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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무에 가려 희뿌옇게 보이는 우이암의 풍경. 이 우이암은 옛날에는 관음보살바위로 더 유명했었다고 한다. 이 우이암으로 인해 원통사는 관음성지로도 유명해진듯 싶다.

올해는 유난히 장마가 길고 비도 많이 내린다. 하늘에 구멍이 난 걸까. 무섭게 쏟아 붓는 장대비가 연일 이어진다.

이제 우리도 서서히 뉴스 보도에 우기라는 표현을 쓰기 시작을 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미 아열대성 기후에 접어들었다는 얘기다. 그렇게 지리하게 연일 비가 내리던 중의 어느 토요일 아침. 하늘이 찌뿌듯하기는 하지만 비가 내릴 기색은 아니다. 이런 날 산에 올라서 운이 좋으면 구름을 발아래 둘 수 있어 마치 신선이 된 듯한 기분을 만끽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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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계속된 강우로 인해 계곡의 수량이 풍부해져 사람들의 발길을 불러 모으고 있는 도봉산 입구의 계곡.

서둘러 산행준비를 마치고 도봉산역으로 간다. 간만에 비 갠 아침이라서 그런지 산행객들이 도봉산 역부터 도봉탐방지원센타까지 장사진을 이루고 있다.

아마도 다들 나와 같은 생각이 아닐까? 오랜만에 비 오지 않는 아침. 아름답고 몽환적인 운무가득한 절경을 펼쳐지는 산의 풍경을 꿈꾸면서.

도봉산 들머리부터 보이던 풍경은 아름다운 기암의 봉우리들은 이미 구름에 가려 사라져 있었다.

그나마 산자락도 마치 수묵화의 농담 옅은 부분처럼 흐릿하니 능선과 골을 내 비추고 있는 것이다.

운무 속으로 걷는 길은 시야가 흐려 미지의 세계를 걷는 듯한 신비로움이 있어 좋기는 하지만 아무래도 산행 도중에는 무더위와 습도는 그리 녹녹치 않을 거란 예상은 빗나감이 없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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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문능선으로 진입하다 보면 제일 먼저 만나는 절집이 능원사다. 일주문의 황금단청이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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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원사의 제일 큰법당인 용화전의 풍경. 웅장한 전각과 황금단청이 대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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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화전 법당 안의 모습. 주불로 미륵부처님이 모셔졌고 내부 역시 금빛 단청이 찬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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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원사의 범종각. 범종각 역시 부속 목재에 수려한 문양을 새겼을 뿐만 아니라 황금단청이 찬란하다

도봉탐방지원센타를 지나 좌측의 계곡을 가로지르는 다리를 건넌다. 계속 이어진 강우로 인해 수량이 풍부해진 계곡은 흐르는 물소리가 장중하다. 물소리는 시원함을 뛰어넘어 서늘함까지 전해주고 있었다. 이곳으로 오르면 우이암으로 오르는 보문능선의 시작점이다. 이번엔 기암 아름다운 우이암 턱밑 원통사를 들러 볼 참이다. 오르는 길에 몇몇의 산사들도 들러서 가는 내 나름의 코스다.

물론 제일 기대하는 곳이 원통사다.

보문능선의 초입에서 가장 먼저 만나는 절집이 능원사다. 능원사 앞에 이르자니 예전 모습과는 많이 다른 모습으로 화려하면서도 눈부시게 아름다운 모습으로 변해있는 모습에 눈이 다 번쩍 뜨인다.

몇 해전까지만 해도 단청 없이 속살 허옇게 드러낸 절집의 모습이 너무도 낮 설어 부러 외면한 적도 있었는데. 그도 그럴 것이 지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전각의 허연 소나무 기둥들이 하얀 화강암 석재들과 따로 노는 것 같아 적잖이도 실망스러운 모습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전각의 기둥이며 서까래며 공포까지 눈부시게 아름다운 황금단청 옷을 입고 있어 장엄한 아름다운 가득한 절집이 된 것이다.

