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 근대문화역사의 거리에는 요즘 이곳을 찾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사찰이 하나 있다. 바로 동국사다. 군산 여행에서 필수 코스 중에 하나가 된 군산시 금광동의 동국사는 우리나라에 현존하는 유일의 일본식 사찰이다.

1913년 일제강점기에 일본인 승려 내전불관에 의해 ‘금강선사’라는 이름으로 창건된 동국사는 일본의 조동종(曹洞宗) 사찰로 건축양식이 우리의 전통사찰과 다른 전형적인 일본식 건물이기에 이 처럼 유명세를 치루며 찾는 이들이 많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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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국사 대웅전. 용마루와 처마 벽면이 일본식 건축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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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국사 입구에는 대문 대신 석주 두 개가가 붙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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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주에는 이 절이 대한민국 근대문화유산임을 알리는 동판이 붙어 있다.


군산시 명산사거리에서 골목길로 접어들면 동국사 앞에 쉽게 이른다. 들어서는 입구부터 우리의 사찰과는 달라도 많이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우리의 도심 사찰은 보통 커다란 대문을 열고 들어서는데 반해 동국사의 입구는 양쪽에 커다란 석주만이 세워져 있을 뿐이다.

연꽃이 조각된 석주에는 ‘대한불교조계종 제24교구 동국사’라는 현판이 걸려 있다. 그리고 그 반대쪽 석주에는 이곳이 ‘등록문화재 64호’로 지정되었음을 알리는 동판이 붙어 있다.

일제강점기에 군산항은 우리 곡식과 물자를 수탈해 가는 전진기지였고 그래서 일본인들이 대거 몰려들었다. 그렇게 몰려든 일본인들과 함께 자연스럽게 따라 들어 온 불교종단이 일본의 조동종이었다. 중국선종의 한 종파인 조동종은 일본으로 전파되었고, 현재 일본에서 단일 종단으로는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고 있다.

문제는 일제강점기에 일본 조동종 종단이 일제의 침략전쟁을 옹호하고 나섰으며 해외 개교라는 허울로 인권까지 침해했다는 점이다. 침략전쟁과 아울러 불교까지 들어와서 전통문화와 함께 불교의 기반까지 왜색화하려 했던 조동종은 결국 1992년에 참회와 사죄의 글을 발표하기도 하였다.

그렇게 밀려들어 온 일본 불교의 사찰들은 광복이 되면서 모두 헐리고 이곳 군산 금광동 동국사만이 유일하게 남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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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국사 전각의 전체 모습. 대웅전과 요사가 연결된 것이 특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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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루의 모습도, 걸려 있는 종의 모습도 우리것과는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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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웅전과 요사로 들어가는 현관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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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웅전으로 들어서는 복도의 모습도 일본풍이 물씬 풍겨나온다.


동국사 경내로 들어서니 관광객들로 득시글하다. 문화해설사까지 대동해서 이곳을 찾은 사람들은 신기한 눈으로 전각을 살펴보고 종루를 들여다본다.

직선화된 용마루와 처마선이 벌써 우리의 전통 건축양식과는 달라도 많이 다른 모습이다. 단청 없는 기둥에 田자 형 창살로 이루어진 미닫이문이 사방으로 가득한 모습도 특이한 모습으로 눈에 들어온다. 굳이 일본에 가지 않더라도 동국사를 찾으면 일본의 전통사찰의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것. 그래서 이곳 동국사를 찾는 사람이 많은 것이다.

대웅전 법당 안으로 들어가는 문은 있는데 열리지를 않는다. 알고 보니 입구가 따로 있었다. 법당과 요사채 사이에 돌출되어 있는 현관이 출입구였던 것이다.

현관으로 들어서서 복도를 따라 법당 안으로 들어선다. 외관이 많이 낮이 설던 모습이었다면 법당 내부는 여느 사찰의 대웅전과 크게 다르지 않는 모습이다. 일본이 금강선사로 창건했던 동국사는 광복이 되고 정부로 이관되었던 것을 전북종무원에서 사들여 ‘해동대한민국’의 이름을 줄여 동국사라는 이름으로 바꾸고 다시 조계종 제24교구 선운사의 말사로 증여하게 된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이곳 법당에 우리의 석가여래삼존상을 모시게 되는데 불상에서 나온 복장 유물과 함께 보물 제1718호로 지정된 성보들이다.

벽에 걸린 탱화며 천정 가득 달린 연등이며 이러한 모습 때문인지 원형에 가깝게 보존된 내부이지만 우리 전통 사찰의 법당 안 풍광과 달리 느껴지는 것 없이 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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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웅전의 내부 모습. 불상과 복장유물이 모두 보물 1718호로 지정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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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국사 주지 종걸 스님이 올해 열리게 될 전시회에 전시될 사진자료를 보여주신다. 소중한 자료들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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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살상과 종루도 모두 일제강점기에 세워진 일본식 조형물들이다.


대웅전에서 참배를 마치고 동국사 주지 종걸 스님을 뵙는다. 감기로 한참을 고생 중이라는 스님께 무엇 좀 특이한 것을 보여 줄 것이 없냐고 여쭈니 두루마리며 오래된 사진들을 꺼내 보여주신다. 1년에 한 차례씩 전시회를 열고 있는데 모두 일본이나 미국 등지에서 어렵게 수집해서 보내주는 귀한 자료들이라고 하신다.

올해가 3년째로 우리의 근대사와 불교문화를 들여다 볼 수 있는 귀한 자료들로 펴는 전시회라서 그런지 스님의 표정은 무척이나 고무돼 있어 보인다.

주지 스님을 뵙고 다시 동국사 마당으로 나선다. 여전히 수많은 사람들이 오고 간다. 저 사람들은 이 절집의 특이함만 보러 오고 가는 것일까. 일제강점기에 갖은 물자 수탈과 함께 우리의 문화와 정신까지 동화시키려 했던 일제의 악행에 대해서도 잠시 생각해 보고 가는 시간이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인다. 아무려나. 동국사 절집 마당에도 봄기운이 완연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