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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전망대에서 바라 본 순천만의 아름다운 풍경. 동글동글하게 이루어진 칠면초 군락지도 아름답고 순천동천의 풍경도 아름답다.

목포역에서 경전선을 탄다. 세계적인 습지이며 갯벌인 순천만과 아름다운 천년고찰 선암사를 보러 순천으로 가는 길이다. 경전선은 경상남도와 전라남도를 동서로 잇는 노선으로 이 경전선을 타고 서너 차례 열차여행을 했던 기억이 난다.

단선인 경전선은 수없이 많은 간이역이 있는데 이는 마을이 많은 이유도 있지만 열차의 교행을 돕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오랜만에 다시 경전선에 몸을 싣는다. 무궁화호. 이 느리게 가는 열차를 타고 장장 열 시간을 걸려 부산까지 여행을 서너 번은 했던 것 기억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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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으로 가는 경전선을 기차를 타고 가다보면 보성역을 못미처 이렇듯 아름다운 가로수 길을 보게 된다. 열차여행의 즐거움 중에 하나다.

부산까지 가는 경전선은 광양을 지나서 하동으로 넘어가면 사투리가 짬뽕이 되 버린다. 농익은 전라도와 경상도 사투리가 뒤섞여 객차 안은 시끌벅적하다. 서로 다른 사투리를 쓰는 시골사람들은 서로 싸우는 법이 없다. 아니 오히려 이웃처럼 친하기만 하다. 쓰는 사투리는 달라도 하는 이야기는 매한가지다. 올해 농사이야기, 녹차재배이야기, 해산물이야기, 산나물이야기….

그런 이야기들을 편 가름 없이 주고받는 경전선에서는 지역감정이란 애초부터 없었던 사람들이다. 못된 정치를 배운 이 나라의 못된 정치인들이 만들어낸 지역감정. 우리나라의 정치인은 정치에 발을 딛기 전에 인성교육 차원에서 이 경전선을 한 번씩 태웠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덜컹거리는 경전선 무궁화호는 스쳐 지나가는 차창 밖 풍경을 보여주듯 그렇게 예전 여행의 기억 하나를 꺼내놓고 있었다. 보성 인근의 아름다운 가로수 길이 보이던 창 밖 풍경에 넋을 놓고 있기를 잠시 어느새 순천역이다. 역사를 빠져나와 곧 바로 택시를 타고 순천만으로 간다.

순천만. 순천만은 전라남도 고흥반도와 여수반도 사이에 있는 만으로 남북으로 30km, 동서로 22km의 크기이다. 영양이 풍부한 갯벌 덕분에 다양한 물고기들이 있어 어로가 성행하고 다양한 수서생물들이 자라는 이곳은 철새들의 낙원이기도 하다. 만의 북쪽으로는 순천시이며 옛날 순천에서는 얼굴 자랑을 하지 말라고 할 정도로 미남미녀가 많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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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만의 광활한 갈대밭에 앞에 이른다. 이 갈대밭 위로 갯바람이 불어오면 파도 같은 초록 물결이 넘실거린다. 장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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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하게 살아있는 순천만의 갯벌에는 각종 수서식물들이 살아 있어 이를 먹이로 하는 철새들이 사시사철 이곳 순천만을 찾아온다.

택시에서 내린 곳이 순천만 생태공원 앞이다. 생태공원을 가로 질러 순천만 갈대밭 탐방로 입구에 이른다. 눈앞에 드넓은 갈대밭이 펼쳐진다. 비릿하고 짭조름한 갯내음이 섞인 바람이 불어올 때 마다 초록의 물결이 넘실거린다. 장관이다.

순천시를 관통하고 달려온 순천동천이 물골을 만들어 그 위로는 배가 달린다. 푸름을 한껏 펼쳐 보이던 갈대밭과 물골이 그렇게 잘 어울리는지 몰랐다. 갈대밭 사이로 곡선으로 그어진 검은색 갯벌의 물골. 마치 초록색 화면을 검은색 곡선으로 가른 후 그 안에 물빛을 채워 놓은 듯한 것이 마치 잘 그려놓은 구성 그림 같기만 하다. 그런 아름다움이 수많은 사람들을 이곳 순천만으로 불러들이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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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전망대를 오르면서 바라 본 순천만의 갈대밭의 풍경. 갈대밭 사이로 조성된 탐방로 여러 코스로 조성되어 갈대밭의 여러 풍경을 만끽해 볼 수 있다.

순천만을 제대로 보려면 용산전망대를 올라야 한다. 갈대밭에서 왼쪽 방향을 바라보면 야트막한 산이 하나 보이는데 이 산이 용산이다.

용산전망대로 가자면 드넓은 갈대밭 사이로 조성된 탐방로를 따라가야 한다. 갯벌 위에 낮게 목재 데크로 만들어진 탐방로는 갈대 풍경을 즐기기에 그만이다.

