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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깊다. 가을이 깊은 것은 산중만의 일이 아니라 서울 도심 한복판에도 매한가지다. 가을이 시시각각 짙어지던 지난 15일 낮, 가을볕을 쏟아내던 태양이 조금씩 힘을 잃어가는 오후 3시경에 광화문에 스님들이 하나 둘씩 모여들었다. 젊은 스님들만이 아니라 원로, 중진 스님들의 행렬이 세종문화회관으로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시민들은 수도 한 복판에 스님들의 회색장삼 행렬이 이어지자 호기심 어린 눈이 되었다. 아마도 그들의 눈에는 지난 8월 말 서울시청 광장에서의 시국법회 장면이 떠올랐을지도 모른다. 스님들이 향한 장소는 고 금오태전 대종사의 정화운동을 기리는 책 『금오스님과 불교정화운동』출판기념법회 및 세미나가 열리는 세종문화회관 세종홀.

“한일합병에 따른 한국불교의 왜색불교화로 인해 승가상이 위기에 빠져 있었다. 이런 위기에 빠진 한국불교를 구해낸 분들이 정화불사의 주역들이었다. 정화불사가 있었기에 오늘날 대한불교조계종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 정화불사의 중심에 금오 대선사가 계셨다.”

원로회의 밀운 부의장 스님이 대독한 조계종정 법전 스님의 축하법어는 이날 행사의 의미와 가치를 잘 드러내고 있었다. 금오 스님의 문도들이 한 마음으로 뭉쳐 모처럼 효도를 한 날이었으나, 이 자리에는 금오의 문손들뿐만이 아니라 내로라하는 오늘날 한국불교의 주역들이 거의 참석했다. 날로 희미해져가는 정화불사의 가치가 그 어느 때보다도 간절한 시절인연을 보여주는 것에 다름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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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알다시피, 정화운동은 조계종과 한국불교의 현재를 규정짓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대사건이며, 금오스님은 그 주역이다. “정화 당시 금오스님이 등장하면 대처측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금오스님이야말로 대처측에서도 인정하고 존경했던 청정비구 중의 청정비구였기 때문이다”라는 윤청광 선생(방송작가, 미디어붓다 감사)의 ‘작가가 본 금오 스님과 불교정화운동’의 발제가 아니더라도, 정화불사의 핵심 아이콘은 바로 금오 대선사였다는데 이의를 달 사람은 없다. 정화불사의 필요성을 가장 먼저 제기했으며, 그 바른 방향을 제시했고, 실제 정화가 진행되는 과정에서도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한 분이 금오 스님이었던 것이다.

금오 스님의 제자들은 맏상좌 월산(月山) 스님을 시작으로 약속처럼 법명에 월(月)자를 넣었다. 나중에 월자문중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될 만큼 금오 스님의 회상에는 기라성 같은 제자들이 모여들었다. 월자 문중은 근현대불교사에 어떤 의미로든 큰 획을 그은 분들이다.

이 분들이 모처럼 효도를 했다. 금오 스님의 열반 40주기를 맞아 마련한 효도잔치이니 늦은 감이 있지만, 매우 다행하고 고마운 일이다.

금오문도가 아니더라도 고산, 초우, 경우, 도문, 설정, 현호, 혜자 등 원로급의 스님들은 다투어 금오스님의 위대한 사상과 조계종에 끼친 영향에 대해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금오 정신으로 되돌아갈 때 한국불교, 특히 조계종은 다시 살아날 수 있을 것이라는 데 내남없이 공감하는 분위기가 연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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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로회의 의장 종산 스님은 “금오스님은 참다운 수행자의 면모를 보인 분이고, 청정승단의 초석을 놓으신 위대한 선지식”이라며 “금오대선사야말로 돌아가신 뒤에 더 큰 존경을 받는 분이며, 이쯤에서 우리는 왜 금오대선사의 사상과 행적에 대해 존경과 그리움의 심정이 더 애틋해지는가를 생각해보아야 한다”고 일갈했다.

총무원장 지관 스님은 “금오선사께서는 앉아야 할 때는 앉고, 떠날 때는 떠나고, 머물러야 할 때는 머문 그야말로 청정수행인으로서 진면목을 제자들에게 보여주신 분”이라며 “오늘 40주기를 맞아 그 불멸의 행적을 더듬과 다시 후인들에게 그 안목을 전하기 위해 ‘금오스님과 불교정화운동’집이 간행된 것에 기쁨을 금할 수 없다”고 격려했다.

종회의장 자승 스님은 “오늘날 금오 큰스님께서 뿌려놓은 선의 기치는 불국사, 법주사, 금산사 등 대본원의 사찰에 이어져 한국 최고의 선리를 담론하는 선방을 이룩하게 했다”며 “비록 불교정화운동의 주역뿐만이 아니라 큰스님께서 한국 불교사에 남기신 업적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지대하다”고 강조했다.

이 책의 편찬과 출판에 핵심적 역할을 한 금오선수행연구원 원장 월서 스님은 “저희 금오문중의 후학들은 한국불교의 종풍을 세우는 데 지대한 공헌을 하신 선사의 업적은 물론, 선사께서 문도들의 가슴에 남긴 그 뚜렷한 선행(禪行)의 일획들을 길이 남기기 위해 제1권에는 ‘금오스님의 불교정화운동’을 중점으로 하고 제2권에는 주로 문도들의 증언을 토대로 선사들의 수행담과 그동안 제대로 정리되지 않았던 선사의 행장을 재정리하여 수록했다”고 밝혔다.

금오 스님의 불교정화운동에 대한 편찬 및 출간 작업에는 후학인 월서, 설조, 월탄, 도봉 스님 등이 수차례 회동을 거치며 밑받침이 되었다.

총 2권으로 출간된 『금오스님과 불교정화운동』은 1권은 금오 스님의 정화운동을 중점으로 실었고, 2권은 주로 문도들의 증언을 토대로 선사들의 수행담과 그동안 제대로 정리되지 않았던 선사의 행장을 재정리 수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