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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금강삼불암마애불상군, 고려 13∼14세기. 높이 3.7미터

북한 국보급 문화재 제41호. 강원도 금강군 내강리.

내금강의 묘길상과 삼불암 두 곳에 고려시대의 마애불이 조성되어 있다. 두 마애불은 고려 말 나옹화상이 조각했다고 전해온다. 그러나 두 조각상의 표현형식이나 수법에 차이가 커서 서로 다른 시기에 제작되었을 것으로 여겨진다. 크고 당차면서도 신라적 격식을 잃지 않은 고려 초의 묘길상 조각에 비하여, 삼불암마애불의 비례나 표정은 정형에서 벗어난 모습이다. 따라서 삼불암의 조성시기는 고려 말이 타당할 것이다. 시기적으로 보면 나옹화상이 제작에 관여했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나옹 혜근(1320∼1376)은 고려말 보우와 함께 양대 고승으로 꼽히는 선승이다. 공민왕 시절 왕사와 대조계종사(大曹溪宗師)를 지냈을 만큼 당대에 정치적인 입지도 컸던 것 같다. 전국의 명산대찰을 편력하고, 한때 원나라에서 활동하는 등 한곳에 오래 머물지 않는 생애를 보냈다. 나옹이 일으킨 선풍은 제자인 무학대사와 그 법통을 이은 서산대사에 계승되어 조선시대 불교의 큰 법맥을 이루게 하였다. 나옹이 금강산에 다녀간 시기는 대략 그의 나이 40대 후반 경으로 짐작된다. 당대와 후대의 불자 대중들로부터 두터운 신망을 받았기에, 금강산의 삼불암을 비롯해서 이천 영월암 등 전국의 주요 불적에 나옹에 대한 일화가 많이 전한다. 삼불암에 얽힌 설화는 아래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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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옹이 장안사에 머물 때 표훈사에 개성 부자인 김동 거사가 주석하고 있었다. 나옹이 거만하였던 김동에게 금강산의 조사(祖師) 자리를 두고 장안사와 표훈사 사이에 있는 바위에 불상을 조각하는 내기를 제안하였다. 그래서 나옹이 이 바위의 전면에 세 부처를, 김동이 뒷면에 욕심을 내 60불을 새겼다. 결국 나옹의 조각에 대한 평가가 우세하였고, 조사의 자리를 놓치게 된 김동은 비관하여 그 바위 아래의 작은 못에 뛰어 들었다. 김동의 아들 삼형제가 그 소식을 듣고 달려와 슬피 울다가 아버지의 뒤를 이어 못에 뛰어들었다는 것이다. 장안사를 지나 표훈사로 꺾어지는 길목에 있는 이 못은, 설화의 배경으로 인해 ‘울소’ 혹은 ‘명연(鳴淵)’이라 부른다. 울소에 있는 형제바위나 시체바위도 이 설화에서 따온 명칭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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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표훈사 입구 개울 옆 길가에 8미터 정도 높이의 큰 바위 한 쌍이 나란히 서 있다. 마치 표훈사의 일주문처럼 보인다. 실제 삼불이 새겨진 바위의 맞은 편 바위에 누각과 같은 건물을 세웠던 기둥 자리가 남아 있기도 하다. 왼쪽 바위 전면에는 이름이 없는 위패 형태를 나란히 새겨놓았고, ‘표훈동천(表訓洞天)’과 ‘장안사지경처(長安寺地境處)’라는 각자도 보인다. 삼불암이 장안사를 빠져나가는 출구이자 표훈사 입구임을 알리는 표시이다. 삼불암은 내금강 전체로 보면, 비로봉과 묘길상 등 내금강의 중심에 오르는 초임의 금강문이기도 하다. 금강불국에 왕래하는 불자들을 지키는 부처이자, 내금강에 들어가는 불자들의 첫 예배대상인 셈이다.

이 바위문의 오른편 암벽 전면에 3.7미터 키의 삼불입상이 부조되어 있다. 같은 크기, 같은 상호와 표정으로 나란히 선 세 부처는 손의 모습만 약간 다를 뿐 세 쌍둥이처럼 보인다. 모두 정면상이면서 연꽃을 밟고 서 있는 발들은 살짝 오른쪽을 향해 있다. 신체와 좌우로 뻗은 의습의 세부 표현은 치밀하게 입체감을 냈으나, 얼굴이 커서 전체 비례는 4등신이 채 못 된다. 딱딱한 상호에 부처의 위엄을 갖춘 표정이란 찾아볼 수 없으며, 목은 아예 표현조차 되지 않았다. 못생기고 뚝뚝하면서 우울한 세 부처의 표정은 원나라 지배 아래에 있던 고려 말의 사회상을 적절히 반영하고 있다. 세 부처는 석가모니를 중심으로 한 아미타와 미륵으로 현재, 과거, 미래를 상징하는 삼세불로 추정된다. 특히 세 부처는 사람 키의 두 배 크기인데도, 높다란 대좌 없이 맨땅 위에 붙어 서 있다. 이렇듯 참배객과 되도록 가까이할 수 있도록 배려한 자세는 거부감을 주지 않으려는 삼불암의 미덕일 게다. 정형화된 부처의 도상이나 권위와는 멀어졌지만, 오히려 당대의 대중과 친화력을 지닌 고려 말의 형식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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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불의 왼쪽으로 돌면 같은 형식으로 새긴 입상의 두 부처가 나란히 새겨져 있다. 전면 세 부처의 바로 옆에는 보관을 쓰고 양손에 정병을 든 관음보살이 보인다. 그 왼쪽의 부처 입상은 왼손에 약합을 든 모습으로 보아 약사불이다. 앞면의 삼불에 비하여 선묘가 허술하고 단순하며, 상호도 더욱 침통한 모습이다. 고려 말을 살았던 사람들의 어두운 분위기를 두 부처상에 그렇게 담은 것일까….

뒷면에는 설화대로 치면 김동이 조각한 60불이 새겨져 있다고는 하나, 네 줄이 위로 갈수록 좁아져 60불이 채 못 된다. 김동이 나옹에게 진 이유 중에 하나가 ‘귀도 없는 부처가 있다’는 평가였던 만큼 좌불의 형상들이 선명치 않다. 아마도 유점사의 53불 설화와 장안사에 모셨던 53불의 예로 볼 때, 53불을 염두에 두고 조각한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