허리 위로 넘실거리는 갈대의 물결을 바라보며 걷는 탐방로를 따라 가다보면 야트막한 산 앞에서 배수갑문을 만나게 된다. 배수갑문을 지나면 목재 데크로 만들어진 계단이 나오고 계단을 따라 오르고 나면 잠시 비탈길이 이어지다가 능선길이 나오게 된다. 이 능선 길을 끝까지 걸어가면 용산전망대에 이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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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동천이 만들어낸 긴 물골은 S자를 그리면서 바다로 흘러간다. 앞의 조그만 선창이 대대선창으로 이곳에서 순천만유람선을 탈 수 있다.

용산전망대에 도착해서 순천만의 아름다운 풍경들을 감상한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순천만의 풍경은 장관이다. 특히나 동글동글하게 형성된 칠면초의 군락지며 S자로 휘어 흐르는 순천동천이 어우러진 드넓은 갈대밭의 풍경은 그 아름다움이 빼어나 2008년 명승 제41호로 지정되기도 하였다. 뿐만 아니라 이렇게 민물과 바닷물이 드나드는 갈대밭과 칠면초로 이루어진 갯벌은 수많은 생명을 품어 안고 있어 세계적인 자연습지로 람사르 총회에 등록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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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뚱어탕으로 유명한 대대선창집에서 시켜 먹던 짱뚱어탕. 추어탕처럼 끓여져 나오는 짱뚱어탕은 그 맛이 일품이다. 남도음식답게 반찬 가짓수도 화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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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만 자연생태공원 내에 있는 갯벌갈대철새생태관. 이곳에서는 순천만의 갯벌과 갈대와 철새들의 생태에 대해 알아 볼 수 있다.

아름다운 순천만의 풍경을 돌아보고 다시 대대리 선창 앞으로 나온다. 물골 한 켠의 조그만 선창 앞에서 만난 눈이 번쩍 뜨이게 하던 간판 하나. 짱뚱어탕으로 유명한 대대선창집이다. 물밀 듯 밀려오는 허기. 짱뚱어탕 한 그릇에 반찬만 이십 가지가 넘는다. 역시 남도의 화려한 밥상답다. 고소하고 담백한 맛이 일품인 짱뚱어탕은 추어탕과 비슷한 맛이지만 그 맛은 한수 위다.

속 든든하게 채우고 다시 순천역 앞으로. 이제부터 선암사로 갈 작정이다. 선암사. 남도여행을 하게 되거든 꼭 한번 찾아보기로 늘 마음에 담고 있던 사찰이 순천의 선암사였다. 이번 경전선을 타고 하는 남도여행은 그 정점이 선암사인 것이다. 순천역 앞에서 시내버스 1번을 타고 선암사로 향한다. 복잡한 시가지를 빠져 나오니 버스는 이내 산허리를 넘는다.

그리고 고개 하나를 넘어 승주읍으로 들어선다.

다시 승주읍 시가지를 빠져나온 버스는 이번에는 계곡 아름다운 길을 따라 달리기 시작을 한다. 버스는 이윽고 선암사 매표소 앞에 이르고 승객들을 부려놓기 시작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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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주읍 조계산 내의 선암사로 들어서다 보면 만나는 아름다운 무지개다리 승선교. 아치형으로 돌을 쌓아 만든 승선교 뒤로 강선루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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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암사 경내로 들어서는 일주문으로 조계문이란 이름으로도 불리 운다. 조계산 선암사라고 쓰인 현판 반대편에는 청량산 해천사라고도 쓰여 있다.

드디어 그렇게도 보고 싶었던 선암사에 도착을 한 것이다. 계곡 물소리 시원하게 들려오고 숲 울창한 길을 따라 걷는다. 이렇게 걷는 길은 한여름 무더위도 잊게 만드는 시원한 길이다. 시원한 물소리를 따라 한참을 오르다보니 만나는 무지개형의 돌다리. 아치형 돌다리 두 개가 반원의 형태를 하고 있으며 그 아래로는 옥빛 맑은 물이 흐르고 있다.

조금은 투박해 보이는 돌다리 뒤로 보이던 승선교(昇仙橋). 보물 제400호로 지정된 이 승선교는 우리나라 다리 중에 가장 아름다운 다리로도 너무나 잘 알려져 있다.

계곡으로 내려가 시원한 물에 발을 담구고 승선교를 바라본다. 커다란 돌 무지개가 계곡 위에 걸려 있다. 그리고 그 뒤로 언뜻언뜻 드러나 보이던 누각 하나. 아름다운 돌다리 사이로 바라보는 강선루(降仙樓)는 한 여름 보다는 가을에 그 풍경이 더 아름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보기 좋은 풍경이니 사진작가들이 사시사철 드나드는 것이겠지.’
‘신선이 강선루에 내려와 노닐다가 이 승선교에서 다시 하늘로 올라갔겠구나.’

