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띠(Sati)란?

이 발음은 ‘싸티’가 아니라 ‘사띠’입니다. 그렇다면 사띠(Sati)라는 것이 무엇인데 어떻게 하는 것인데, 이 길을 통해서 도(道)와 과(果), 즉 magga-pala에 이르는 길이라 하셨을까요? 사띠(Sati)란 법(法)을 보아가는 것이며, 이것을 ‘사띠 파타나(Sati patthana) 수행’이라 합니다.

사띠(Sati)라는 빨리(pali)어를 우리말로 옮기면 ‘알아차림, 마음챙김, 새김, 기억, 억념, 수념(隨念), 혹은 수념(守念), 관(觀) 등의 많은 뜻이 담겨있습니다. 당시 인도에서는 산스크리트(Sanskrit, 이하 S/K)라는 Deva-Nagari(神이 선물한 글)과 빨리(pali)어라는 마가다국 방언(方言)에 뿌리를 둔 두 가지가 대표적인 것으로 S/K는 말과 문자가 있었고 빨리어는 말만 있었지 표기하는 글자는 없었습니다.

빨리어는 오늘날까지도 문자화 되지 않는 글로, 편의상 4차 결집 때 스리랑카에서 싱할리어(스리랑카 문자)로 패엽에 소리 나는 대로 새겼고, 18세기에야 영국의 데이비드 릿슨 부부의 일생(一生)에 걸친 역작(力作)으로 빨리어를 로마(Roma)자 알파벳으로 소리대로 표기한 것(P.T.S 본)이 전부입니다. P.T.S(Pali Text Society)에 의해 금세기 들어 동서양에 급격히 불법(佛法)이 전파된 것입니다.

붓다 재세 당시 제자들이 일부에서는 S/K어로 경(經)을 번역해 옮기는 것을 보고 “세존이시여, 말씀들을 S/K어로 기록하여 남겨야 하지 않겠습니까?”를 세 번에 걸쳐 간청하였으나 붓다께서는 3청을 거절하시고 그때마다 “빨리어로 외우고 전승하라!”하셨습니다. 그 깊은 뜻을 후대에 와서야, 더욱이 금세기에 와셔야 모두가 헤아리게 됐습니다.

왜? 원래 언어문자는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에 비유하듯이 그것을 번역함으로써 그 순수성이나 본질이 잘못 전해질 수 있음을 혜안으로 간파하신 것이지요. 근대에 들어서며 무수한 장르의 번역물을 보며 원본을 아시는 분들은 “번역은 창작이다”라는 말을 하지 않습니까? 그와 같이 번역이라는 것은 마치 도마 위에서 회를 뜨는 것과 같습니다. 작업하시는 이의 뜻에 따라 얇게도, 두껍게도, 작게도, 크게도 살코기만 혹은 뼈를 섞어 썰어내는 것과 같이 순수 무잡한 말씀인 빨리(pali)어를 어느 규격에 맞추어 해석하여 번역함은 해석하는 이의 의식세계를 여과 없이 반영하게 됩니다. 더욱이 오역과 껄끄러움이 묻어나게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빨리어로 외우고 전승토록 하신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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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와 같은 번역의 폐단(?)을 우리들 한국불교에서 너무 많이 발견하게 되지 않습니까? 빨리어를 산스크리트(S/K)어로 옮기고 그것을 다시 한문(漢文)으로 옮기고 금세기에는 영어(英語)로 옮기고 마지막으로 한글로 번역하여 읽게 된, 우리는 얼마나 불행하고 담마(dhamma)에 대한 불확실성의 시대를 살았습니까? 그래서 여섯 번의 결집에서 구전되어온 담마의 변질여부를 밝히며 빨리어로 암송하고 구전되어온 부처님의 가르침은 담마의 파괴 없이 고스란히 우리가 접할 수 있는 행운을 안게 된 것입니다.

구전되어 온 빨리어를 금세기와서는 해석하지 말고 그대로 표기하자는데 의견을 모으고 있습니다. 따라서 본인도 빨리어 표기를 아는 것만큼은 쓰고 있습니다. 그 대표적인 어휘들이 사띠(Sati)니 담마(dhamma)니 두카(dukkha), 상카라(Sankhara), 까마(Kamma) 등을 빨리어로 자주 표기하고 있음을 양지하시기 바랍니다.

이와 같이 빨리어는 뜻글인 한문보다 때로는 다양한 뜻을 지니고 있습니다. 예컨대 담마에는 무려 52가지의 뜻을 지닌 말이라고, 두카(dukkha)는 20여종의 뜻을 지녔다고 미국학자들이 분석하고 있습니다. 사띠도 그러합니다. 여러 가지로 설명이 장황했던 점 송구하게 생각합니다. 사띠(Sati)의 장(章)이니 다시 살피겠습니다. 사띠는 형체도 색깔도 없습니다.

앞서 설명한 뜻대로 쓰임새에 따라 우리글로 표현함이 다릅니다. 대승의 숱한 경전 중에도 무수히 언급되고 있으나 한문으로 관(觀)이나 염(念)으로 번역됨으로써 그 뜻이 우리의 정서로써는 애매하게 되어 ‘알아차림’이라는 이 뜻은 찾아 볼 수 없게 되어 버렸습니다. 그래서 대승의 경전에 자주 나오는 관(觀)이니 염(念)이 나올 때는 사띠(Sati)로 대입(代入)하여 알아먹는다면 큰 무리가 아닙니다.

