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연재 > 마애불이야기

자세 경직됐으나 시선은 천왕봉 변화를 주시

| | 2008-09-08 (월) 00:00

함양마천마애불의 근엄한 표정. 도식적이고 딱딱하다.크게보기

함양마천마애불입상 고려 11∼12세기. 높이 5.8미터

보물 제375호. 경상남도 함양군 마천면 덕전리

지리산의 동쪽 절경인 백무동 계곡으로 오르는 중턱에서 덕전마을을 돌아가면, 덕봉암(德峯巖)(지금은 조계종 고담사라는 간판이 붙어 있고, 마애불 앞에 불사가 진행 중에 있다.)이 장대한 산세에 포근히 안겨 있다. 암반 위의 크고 작은 바위들 사이에 6미터가 넘는 큰 바위 하나가 우뚝하다. 그 암벽의 남쪽 면에 마애불이 새겨져 있다. 불상은 좌우대칭이 엄격히 지켜져, 균정하다 못해 무변성을 느낄 정도로 딱딱하다. 그런 경직된 자세와 대조적으로 남향한 부처 자신은 시시각각의 운무에 늘 새롭게 태어나는 천왕봉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어 묘한 조화를 느끼게 한다.

마애불 전체의 모습크게보기

마애불은 넓적한 얼굴에 가느다란 ‘一’자형 눈과 살짝 미소를 머금은 입술이 편안한 표정이다. 양쪽 어깨를 다 덮은 통견식 법의를 걸쳤는데, 머플러를 두른 듯 가슴에서 반전되어 목을 훤히 드러내고 양어깨를 감싼다. 이러한 가슴부분의 옷 주름 처리는 통일신라시대 불상인 감산사 석조 아미타여래입상이나 보성 유신리 마애불좌상에서도 나타난다. 이는 배 부분의 ‘U’자형 옷 주름이 양 허벅지에서 다시 갈라진 의습 표현과 더불어 신라불상의 형식을 계승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일정하게 돌려진 작은 돌기의 연주문과 짧은 불꽃의 나선형 화염문이 장식된 광배, 사각대좌 위에 활짝 핀 연꽃무늬 등으로 불상의 도상적 격식도 제대로 갖추었다. 그러나 거대한 몸체에 비해 손은 매우 작게 표현하여 서로 비례가 맞지 않는데, 이 점 역시 경직된 자세나 도식적인 옷 주름과 더불어 돌 재질의 탄력성을 한껏 살리지 못한 고려불상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마애불이 응시하고 있는 시선을 따라가면 지리산 정상인 천왕봉에 이른다. 마애불은 천왕봉을 바라보며 시시각각 변하는 산천의 모습에서 뭇중생들에게 무상의 도리를 깨우치려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크게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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