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어떻게 이끌고 지도해야 하는가?

어떻게 이끌고 지도해야 하는가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포교(布敎)의 방법론이라 할 만합니다. 신(神)의 종교를 위시한 여타의 종교처럼 자기종교를 입에 달고 거품을 물고 전도하거나 강권하는 것을 불교에서는 찾아볼 수도 없고 그렇게 해서도 안 됩니다. 너무 짧은 불법 홍포의 힘으로 이 글을 쓰는 자체에 면구스럽기 까지 합니다만 본인의 일천한 견해로 이해하시고 참조해주시길 당부드릴 뿐입니다.

불교를 공부하며 대승권에서 포교사와 법사의 품수까지 받은 짧지 않은 시간동안 얻어진 두 자격증(?)을 놓고 “휴우~ 완성이다!” 하는 생각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습니다. 왜냐하면 담마(dhamma)의 진수, 알갱이를 알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법(法)의 맛에만 심취했지 결코 법(法)을 얻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항상 목마름으로 애타고 있으니까요 그래서 대승에서 함께 공부하신 도반들에게 왕따? 당하는 기분이었고, 그 생활에 길들여짐도 버린 채 ‘과연 어디에 진수가 있느냐’를 찾다가 한국불교에서는 막 뿌리를 내리려 할 즈음의 위빠사나(Vipassana)수행법을 접하게 된 것입니다.

아나빠나 사띠(Anapana-sati)로 선체험(禪體驗)을 하고난 뒤라(본인의 졸고 수행기Ⅰ-2010년) 쉽게 접근되고 증득되는 바도 커서 이어 사띠 빠타나(Sati-patthana, 알아차림의 확립-4념처 수행)에 심취해가며 내친김에 수행의 나라, 미얀마의 불국정토를 찾아가 짧은 빅쿠(Bikkhu)의 생활도 해보며 경, 율, 론 3장도 통독해갔고, 지금도 수지 독송하며 목마름은 가시기 시작하고 아는 것만큼, 얻은 것만큼 회향하자는 뜻을 세워 회향의 길로 들어서게 됩니다.

그렇지만 본인의 과거행적(Kamma)을 아시는 친구나 친지간에는 담마(dhamma)의 얘기를 하는 것이 지금도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강강중생의 표본이였거든요. 그러나 수행과정에서 변모된 나의 모습과 언어의 정화와 행위에서 묻어나오는 고요·평온 속에서의 안정을 보고는 물어옵니다 “어어! 자네 많이 변했네, 무얼 어떻게 했는데…”라고 말입니다. 묻는 이의 관심사는 섭생을 묻는 것이지만, 정신세계의 변화를 묻는 말도 되겠지요.

1차적인 나의 답변은 간결합니다. “예로부터 상(常)사람은 나이가 양반(兩班)만든다더니 나도 나이가 들다 보니 그러한가보이”였습니다. 그래도 미심쩍어 찾아와 묻는 이에겐 처음에는 붓다의 가르침(Buddha teaching)이라는 말을 빼고 담마(dhamma)를 얘기해 줍니다. 듣는 이가 “어디에서 그러한 공부를 했느냐?”고 물을 때 비로소 본인의 현재 정체성을 밝히고 붓다의 가르침(Buddha-teaching)임을 얘기합니다.

전래되어온 한국불교의 이미지에 매달려있는 분들에게 논리적이고 합리적이며 분석적인 가르침을 전하면 의아해합니다. ‘불교에 이런 참신함과 명쾌함이 있다는 것’에 대하여, 나의 지난 모든 것을 알고 있는 이들에게는 나의 자괴감 때문에 선뜻 다가가는 것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한문 세대인 본인도 역시 그러한 조건으로 인해 한문경전을 익히며 불교를 배웠던 사람이기에, 본인의 알음알이로는 쉽게 설명하고 상대를 이해시키는 것이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어휘의 구사, 자구의 선택 하나하나가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그러다가 대승경전을 벗어나 상좌부의 5부 니까야를 봉독하고 나서는 그것이 훨씬 쉬워졌습니다. 부처님의 말씀이 누구라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말씀이었기 때문입니다. 지금도 엄존하고 있는 인도의 당시 사성계급과 불가촉천민까지도 아우르신 감동어린 말씀으로 펼치신 이가 2600여 년 전 오셨던 대성(大聖) 고따마 싯다르타이십니다.