‘이렇게 눈부시게 아름다운 황금단청은 어디서도 쉽게 보기 힘든 모습이겠다. 아마도 개금과 단청을 같이 입힌 걸 꺼야’

정말 황금색과 울긋불긋한 단청색이 너무나도 잘 어우러진 모습이다.

능원사 일주문을 들어서면 전각 마다 황금단청이 뿜어내고 있는 찬란한 금빛의 경내 풍경에 누구나 쉽사리 반해버릴 풍경으로 보인다.

지붕 위에 금방이라도 날아 오를듯한 금시조 두 마리가 얹어진 용화전 앞에서 참배를 한다.

‘용화전’이라. 미륵부처님을 섬기는 절집은 가장 큰 법당이 용화전이었지. 아니나 다를까. 이곳에도 주존으로 미륵부처님이 모셔져 있었다.

도봉산 능원사는 30년 전부터 있던 절을 철웅 스님이 헐어 새로 창건하고 유명한 이동기 단청장이 각 전각의 목재 마다 지금의 황금단청으로 옷을 입혀 아름답고 웅장한 사찰로 거듭나게 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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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봉사의 아름다운 석탑과 돌계단을 오르기 전 만나 뵙는 석가모니 부처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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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봉사의 독특한 한 모습을 하고 있는 대웅전. 이곳에는 서울시유형문화재 제151호로 지정된 소중한 성보인 철불좌상이 모셔져 있다.

능원사를 빠져 나와 조금을 오르자니 다시 만나는 절집. 도봉사다. 도봉사는 능원사와는 달리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는 사찰이다. 고려 광종의 왕사인 해거국사가 창건하였고 전란으로 소실되었던 것을 태조 이성계가 개국한 조선의 영원한 안녕을 기원하는 의미를 담은 영국사란 이름으로 무학대사가 다시 창건하게 된다.

다시 고종 때 화재로 초암(草庵)만 남게 된 것을 벽암 대종사가 1968년 절터를 복원하고 중창하여 오늘에 이르게 되었다고 한다.

지금도 남겨진 유물로는 철불좌상이 있는데 서울시유형문화재 제151호로 지정돼 있으며 현재 국보로의 지정을 신청 중이며 이 철불좌상은 해거국사가 주조한 불상으로 지금까지 전해져 오고 있는 소중한 성보이기도 하다.

가파른 비탈길로 이루어진 도봉사 경내로 들어선다. 여느 절집의 형태와 사뭇 다른 모습의 경내 풍경이 우선 눈길을 사로잡는다. 규모는 작지만 마치 불국사을 연상케 하는 돌계단과 돌계단을 오르면 이층 형태로 이루어진 대웅전의 모습이 그러하다.

아쉽다면 전각의 전체가 목재가 아니라 주요 부분들은 시멘트로 지어져 고색창연한 멋이 감해지는데 있는 것이다.

도봉산 깊은 골과 울창한 숲과 잘 어우러진 사찰 도봉사는 적요하며 안온함을 바탕으로 항상 지금의 모습으로 운수납자를 품어줄 것이다.

도봉사를 빠져 나와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한다. 보문능선은 도봉산의 가지능선 중 제법이나 긴 능선으로 오르는 것 보다는 내려오는 편이 편한 능선이기도 하다. 끝없는 오르막의 산행로. 특히나 안개 짙고 기온 높은 여름철 같으면 고도의 인내를 요구하는 산행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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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 가득한 산행로는 높은 습도와 온도로 쉬이 지치게 한다. 편한 길은 신비로움도 있긴 하지만 가파른 오르막은 고행을 수반하는 길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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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곡을 가로 질러 암벽을 올라 당도한 암봉에서 바라보던 운무 가득하던 보문능선의 풍경.

산행 처음의 예상처럼 아닌 게 아니라 짙은 안개는 작은 물방울처럼 떠다니며 온 몸을 무겁고 축축하게 만들고 높은 기온은 조금만 걸어 올라도 숨이 턱까지 차게 만들고 있었다.

