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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남산신선암마애보살상. 통일신라 8세기 후반. 높이 1.9미터

보물 제199호. 경상북도 경주시 남산동.

경주 남산 봉화골 정상에 놓인 거암 절벽의 모서리를 조심스럽게 돌아가면 한 분의 보살상과 만난다. 경주고도를 배경으로 남산의 남쪽 산세를 바라보는 위치이다. 칠불암과 연계된 암봉에서 하늘과 맞닿은 암벽을 절묘하게 선택했는데, 남향해 있어 하루 종일 햇빛의 변화에 따라 달라지는 분위기에 황홀함마저 느끼게 한다. 이런 감흥을 불러일으킬 수 있도록 의도적으로 바위의 일부를 떨어내어 공간을 조성한 것 같다. 큰 덩어리 암반의 앞면을 안으로 살짝 오목하게 깨어내고, 네모꼴의 바위면에 보살상을 가득 채워 새겨 넣었다. 보살상의 윗부분에는 튀어나온 턱을 만들어 얕은 지붕을 삼았고, 그 위로 ‘ㅡ’자형의 깊은 홈은 차양을 꽂았던 것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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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살상은 얕은 저부조이면서도 관능미를 느끼게 할 정도로 볼륨감이 넘친다. 풍만한 몸매를 감싼 유려한 천의와 치마의 부드러운 옷주름 질감이 생생하게 느껴진다. 원숙한 신라의 8세기 회화가 그러했을 것이다. 선묘나 형상미가 한층 농익은 맛을 풍기는 것으로 보아, 칠불암 조각보다 한두 세대쯤 뒤에 만들어진 것으로 보인다. 표정이 약간 경직되어 있지만, 석굴암 이후에 조성된 불상조각의 예술미를 느끼기엔 부족함이 없다.

보살상은 배 모양의 얕은 감실을 광배로 삼아 오른발을 자연스레 연꽃받침에 내리고 앉아 구름을 타고 남쪽을 바라보고 있다. 반가좌(半跏坐)와 유희좌(遊戱坐)의 중간 형태로 한국의 불상에서는 흔치 않은 자세이다. 화려한 수식들로 치장된 삼산형(三山形) 모양의 보관을 쓰고 있으며, 양 갈래로 묶은 보살의 머리카락은 어깨에 닿는다. 두 손을 가슴에 모으고, 오른손에는 꽃가지를 든 자세이다. 광배는 세 줄의 두광과 신광으로 시원스레 둥글렸으며, 대좌 밑으로는 유려하게 운문(雲紋)이 흐른다. 도솔천에서 용화수 가지를 들고 설법하는 미륵보살의 모습을 신라인들은 어떻게 상상했을까. 벼랑 끝에서 마주하면 보살상이 구름을 태워 천상으로 이끌어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