그 가르침이 고스란히 전승되어온 오늘의 다종교에서도, 과학을 위시하여 끝 가는 데를 모를 만큼 발전해온 모든 학문의 분야에서도, 유식을 뽐내려 어려운 말을 골라 사용하고 휘황하게, 심지어는 현란하게 치장함은 그분 붓다의 가르침을 벗어난 일들입니다.

결국 자신의 완성되지 않은 정신세계를 펼치는데(치부를 드러내는데) 그치는 우행(愚行)임을 알았습니다. 그분의 가르침은 “쉽게 말하라, 쉽게 전하라”이며 나아가 “가르침을 벗어난 말, 확장, 치장, 오묘함으로 꾸미지 말 것”이며, 세 번째 중요한 일로 ‘이끄는 이’(지도자, 스승)는 ‘말과 행위가 같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앞서 설명 드렸던 계(戒)의 생활화(生活化), 안정(定)의 유지와 지혜(慧)를 보여 주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점이 조화를 이루지 못하는 사례를 대승권에서 더 많이 보았다면 나만의 속 좁은 견해일까요? 입으로는 항상 선업공덕이니 수행수행하며 설파하는 이들 생활(生活)의 이면(異面)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지요.

상좌부는 그들의 불교문화를 형성하는 원천이 담마(dhamma)로 시작되어 담마(dhamma)가 생활화되어 있어 재가자나 출가자 공히 계율 속에 살고 있는 반면 대승 쪽은 뜻 그대로 큰 배 안에 무리지어 복잡한 경제적 활동에 묶이다보니 본심이 탐, 진, 치와 아우르기가 용이하다는 점에 문제가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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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스님들의 담마토크 장면.

어떻든 간에 종교지도자·정신지도자·수행자의 생활은 단조롭고 청정해야 된다는 것을 이쪽저쪽을 보아가며 크게 실감하였습니다. 역시 선행(先行)은 계(戒) 속의 삶이었습니다. 계(戒)의 생활화였습니다. 그것이 사람과 하늘사람의 스승이 되는 길이니까요. 담마(dhamma) 이외의 언행을 삼가고 할 필요도 없습니다. 그 외 말과 행위는 평정과 평온을 얻어가고 유지하는 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음을 너무 잘 알기 때문입니다.

대화의 주제가 없을 때는 입 닫고 침묵하며 신수심법(身,受,心,法)을 사띠(sati)하며 사마디(samadhi)를 유지시켜 나갈 뿐! 또한 가급적이면 경전이나 경전에 관계된 책을 읽는 것이 습관화 내지는 생활화되어야 되어야겠습니다. 참고가 될지 모르겠습니다만 본인은 이 공부를 하기 전 60평생 동안 내 수입의 10%이상을 책(冊-신간)을 사는데 투자하고 매년의 베스트셀러는 물론 신간 교양서적 때로는 전문분야의 서적을 구입하기를 매년 50권 이상을 투자하며 읽어댔으나 담마(dhamma)공부를 한 후에 저는 알았습니다. 어떤 베스트셀러도 전문서도 그 지식도 붓다께서 설파하신 한 자락의 말씀을 치장하고 확장한 말이라는 것을!

그야말로 여의봉타고 신출귀몰했던 손오공이 결국 부처님의 손바닥에서 놀아났다는 사실을 증명한 듯했습니다. 그래서 담마(dhamma)를 지도하시는 이는(수행을 지도하시는 이는) 담마를 왜곡하지도 포장하지도 말고 3장(pali-pitaka)에 의거 얘기해야 합니다.

어느 책에서 진리에 가깝게 여겨지는 말 등을 감명 깊게 읽었다 해서 그런 것들을 담마(dhamma)인양 치장해서 전하면 안 됩니다. 또한 율장에서 저촉되는 행위나 언어를 삼가야 합니다. 문화나 풍토라는 조건을 핑계 삼아 율장을 확대해서도 잘못입니다.

