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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천에서 증평으로 가는 국도 중간쯤이 초평면소재지인 용정리이다. 두타산(頭陀山)의 북서쪽 줄기인 낮은 언덕 기슭의 암반에 면소재지 길목을 지키는 마애불이 새겨져 있다. 서남향의 바위면을 쪼아 얕은 감실을 이루고 그 안에 부처님을 모셨는데, 마치 미호천 들녘을 껴안고 있는 듯하다.

마애불은 양손을 수직으로 내린 입상이다. 거친 목판화를 보는 듯 선묘가 투박하고 깊게 음각되어 있다. 각이 진 얼굴에 이목구비가 뚜렷하지 않고, 눈 꼬리가 삐죽하게 올라가 마치 순박한 산골아저씨 같은 인상이다. 불상의 육계는 깨져 있다. 법의는 양어깨에 걸친 통견의이다. ‘U’자형 옷주름은 정제된 맛이 없고, 무릎에서 내려오는 내의는 수직으로 주름져 있다. 9세기 이후 지방에서 나타나는 거칠면서 순박한 불상양식을 잘 보여준다.

만약 제작시기를 밝힌 명문이 없었더라면, 고려불상으로 여겼을 법하다. 마애불의 왼편으로는 후대에 새긴 ‘미륵불(彌勒佛)’이라는 큼직한 글씨가 있으며, 반대편에는 ‘太和四年庚戌三月 日’이라는 명문이 확인된다. 태화4년은 신라 흥덕왕 때로 830년이다. 이곳에 금정사(金井寺)가 있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