신선이나 사진작가나 보는 눈은 모두 같다는 생각을 해보던 순간이다.

승선교를 지나니 드디어 일주문이 나타난다. 조계산 선암사. 선암사는 태고총림으로 총림이란 승려들의 참선수행 전문도량인 선원(禪院)과 경전 교육기관인 강원(講院), 계율 전문교육기관인 율원(律院) 등을 모두 갖춘 사찰이다.

선암사는 수행을 하는 사찰뿐만 아니라 한국불교 태고종의 많은 스님들을 양성하는 사찰이기도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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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암사 대웅전 앞마당의 풍경. 대웅전 앞마당에는 동탑과 서탑이 나란히 서 있는데 이 두 탑은 모두 통일신라시대 때 조성된 것으로 보물 제 359호로 지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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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암사의 경내 풍경. 고색창연한 전각과 그 전각을 두르고 있는 얕은 대나무 담장이 잘 어울린다. 여름 꽃 백일홍이 붉게 피어나 그 아름다움은 더욱 빛이 난다.

선암사는 백제성왕 7년(529년)에 선암사 비로암지에 아도화상이 선암사를 창건, 이름을 해천사로 산명을 청량산이라 하였다고 한다. 만약 그 시대 그 이름과 지명이 요즘까지 이어져 왔다면 선암사는 조계산 선암사가 아니라 청량산 해천사가 되었을 것이다. 그 뒤 도선국사가 중창, 1철불 2보탑 3부도를 세워 지금까지 전해진다.

선암사 역시 정유재란때 큰 피해를 입어 모든 전각이 불타고 철불, 보탑, 부도, 문수전,

조계문, 청측만이 남았다고 한다. 이후 1660년, 1760년에 복구 및 중창되었고 다시 순조 23년 중창불사를 하여 오늘날의 대가람의 규모를 갖추었다고 한다.

선암사 일주문을 지나 경내로 들어선다. 이 일주문은 또 다른 이름으로 조계문 이라고도 불리 운다. 고색창연한 전각들이 여름 꽃들에 둘러싸여 그 아름다움은 더욱 빛이 난다.

뿐만 아니라 전각들이 배치된 주변으로는 야트막한 대나무 울타리가 쳐져 있는데 그 모습 또한 절집 풍경과 어우러져 너무나도 보기 좋은 풍경이다.

구석구석 이렇게 편안하고 그윽한 풍경들로 가득하니 시인묵객들의 발길을 사로잡았을 것은 당연할 이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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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큰 스님들의 진영이 모셔진 진영각 내부의 모습. 다른 이름으로 영각이라고도 하며 1789년에 중창된 건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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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암사 내의 작은 연못이 있는 풍경. 선암사를 돌아보다 보면 이렇듯 작은 연못이 조성된 정원들을 볼 수가 있어 돌아보는 즐거움이 많은 절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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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암사의 범종각의 주련은 범종을 칠 때 염송하는 종송으로 모든 중생들을 구제하기를 간절히 바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고 한다.

동탑 서탑이 나란히 서있는 마당을 지나 대웅전에서 참배를 올린 후 선암사의 각 전각들을 둘러본다. 천년고찰답게 세월이 오랜 전각뿐만 아니라 돌아보는 곳 마다 고목들도 즐비하다. 담 모퉁이를 돌면 또 다른 모습의 전각과 정원들이 나타나는 선암사. 이렇게 예쁘고 아름다운 절집을 본적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래서 사람들이 선암사 선암사하고 노래를 부르는 구나.’

조계산 자락, 그윽한 향내음 은은히 번지는 선암사를 돌아보고 삼나무 숲 우거진 산길을 따라 걸어 나온다. 시인 정호승이 속세의 번뇌가 가득할 때 마다 찾았다는 선암사.

무거운 가슴 들고 들어오면 갈 때는 어느새 깃털 같이 가벼운 마음으로 떠날 수 있었다는 선암사는 누구나 가슴 한켠 응어리 한 덩어리쯤은 언제고 들고 와도 넉넉하게 받아 줄 수 있는 우리네 어머니 같은 절집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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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암사의 우회 길로 빠져나오면 울창한 삼나무 숲길을 걸을 수가 있다. 이 길을 따라 나가다 보면 다도체험장이 나타난다.

선암사

눈물이 나면 기차를 타고 선암사로 가라

선암사 해우소로 가서 실컷 울어라

해우소에 쭈그리고 앉아 울고 있으면

죽은 소나무 뿌리가 기어다니고

목어가 푸른 하늘을 날아다닌다

풀잎들이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닦아주고

새들이 가슴 속으로 날아와 종소리를 울린다

눈물이 나면 걸어서라도 선암사로 가라

선암사 해우소 앞

등 굽은 소나무에 기대어 통곡하라
<정호승 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