다음은 논장(論章)의 문제입니다. 아비담마(Abhidhamma, 논장)를 처음대할 때 너무나 감동적이어서 그 진수를 전해보고자 노력하였습니다. 아비담마는 붓다고사 스님께서 처음 집대성하였으나 그 난해성으로 널리 익히지 않다가 11세기경 아루눗다 스님에 의하여 아미담마 길라잡이(Abhidhamma-Sa ngha)로 편집되어 이후 동서양을 통하여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고 우리나라에서도 구사론 이후, 쉬운 우리말로 번역되어 통용됨이 근래(2000년경)에 들어 이루어진 일입니다.

아비담마에 이어 붓다고사의 청정도론, 이 두 가지가 경·율장의 엑기스로 부동의 준거를 이루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비담마나 청정도론 등을 들추며 많이 아는 듯, 체험한 듯 내세우는 것은 삼가야합니다. 그만큼의 알음알이의 배면에는 그 수십 배 수행이 뒤따라야합니다. 이 또한 수행을 위한 지침서이며 지도(map)일 뿐이니까요. 또 그렇게 하셔야 지혜를 증장시키는 일이고 지혜로 이끌어 나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같은 주석서에 주석을 붙이시는 복주석가, 복복 주석가들도 결국은 자기가 체험하고 답사한 정신세계를 드러낼 뿐입니다. 거듭 붓다의 가르침은 머리로 이해하고 머릿속에 주어 담아 거기에 머물음은 너무나 위험한 건조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앞의 설명에서처럼 그 논리의 실천과 증명이 절대로 필요한 것입니다. 수행으로서의 증명 없이는 하나의 구두선이요, 무의미(無意味)하기 때문입니다. 절절하게 증명된 것에 이르러야 한다는 말입니다.

이어 스승들의 가르침에 준거해야 합니다. 풍문이나 소문으로 들은 그럴듯한 얘기, 합리적인 어떤 이론에도 흔들리지 말고, 자기의 올바른 스승(영적지도자, 구루)에게 배운 대로 익혀서 전하고 지도해야합니다. 상좌부 불교권에서도 이와 같이 경, 율, 론 3장과 스승의 가르침을 자의적(自意的)으로 이해하고 자기의 잘못된 견해(邪見, 惡見)을 드러내는 것은 금물입니다.

붓다의 재세시에도 그렇게 잘못된 이들을 꾸짖는 내용이 곳곳에 있습니다. M,N의 ‘갈애의 부숨에 대한 큰경(Maha tanha Sankaya-sutta)’을 전재성 박사님이 의역하시여 경의 내용대로 “사후에 의식은 공중에 떠돌다가 윤회하는가?”로 변역된 경(經)에서처럼, 잘못된 사견(邪見), 악견(惡見)을 전하는 빅쿠를 질책하는 경이 많습니다. 부처님 재세시에도 그러하거늘 불멸(佛滅) 2557년의 오늘에는 그 폐해를 열거하기가 어렵겠지요.

최근에는 미얀마의 ‘냐나’라는 빅쿠가 무아(無我, Anatta)를 비아(非我)라고 해석하고 5온과 위빠사나(Vipassana)의 잘못된 해석을 하고 떠들고 다니다가 상가(Sangha, 승단)에 세 번이나 불려가 질책을 받았습니다. 승단에서는 “당신의 그 견해에 대한 경전상의 근거와 그렇게 가르친 스승은 누구인가” 묻습니다. 그 답이 불확실하고 근거가 없을 때 가르쳐주고 고쳐줍니다만 수정 없이 계속 설파하고 다니면(3번 이상) 승단에서 제적을 시킵니다. 소위 멸빈도첩이라 하나요. 거기에다 미얀마 군부의 미움까지 받아 8년의 옥고까지 치룹니다. 그와 같이 3장의 출처나 스승의 가르침이 잣대가 됩니다. 그래서 본인도 짧은 기간 동안 명상 수행의 지도를 하며 붓다의 가르침 어디어디라고 그 출처를 꼭 밝힙니다.

