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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짝 내민 작은 입술에 미소가 생생히 살아

| | 2008-11-24 (월)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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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골굴암마애불좌상. 통일신라 9세기. 높이 4미터

보물 제581호. 경상북고 경주시 양북면 안동리.

경주 기림사로 가다보면 왼편에 골굴암으로 향하는 계곡 샛길이 나온다. 골굴암에는 모래 섞인 석회암 암반이 높다랗게 솟아 있고, 암벽의 동남향 상단에 마애불좌상이 부조되어 있다. 앞산 봉우리에 막힌 은자의 모습이지만, 동해 쪽을 향한 위치이다. 마애불 왼편의 굴들은 사람이 들락거릴 정도여서 수도처였음을 짐작할 수 있는데, 지금은 현대 조각불상을 모셔두고 치성을 올리는 예배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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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애불에는 목조전각을 지어 법당굴로 활용했던 듯하다. 암질 특성상 그 빛깔이 곱기는 하나 쉽게 마모되는 단점이 있어서인지 마애불은 하반신부터 손상이 심하다. 그러나 살짝 내민 작은 입술에는 미소가 생생하게 살아 있다. 반쯤 뜬 눈과 더불어 고부조의 통통한 상호는 마치 순박한 소년을 대하는 듯하다. 마애불의 법의는 좌우에 ‘V’자형 옷주름이 도식적으로 반복되어 있어 9세기 불상의 양식적 특성을 보여준다. 왼손은 배 앞에서 손바닥을 위로 향하여 약지와 엄지를 맞대었고, 오른팔은 손상되었으나 무릎 위에 얹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광배에는 연꽃과 불꽃무늬가 음각으로 새겨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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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굴암은 한때 신라 최고의 절로 꼽히던 기림사의 암자로, 원효대사와도 관련이 있다. 인근에 감포 유적인 감은사와 대왕암이 있으니 한창때의 사세를 짐작할 만하다. 부처의 세계를 열망했던 신라인들의 염원이 느껴지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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