이 두 글자는 마음으로 보는 것이지요, 눈으로 보는 것은 견(見)이나 시(視)로 표기하지 않습니까? 그것들을 인식하는 것은 마음을 통해서입니다. 따라서 귀로 듣는 것, 냄새를 맡는 것, 맛을 보는 것, 촉감을 아는 것 이 모든 것이 여섯 가지 감각 센서인 눈, 귀, 코, 혀, 몸, 마음이 대상과 작용하여 알아 가는 일이 사띠(Sati)입니다.

그렇다면 사띠는 수행자만 하는 것이냐? 아닙니다. 개, 돼지, 소, 말, 모든 축생의 무리도 수행을 하지 않는 사람도 모두가 사띠를 합니다. 사띠없인 생활을 할 수가 없고 나아가 생명의 유지가 어려우니까요, 그러나 붓다가 말씀하신 수행과 만나는 사띠는 일반적인 것이 아니라 삼마 사띠(Samma Sati)입니다.

8정도(八正道)에서 일곱 번째인 ‘정념(正念)’입니다. 빨리어로 ‘Samma Sati’입니다. Samma의 원의는 ‘치우치지 않는, 균형 잡힌, 올바른’입니다. 이것을 한문으로는 ‘바를 정(正)’ 자로 표기하고 있습니다. 물론 시비를 가리자는 것은 아닙니다. 그것이 최상의 번역으로 규정할 수밖에 없는 그 나라의 언어문화의 한계 때문이지요.

그렇다면 Samma Sati의 ‘Samma’의 방법론이 제시되어야 완전해 집니다. 치우치지 않고 균형 잡혀 있으며 올바르다 하는 것은 무슨 뜻일까요. 보이는 대로 알아차리는 현상(법)들을 그렇게 보라는 것이지요. 대승에서도 구구절절 당부하는 말은 ‘시시비비(是是非非)’하지 말고 분별망상(分別妄想)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알아차리라는 뜻이지요. 보이는 것에 의미부여하고 연관 지으면 시비(是非)가 일어납니다. 분별(分別)하고 망상(妄想)하게 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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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혜종고 선사로부터 성철스님까지 즐겨 쓰신 ‘시산시수(是山是水,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다)’로 보는 것입니다. Samma에 대해서는 끝없는 장광설과 비유를 들 수 있지만 골격은 이것입니다. 시비와 분별 속에서 번뇌망상이 일고 이것에 지배당할 때 업을 지어가고 고통을 받게 됨은 우리가 살아오며 무수히 당하는 일이 아니던가요. 그래서 사띠를 8만4천 법문의 마지막 남은 하나의 엑기스라 규정하는 것입니다.

또한 삼마 사띠(Samma Sati)를 해가면 고요와 평온 속에서 지혜의 증장이 필연적으로 이뤄집니다. 그래서 사띠 빠나(Sati panna)입니다. 알아차림으로 통찰지(洞察智)를 얻어가게 된다는 말입니다. 사띠는 8만4천 법문까지를 펴 가는데 ‘How to’이며 Ekayana(유일한 길)입니다.

부처님의 마지막 유훈이라고 알려진 ‘방일하지 말라’(Aphamadena)는 사실 경전에서 가장 많이 1970번이나 등장하는 말씀입니다. 어떻게 방일하지 않고 정진할 것인가는 바로 ‘사띠 파타나(Sati patthana)’, 알아차림을 확립하라 입니다. 얼마나 구체적이고, 합리적이며, 분석적이고, 쉽고, 타당한 가르침인가를 재삼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사띠의 유지가 만만치 않음을 앞에서 설명 드렸습니다. 왜 어려운가? 이유는 한 가지 ‘번뇌망상’ 때문입니다. 이 녀석이 개아(個我)의 내부에 들어와 마음껏 주인 행세를 해대며 사띠를 놓치게 합니다. 수행을 통해 이것을 소멸시켜 나가야합니다. 의학적으로 메스를 들이대 도려내는 것도 아니요(斷煩惱), 그놈과 끌탕하며 싸워 이기는 것도 아닙니다. 바로 그놈을 대상으로 사띠하는 것이 수행입니다. 사띠하면, 삼마 사띠(Samma Sati)하면 그 대상은 사라집니다. 마음은 한 순간에 한가지 일 밖에 못하며 두 순간을 지속하는 마음은 없습니다. 삼마 사띠(Samma Sati)라는 다른 대상을 일으키면 그놈, 즉 번뇌망상은 사라집니다. 사라지는 그 끝자락까지 사띠해 나갈 때의 환희심을 체험하십시오. 어떠한 강도의 번뇌망상도 올만해서 오게 된 법(法)의 성품(性品)일 뿐입니다. “와서 보라!”고 나타난 현상일 뿐입니다. 사띠로 봐야할 대상일 뿐으로 시비분별 없이 있는 그대로 보아갑니다. 그렇다면 ‘번뇌가 곧 보리(煩惱卽 菩提)’라는 뜻을 아시겠죠? ’번뇌가 있어야 깨달음에 이를 수 있습니다. 마장(mara)이 아닙니다. 양약(良藥)입니다.

뭇 생명 중 사람으로 태어남이 얼마나 어렵습니까? 숫자상의 확률로는 거의 제로(zero)입니다. 그런데 이런 귀한 사람 몸 받아나서(天上天下唯我獨尊해서) 수행하지 않고, 사띠 하지 않고- 깨어있지 않고 번뇌망상에 휘둘리는 범부중생(凡夫衆生)의 삶! 이 얼마나 어처구니없고 억울한 일인가를 우리는 사유하고-생각하며 살고 있는지! 사띠합시다! 삼마 사띠(Samma Sati)!

글: 도이, 연방죽선원 약수연수행처 상임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