거기에 바람 한 점 없는 능선은 안개로 가득해 시계까지 가려 놓으니 답답한 산행이 계속 진행될 뿐이다. 겨우 겨우 도착한 사거리 갈림길. 물에서 갓 건져 올린 해파리처럼 온 몸을 축 늘어트리고 한참을 쉰다.

이곳 사거리에서 원통사로 가는 길은 계곡을 따라 내려가는 길로 잡아 본다. 계곡 길은 한참을 내려가도 갈림길이 보이질 않는다. ‘길을 잘 못 잡은 것일까? 왜 계속 내려가기만 하는 거지?’ 서서히 의구심들 즈음 산행객 한 분이 서둘러 내려오고 있다. 길을 물으니 이 길은 계속 내려가는 길이란다.

원통사로 가려면 다시 사거리까지 올라가서 우이암 정상 능선으로 가라는 것이다. ‘길 안내 표지판이 잘못 된 것이었나? 아무리 오랜만에 찾아 온 길이라지만 이렇게도 기억에 없는 것인가?’ 가끔은 믿을 수 없는 것이 사람의 기억력이기도 하다.

다시 조금 전의 사거리로 되오르면서 왼편의 계곡을 유심히 관찰한다. 분명 샛길이 있을 터인데. 표지판대로라면. 내려온 만큼 다시 올라가는 일은 죽어도 하기가 싫다. 이미 지칠 만큼 지쳐있으니.

계곡을 따라 거슬러 오르다 보니 폭우에 의해 지워져서 그렇지 분명 사람의 발길이 많이 지난 친 오솔길 하나가 계곡 왼편으로 오롯이 드러나 보인다. 계곡을 건너 좁은 오솔길을 따라 걸어 들어간다.

오솔길은 숲길이다가, 다시 암벽의 허리를 따라 지나는 길이 되고, 이윽고 암벽을 기어오르는 길로 이어진다.

발아래가 아스라한 절벽에는 암벽을 가로 지르는 로프가 걸려있고 작은 공포심을 부여잡고 절벽을 건너 두어 개의 암벽을 넘어서니 시야가 펑 뚫린 암봉 위에 올라선다. 보문능선이 한 눈에 들어오는 기막힌 절경이 펼쳐지던 곳. 능선이 운무에 지워졌다 슬며시 나타나길 반복하는 대단한 풍광을 바라보며 주저앉아 간단한 요기를 마친다. 이렇게 먹는 점심은 천만금하고도 바꿀 생각이 없다.

점심을 마치고 암봉을 빠져 나와 산모롱이를 돌아드니 바로 보이는 화장실. 원통사 앞의 간이화장실이다. 그러고 보니 지금 지나온 길은 계곡에서 산허리를 가로 지르는 원통사로 가는 지름길이었던 것이다. 화장실을 지나니 곧 바로 만나는 원통사. 계단을 올라 원통사 경내로 들어서니 예상했던 것처럼 대단히도 아름답고 몽환적인 풍광이 맞아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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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통사의 전경. 거대한 기암 사이 마다 자리잡은 전각들이 운무와 어우러져 한폭의 수묵산수화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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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통사에 입구의 풍경. 작은 누각에 원통사라고 쓰여진 현액이 달려있다. 그 뒤로 보이는 수령이 600년이나 된 느티나무도 원통사의 자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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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통사의 큰법당인 원통보전. 원통사는 관음성지로도 유명하며 원통보전의 주불은 관세음보살이다.

운무에 가려진 기암괴석 사이에 자리 잡은 원통사의 전각들은 말 그래로 한 폭의 수묵화로 진경산수이기도 하고 어찌 보면 꿈에서나 보았을 듯한 관념산수처럼 느껴지던 순간이었다.

‘아! 아름답고 신비스럽다. 이런 풍광이 보고 싶어 미치도록 기어 올라온 거지.’