수행을 지도하면서 참여하시는 분 중에 개신교와 가톨릭 신자를 자주 만납니다. 그분들의 일성은 붓다라는 말을 빼고 지도해 주실 수 없느냐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본인의 답변은 아주 분명합니다. “출처를 밝히지 않음은 많이 알고 수행했다는 왜곡이며 교만이요, 붓다의 말씀을 도둑질하는 표절이 되기 때문”이라고 답하여 묻는 이의 아쉬움(?)을 잠재우기도 했습니다.

다음은 “자기가 체험한 것만을 말하라!”입니다. 섣부른 지도자들, 자기체험이 아닌 경전이나 논장의 내용들을 달달 외우며 마치 자기가 체험한 일인 양 말씀하시는 이들을 대승권에서도 상좌부에서도 꽤 많음을 보았습니다. 그러나 그들의 교만한 마음을 그들보다 수승한 수행공덕이 있으신 분들은 꿰뚫어보십니다.

2년 전 여름 ’우떼자니아‘라는 미얀마의 심념처 수행의 높은 스님이 호두마을에서 인터뷰를 가졌을 때 일화입니다. 한 분이 “나는 아비담마를 강의하면서, 어느 장의 이러이러한 구절을 이러이러하게 설명했습니다. 저의 견해가 옳습니까? 스님이 주실만한 조언을 구합니다”라고 물었습니다. 사회적으로 저명하신 분의 꽤 장구한 질의에 듣는 이들도 “역시 박사학위까지 가지신 저명한 분의 질의가 그럴싸하다”고 느꼈을 정도였습니다. 그러나 스님의 답변은 의외로 간결하고 명쾌했습니다. “당신이 체험한 바만 이야기하십시오”가 답이었습니다. 질문한 이도 그 질문에 동조한 이들도 그 간결한 답변에 얼굴이 붉어졌습니다. 그렇습니다! 자기가 체험하지 않은 것을 그럴싸하게 꾸미면 안 됩니다. 체험한양 꾸며서도 안 됩니다.

또 한 가지 예(例)가 있습니다. 2013년 초 보리수선원에 미얀마의 삼장법사 한분이 오셔서 인터뷰할 때의 일입니다. 대승권에서 인정받고 내로라하시는 그래 불교 TV에서도 수행에 관한 법문과 토론도 가지셨던 한 재가 법사님이 또한 장황한 질문을 하셨습니다. “부처님이 설하신 위빠사나가 아니어도 나는 이와 같은 방법으로 적멸에 이르노라”는 내용이었습니다. 결국은 붓다의 수행법에 토를 다는듯한 질문이고 도전이었습니다. 그 삼장법사님의 답변도 간결하였습니다. “나는 그와 같은 수행법의 이론도, 시행도 없었고 체험하지 못해 답변드릴 수가 없습니다”였습니다.

그 법사님은 “내가 삼장법사도 알지 못하는 수승한 수행법을 내놓았다”라는 자부심을 가졌을까요? 아님 부끄러워했을까요? 어느 쪽인지는 저도 모릅니다. 불교권 안에서도 모든 종교의 교리, 외도적 수행법까지 망라한 수행의 테크닉을 공부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학자이거나, 전문 강사로서는 비교분석의 자료로 그 공부가 도움이 되는 일이겠지만 서두(序頭)에서 힘주어 강조했듯이 우리들 붓다 패밀리(Buddha Family)들은 붓다를 신뢰하는 만큼 그분의 가르침으로 나침반을 삼고, 지도를 삼아서, 설파하신 그 길을 찾아가야 합니다. 섣부른 알음알이의 축적을 위하여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한 눈 팔 시간이 우리의 삶 한 편에서는 매우 아까운 시간임을 알아차려야합니다.

명상 지도 또한 그러합니다. 언어문자와 알음알이로 지도하는 것은 시간이 아까운 일입니다. 경전과 논서, 그리고 스승의 가르침대로 구도가 잡히고 행선(行線)이 정해졌으면 뒤도 옆도 돌아볼 겨를을 주지 않고 몰아(?) 붙여 나가야 됩니다. 번뇌 망상이 주인이 될 틈을 주어서는 안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