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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남산삼릉계곡상선암마애불좌상. 통일신라 8세기 후반∼9세기 초반. 높이 6미터.

경상북도유형문화재 제158호. 경주시 배동.

경주 남산의 서쪽, 가장 많은 불적이 집중된 큰 계곡이 ‘삼릉계’이다. 신라의 세 왕, 즉 제8대 아달라왕(阿達羅王), 제53대 신덕왕(神德王), 그리고 제54대 경명왕(景明王)이라 전하는 세 능이 계곡 입구에 자리 잡고 있어 붙여진 이름이다. 세 능의 옆에는 경명왕의 동생인 신라 말의 경애왕릉(景哀王陵)도 함께 있다. 이 계곡은 사철 시원한 물이 끊이지 않는다 하여 ‘냉골’이라고도 불린다.

삼릉계의 가장 높은 위치에 상선암(上仙庵) 마애불이 있다. 암자의 이름처럼 신선 같기도 하고, 맏형 같기도 한 대마애불좌상이다. 남향으로 앉은 부처는 남산의 주봉인 금오봉과 고위봉을 마주하고, 형산강 주변의 내남평야를 바라보고 있다. 조금 더 올라 마애불의 맞은편인 금송정터 바둑바위에서 경주 시가와 함께 전체 경관을 조망해보면, 신라인들이 조형한 남산 미학의 정수를 맛볼 수 있다. 이런 최고의 시야라면 상선암 마애불 같은 대담한 조각을 조성해 봄직하다.

마애불은 두상에서 어깨까지 거의 환조에 가깝도록 고부조로 조각한 데 반해, 앉은 자세의 아랫부분은 음각선묘로 표현했다. 눈 주위에 살이 많이 올라 실눈이 되었지만, 강렬한 인상이다. 그 눈빛만으로도 남산 자락과 경주 시내를 출렁이게 할 것 같다. 넓적하게 살찐 방형의 얼굴에 눈매와 콧날이 또렷한데, 8세기의 이상화된 상호와 거리감이 느껴진다. 오른손은 가슴으로 올려 펴고, 왼손은 결가부좌한 다리 위에 얹힌 자세이다. 무릎 아래 대좌의 연꽃잎은 거구에 알맞도록 시원스럽게 피어오른 모습이다. 남산의 맏형다운 당당한 상체에 걸친 통견의 형태의 법의는 배, 양소매, 양무릎에 잔주름이 많다. 번잡스러운 옷주름은 딱딱해진 얼굴표정과 함께 신라 후기 불상의 양식적 특징이기도 하다.

마애불 앞에는 치성을 드리며 암반에 주먹돌을 문지르는 무속적인 잔영이 아직도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