구름에 가려 사라져 버린 우이암의 풍경 따윈 필요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구름에 가려 발아래 산자락의 풍경 따윈 안 보아도 그만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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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북바위와 약사전. 이 거북바위에는 ‘상공암’이라는 글자가 각자되어 있는데 이는 태조 이성계의 꿈에서 비롯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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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기암 아래 돌담 가지런히 쌓여진 원통사의 삼성각. 원통사의 전각들은 이처럼 기암들 사이 사이에 자리잡아 그림 같은 풍경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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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통사의 석굴. 이 석굴은 나한전으로 태조 이성계가 기도했던 유서 깊은 석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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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암 위에서 내려다 본 원통사의 전경. 운무에 둘러 쌓여 있는 원통사는 몽환적인 풍경을 자아내고 있다.

그 아름답던 풍광이 바닥난 체력을 다시 충전해주고 있었다. 거대한 바위 틈새 마다 자리 잡은 작은 전각들을 오르고 내리며 돌아본다. 약사전을 머리에 이고 있는 커다란 바위에는 상공암(相公岩)이란 글자가 멋스럽게 각자되어 있다.

원통사는 대한불교조계종의 직할사찰로 신라 경문왕 3년에 도선국사에 의해 창건된 산중 사찰이라고 한다. 고려 문종 때 재창, 조선 태조 때 삼창, 그후 조선의 말기 고종에 이르기까지 여러 왕들이 중창을 한 시대를 막론하고 많은 임금들로부터 관심이 깊던 사찰이다. 특히나 이곳 석굴에서 기도를 하던 이성계가 지금의 약사전 아래 거북바위에서 기도를 마치던 날 천상의 상공이 되어 옥황상제를 배알 하는 꿈을 꾸고 이 바위에 글자를 새긴 것이 약사전 아래 상공암이라는 글자로, 원통사는 그만큼 유서가 깊은 절집이기도 하다.

원통사는 보은사라는 다른 이름으로도 불리었는데 이는 순조 10년 청화대사가 중창을 한 후 나라에 큰 경사가 있자 “나라와 산천에 은혜를 갚았다”하여 보은사라는 이름으로도 불리게 되었다는 것이다.

운무 들어차 온통 신비로운 아름다움으로 가득하던 원통사를 여한 없이 돌아보고 우이암 정상에 오른다. 정상에서 건너다보는 우이암이 희뿌옇다. 뾰족히 솟은 암봉 위에 암벽 등반가들이 올라 실루엣으로 보인다. 지금의 우이암은 암벽 등반가들의 수련 바위로 유명한 암봉이 되었지만 그 옛날에는 관음보살바위로 더 잘 알려졌다고 한다.

우이암은 옛날에는 관음봉 또는 사모봉으로도 불리었는데 바위의 형상이 마치 부처님을 향해 기도를 하고 있는 관음보살의 모습을 하고 있어 관음보살바위로 유명했던 것이다. 원통사가 천혜의 관음성지로도 유명한 것은 바로 이처럼 신묘한 모습을 하고 있는 관음보살의 모습을 하고 있는 우이암 때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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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우이남능선의 풍경. 안개군단이 몰려와 숲과 바위와 능선과 골짜기를 지워버리고 있다.

자연이 빚어낸 아름다운 예술품들이 가득한 우이암의 풍경들을 뒤에 두고 하산을 시작한다. 능선을 따라 펼쳐지는 진귀한 풍경들이 하나씩 지워지기 시작을 한다. 밤부터 다시 시작되는 비 소식 때문인지 안개의 군단들이 산자락부터 능선과 계곡까지 하나 둘씩 점령하기 시작을 한다.

지워져 가는 봉우리들. 지워져 가는 숲과 나무들. 그 속을 걷고 있는 나도 지워지고. 서서히 몰아(沒我)가 되고 있나 보다. 산도 안개도 나도 하나가 되어가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