길은 험난한 경우가 허다하다. 이 마애불도 마을의 농로를 지나 산 중턱 정도부터 가파른 외길로 숨을 몰아 족히 삼십분은 올라야 만난다. 산 정상을 조금 못 가서 신험한 분위기가 물씬한 바위무더기 가장 안쪽에 마애불이 자리해 있기 때문이다. 나이 든 소나무 등걸을 잡고 맞은 편 바위를 타고 올라가 보아야 황톳빛이 곱게 물든 마애불의 밝고 고운 채색의 자태를 제대로 대하게 된다. 그러나 마애불 답사는 그런 만남으로 끝나지 않는다. 마애불의 시선을 따라 가보면 키 작은 산죽너머 경호천과 낙동강 줄기 주변의 황금들판이 열리고, 팔공산 자락과 금오산이 한 눈에 들어온다. 이렇게 본 풍경들에서 새삼 우리의 산하에 감격하고 놀랄 때가 많다.

칠곡의 도고산(道高山)은 금오산 줄기가 남쪽으로 내려온 누진산과 비룡산 아래 솟은 봉우리이다. 산의 동편 암석 군락지에 그림 같은 마애불상군이 새겨져 있다. 마애불상군은 아미타삼존과 별도로 오른쪽에 작은 여래좌상이 새겨져 있어 특이하게도 네 분이 되었다. 별도의 상은 시차를 달리하여 후대에 새긴 것으로 보인다. 삼존의 두광 위로 돌출된 바위가 불상을 보호하고 있으며, 전각을 지었던 흔적도 보인다.

동북향으로 앉은 마애불상군은 얕고 부드러운 융기선묘로 묘사되어 있다. 본존의 법의에는 아직도 붉은 칠의 흔적이 비단에 선염되듯 배어 있어 흡사 바위에 그린 불화 같다. 편하게 앉은 본존에 비하면 보살상의 크기가 현저하게 차이 난다. 연화대좌에 결가부좌로 앉아 있는 본존은 구품인 중 중품중생으로 보이는 수인을 한 아마타여래이다. 커다란 가분수형의 상호에 면으로 처리한 육계와 머리가 큼지막하다. 그에 비해 가운데로 몰린 눈·코·입은 작다. 통견의 형태의 법의는 융기된 옷 주름이 왼팔 쪽으로 연결되어 어색한 느낌이다. 넓은 때 모양의 단순한 두광 표현과 대조적으로, 광배에는 위로 뻗어 오른 화염무늬를 꽉 채워 넣어 장식했다.

아미타본존을 향해 앉은 좌우 보살상은 더욱 간략하게 묘사되고 신체비례가 심하게 왜곡된 편이다. 왼편의 보살상은 교각상(交却像) 형태로 연화좌 위에 앉아 있는데, 두 손을 들고 본존에게 무엇인가 질문하는 듯한 자세가 재미있다. 삼존불 오른편의 왜소한 여래상은 가분수의 치졸한 표현을 보여준다. 암면 공간을 충분히 안배하지 못하여 상들이 겹쳐지기도 하였는데, 신라 후기 경주가 아닌 지방에서 조성되는 미숙한 묘사력을 보여주는 사례인 듯싶다. 기존의 불상들에서는 흔치 않은 색다른 자세들이 신선하게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