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3-17 (화) 12:11
옛 가야 땅 함안의 방어산은 가야불교의 성지로 알려진 곳이다. 그렇다고 가야의 불교유적이 있는 곳도 아니고, 산 정상에 그 후예들이 선각으로 조성한 마애약사삼존불이 남아 있을 뿐이다. 방어산 중턱에는 마애불에서 이름을 딴 마애사라는 절이 한창 중창중이다. 마애사까지 오르는 길 역시 만만찮다. 이 절에 도착해서도 3킬로미터 정도의 힘겨운 산행이 보태져야 마애약사삼존불을 만난다. 삼존불은 남향한 폭 7미터, 높이 5미터 정도의 수직 암벽에 새겨져 있다. 암벽 오른쪽으로는 노송 한 그루가 그림자를 길게 드리우고 있어, 한낮이 지나야 그림자 없는 마애불 전신을 감상할 수 있다.
이곳은 함안에서 방어산으로 들어오는 들녘과 주변 산세들을 훤히 조망할 수 있는 공간이다. 특히 마애불을 지나 또 다른 폐사지에 올라보면 더더욱 열린 풍광이 한눈에 들어온다. 이런 아름다운 풍광을 가슴에 가득 담고 나면, 퇴적암이라는 바위 자체의 결함을 알고서도 왜 이곳에 마애불을 제작하였는지 쉽게 수긍이 간다. 검은 회색의 퇴적암은 결이 얇아 표면이 뚝뚝 떨어져 나가기 때문에 불상을 새기기가 수월치 않고, 새긴다 해도 표면이 울퉁불퉁하여 매끈하게 다음을 수 없는 약점을 갖는다. 그래서 조각가는 바위의 결함을 감안하여 조심스럽게 정으로 쫀 점들을 잇는 음각선묘기법을 활용했다. 그 세련되지 않은 음각선묘가 오히려 불상의 회화미를 한층 더 더해준다.
본존은 7등신 정도의 적절한 비례감이 돋보인다. 오른손은 가슴 앞으로 들어 손바닥을 내보이고, 왼손은 가슴 앞에서 큼직한 약합을 들고 있는 약사불의 수인이다. 손과 약합을 강조한 듯, 신체비례에 비해 눈에 띄게 크다. 둥근 얼굴에 두 눈꼬리가 올라가 있고, 이목구비를 이루는 또렷한 선에서 약간의 볼륨감도 느껴진다. 소발의 육계는 둥글고 높은 편이다. 법의는 양어깨에 걸친 통견의이며, 일정한 간격의 주름이 발목까지 닿아 있다. 손상된 하반신은 뚜렷하지 않으나 선각의 흔적이 남아 있다. 이 약사불이 서 있는 대좌의 연꽃은 아직 덜 피어난 듯 오므린 모습이 인상적이다.
약사불의 협시는 일광보살과 월광보살이다. 본존을 향해 고개를 돌린 두 보살의 자세는 투실한 선묘와 조화를 이루어, 오히려 정면상의 본존보다 한층 회화성이 높다. 눈매가 한껏 올라가 있어 관능적인 느낌마저 자아낸다. 우협시보살상은 양손을 가슴 앞으로 올려 합장을 하기 직전의 모습이다. 미간에는 백호가 뚜렷하며 주름이 성글게 진 치렁치렁한 천의와 치맛자락이 몸을 감싸고 있다. 긴 머리를 예쁘게 틀어올려 그 끝이 양어깨를 살짝 덮는다. 좌협시보살상은 양손을 가슴 쪽으로 올렸으나 손과 가슴까지의 거리감을 정확히 살리지 못한 어색함이 없지 않다. 그리고 우협시보살상과 대조적으로 미간을 찡그린 듯하여 인상이 강하다. 두 보살상이 딛고 서 있는 연꽃 또한 본존처럼 만개하지 않은 연꽃이다.
우협시보살상의 팔꿈치 옆에 명문이 보인다. 불상을 만든 장인은 신라 17관등 중 5두품에 해당하는 ‘미도(彌刀)’이며, ‘貞元十七年 辛巳 三月’이라고 밝혀져 있으니 애장왕 2년인 801년에 제작되었음을 알 수 있다. 마애불은 맞은편 산 정상에 솟은 미륵불이라 불리는 암봉과 마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