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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순운주사마애불좌상. 고려 11∼12세기. 높이 5.2미터

전라남도 화순군 도암면 대초리.

운주사는 천불천탑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신라 말 도선국사가 하루 만에 조성했다는 설화가 전해지는 곳이다.

현재 석탑 18기, 석불 52구, 불상의 머리 20여구가 사찰주변 곳곳에 흩어져 있다. 탑과 석불들은 모두 변형이 심하고 파격적으로 특이한 양식을 보여 불교미술사에서 계보를 찾기 어려울 정도이다. 전남대학교박물관이 1984년 이후 실시한 네 차례에 걸친 발굴조사 결과, 운주사는 11∼12세기경의 사찰로 추정되었다. 그리고 일시에 다탑(多塔)과 다불(多佛)의 규모가 갖추어진 것이 아니라 몇 세대에 걸쳐 조성한 것으로 보았다.

신비로운 사찰로 많은 설화와 함께하여 대중의 사랑을 받아온 운주사가 유명해진 것은 황석영의 소설 『장길산』의 무대가 되면서부터이다. 조선 숙종조를 배경으로 미륵세상을 꿈꾼 민중봉기의 마무리를 바로 이곳 운주사로 삼은 것이다. 누워 있는 와불을 일으켜 세우면 새로운 세상이 된다는 설화를 토대로, 어려운 시기를 살던 민중들의 오랜 소원과 좌절을 형상화한 것이었다. 이러한 작가의 상상력과 풍수지리상의 여러 가지 해석을 가능케 할 정도로, 운주사의 석불과 석탑들은 파격을 이루고 있다. 하나같이 못생기고 편평한 조각들은 민중의 미적 감성에 가장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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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주사 대웅전 뒤편은 좌청룡 우백호의 산언덕과 계곡을 거느린 운주사 경내의 최고 명당자리로 알려져 있다. 이곳 삼각지 언덕에는 석탑 2기가 서 있다. 하나는 원형탑이고 또 하나는 변형탑이다. 이곳에서 조금만 더 뒤로 가면 벼랑이 병풍처럼 둘러 있고, 그 중앙의 거친 암벽에 얕은 부조로 새긴 부처가 내려와 있다. 언덕 위의 마애불은 계곡 안의 많은 돌부처와 석탑, 칠성바위 그리고 절로 들어오는 신도들을 한눈에 바라보는 듯하다. 운주사의 대형 주존 석불인 불감 안의 불상이나 와불과 같이 이 마애불도 가슴 한 가운데에서 두 손을 마주 잡고 그 위로 옷자락을 덮은 형태이다. 법의 안의 손은 비로자나불의 지권인이거나 합장한 모습일 것이다. 또한 운주사 경내의 다른 석조불상들과 마찬가지로 평면적인 단순함과 양감 없는 편화된 조형감을 보여준다. 마애불은 마모가 심한 편이지만, 오똑한 콧날과 광배의 화염문은 아직 또렷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