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욱일승천하시라는 덕담에 가려진<br>서울역 노숙자들의 처참한 광경이라니!

김진호기자 | zeenokim@naver.com | 2012-01-26 (목) 11:11

서울역은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주요 근대유적 가운데 하나다. 1900년 경성역으로 시작해서 광복 1주년인 1946년 11월 1일부터 서울역으로 고쳐 불렸다.

하루 평균 9만여 명이 드나드는 서울의 관문인 서울역은 그러나 언제부턴가 몰려드는 노숙자들로 인해 몸살을 앓고 있다. 집이 없는 사람들, 즉 홈리스(Homeless)들의 집단거처가 된 것이다.

이렇게 서울의 관문에 노숙자들이 모여든 것은 IMF 한파 때부터 본격화되었으니,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때 국물에 쩔은 지저분한 옷을 덕지덕지 걸쳐 입고 역사 안을 초점 없는 눈으로 배회하는 이들은 열차를 이용하는 시민들에게 잔돈을 요구하거나 담배를 요구하며 손을 내미는 행위를 다반사로 한다. 뿐만 아니라 잔뜩 술에 취해 침까지 흘리며 알아들을 수 없는 괴성을 지르는 모습은 볼썽사납기 짝이 없어 행인들은 눈살을 찌푸리며 피해가느라 곤욕을 겪기 일쑤다. 여성들이나 노약자들은 위협을 느낄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몇 해 전, 이들이 집을 잃고 거리로 내 몰린 사연들이 궁금해서 소주 댓 병과 그럴듯한 안주를 사들고 이들과 얘기를 나눠 본 적이 있었다.

어떤 사람은 하던 사업이 쫄딱 망해 길거리로 내 몰렸다고 하고 또 어떤 사람은 철학과 교수 출신인데 인생이 너무나도 의미가 없어 집을 나왔다고 했다. 또 어떤 사람은 집에서 받은 무시와 학대가 싫어서 거리로 나왔다고 했고, 어떤 이는 사실 자신은 재벌인데 인생을 배우기 위해 또는 깨달음을 얻기 위해 거리로 나왔다는 다소 황당한 사연을 털어놓기도 했다. 하지만 이들의 대부분은 가난 때문에 거리로 내몰린 사람들이었다. 그리고 차츰 거리의 생활에 젖어들면서 깊숙한 절망의 늪에서 허우적거리며 하루를 살아가고 있을 따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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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관문 서울역 광장의 한 구석에는 노숙자들이 혹한의 한파에도 불구하고 거적때기 같은 이불을 뒤집어 쓰고 마치 무덤속 주검처럼 누워 추위를 피하고 있다.

설날 연휴, 강력한 한파가 찾아들던 날 오전, 기차를 타기 위해 서울역 광장으로 들어서다가 너무나도 충경적인 광경을 목격하게 되었다.

광장 한 구석에 거적때기 같은 이불들이 마치 공원묘지를 연상시키듯 볼록볼록 쌓여 있는 광경. 그 위로 비둘기들이 누군가 먹다 남긴 라면 발을 쪼아 먹던 모습. 그리고 이 이불 틈새로 부스스 작은 움직임이 일어나더니 마치 산송장이나 다름없는 노숙자가 얼굴을 빼꼼하게 내밀고 허연 입김을 가늘게 뱉어내던 장면.

볼록볼록 쌓여진 거적때기 같은 이불 속이 바로 노숙자들의 잠자리이고 그 안에서 노숙자들은 마치 누에고치처럼 웅크리며 잠들어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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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천 광장에서 이불을 뒤집어 쓰고 밤을 지낸 노숙자의 참혹한 모습이 가슴을 저리이제는 골칫거리 아닌 골칫거리가 되어버린 노숙자들. 혹한의 추위에도 불구하고 게 한다. 이들에게도 최소한의 인권은 보장되어야 한다.

대단히 충격적인 광경을 목격하던 순간이었다. 이날 기온은 영하 10도까지 내려가던 날이었다. 저 안에 웅크리고 있는 사람들은 전부 살아 있기는 하는 것일까. 이 거적때기 같은 이불들을 걷어보고 싶다는 충동이 일었다.

아무리 골칫거리 신세가 된 노숙자들이지만, 이들에게도 인권은 있다. 잔돈푼 달라고 담배 한 가치 달라고 손을 내밀고, 술을 먹고 괴성을 지르는 노숙자이지만 이들에게도 최소한의 인권은 보장되어야 한다.

오가는 행인들에게, 또 외국인관광객들에게 비춰지는 이런 불쾌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 내심 화도 나지만, 그래서 인권 사각지대로 내몰린 이들에게 최소한의 대책은 필요한 것이 아닐까.

우선 이들이 혹한을 피할 수 있게 해주는 것부터가 최소한의 자비의 손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들에게 재기의 꿈을 심어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선 생명부터 살리는 것이 급선무라는 생각이 밀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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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은 나랏님도 어쩌지 못한다는 말도 있지만, 자칫 얼어죽을 위험에 놓인 이들의 생명을 위해 정부와 지자체, 종교계, 시민단체들이 머리를 모아야 할 시점이다.

설날을 전후한 주말부터 다시 매서운 혹한이 찾아온다고 한다. 명절을 잘 쇠라는 인사를 떠올리기 이전에 이들 걱정이 앞선다. 혹한에 혹여 얼어 죽지는 않을까, 사람의 생명이 걸려있는 문제에 이렇게 무심해도 괜찮은 것일까. 가난은 나라님도 구제 못한다는 옛말이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얼어죽을 위기에 처한 이들의 생명은 구제할 수 있는 방법은 있지 않을까.

G20 정상회의를 주최하고 선진국 반열에 올라선 대한민국의 수도 한복판에 위치한 서울역의 처참한 풍경이 동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1:99 시대’의 아픔을 상징적으로 대변하는 서울역 노숙자들의 모습을 보며 언제까지나 불쾌함을 느끼는 것에 머물러야 하는 것일까.

이제부터라도 정부당국과 시민단체 그리고 종교계 등이 머리를 맞대고 이들이 최소한 죽음 같은 추위에서는 벗어날 수 있도록 지혜를 짜내야 할 것이다.

임진년 쌍흑룡의 해, 용이 하늘로 오르듯 욱일승천하라는 인사말이 난무하는 선진 대한민국의 부끄러운 자화상을 서울역 노숙자들의 처절한 광경은 웅변으로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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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불자 2012-01-26 14:4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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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일은 큰일이다. 대한민국의 중심지인 서울역,,,,. 언젠가 서울역에 갔다가 다시는 가기싫어졌다. 너무 무서워서이다. 허름하고 술에취해 누워있는이들, 손에들것을 달라고 때쓰는것 등등. 너무 무서웠다. 여성들에겐 지나치기가 지옥같이 변해가는 서울역이었다. 남대문까지 불타서 남루한데....... 어둑어둑해질무렵이면 지하철을 여성혼잔 지나가기 무섭다. 많은 노숙자들이 자리깔고있기에..
이들의 보금자리가 시급하다. 그들을 위해서도, 대한민국의 얼굴을 위해서도,.......나무관세음보살
발보리심 2012-01-27 01:0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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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휴,

사진을 보니 마음이 참 아프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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