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5년 만에 다시 원형의 모습으로 복원된 광화문을 이른 아침 시간을 내어 찾았다. 사람의 발길이 한산한 이른 아침 시간이어야 한적하고 느긋하게 다시 제자리에 제모습으로 돌아 온 광화문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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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앞에서 광화문을 올려다본다. 날렵한 추녀, 아름다운 단청, 새의 깃털 같은 기와를 얹고 있는 지붕의 모습. 마치 한마리의 커다란 새가 막 파아란 하늘로 날아오르고 있는 듯한 모습이다.

그 아름다운 모습에 가슴이 뭉클해진다. 반갑고 또 고맙고….

다 알다시피, 광화문은 조선왕조의 정궁인 경복궁의 정문이다. 태조 이성계 때에 지어져 임진왜란 때 소실되었다가 고종 때 대원군이 복원을 하고 다시 일제강점기에 엉뚱한 곳으로 내쫓겨 갔다가 그나마 한국전쟁에 소실이 되고 1968년 박정희 대통령이 복원하였기는 했으나 그 몸체가 콘크리트였다. 그나마 제자리도 찾지 못한채 원위치보다 북쪽으로 11.2ｍ, 동쪽으로 13.5ｍ떨어진 자리에 방향 역시 관악산이 아닌 남산을 향하고 있던 것이다. 하긴 그동안 경복궁을 찾을 때마다 보이던 콘크리트의 광화문에 이질감을 느끼곤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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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이 제자리와 제 모습 찾기 위한 복원 공사가 시작이 되었고, 이내 덧집이 씌워지고 콘크리트 구조물이 철거가 되고 다시 금강송을 가져오고 포천석을 날라다가 공사를 하기를 3년 8개월이 걸렸다.

그리고 드디어 제 모습으로 만나는 광화문. 기와를 얹은 여장부터 전돌 사이에 회칠을 해 모양을 낸 문양들이며 그 위로 색 고운 단청이며 어느 것 하나 아름답지 않은 것이 없다.

광화문을 하염없이 바라보다가 아직도 인적이 드문 이른 아침의 경복궁의 주변도 돌아보았다.

역사의 이야기들이 바닥 돌 틈 사이로 빼꼼하게 올라와 아픈 시대의 슬픔을 전해 줄 것 같은 경복궁의 돌담길도, 안개 자락 허리춤에 두르고 멀찍이서 만고풍상을 바라보았을 북악산이 보이는 궁궐의 회랑 담벼락도 새벽에는 더욱 아름답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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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편 국립고궁박문관 앞에는 썰어낸 옛 광화문의 흉물스런 콘크리트 잔해들이 전시되어 있다.

“그랬어. 그래서 예전에 바라보던 광화문은 그렇게 이질감으로 가득 했던거야.”

새롭게 단장한 광화문을 보고 나온 터라 이 콘크리트 뼈대가 더욱이나 흉측하게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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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철거 전시물을 돌아보고 만난 것이 ‘법천사 지광국사현묘탑’이다. 한눈에 보아도 범상치 않은 이 묘탑은 국보 101호로 원래는 강원도 원주시의 법천사 터에 있던 것이다. 그런데 일제강점기에 일본이 몰래 이 묘탑을 빼돌리다가 들켜 1915년 되돌려 받아 경복궁 한켠 지금의 자리에 세워졌다.

이 현묘탑은 고려시대에 보기 드문 새로운 양식의 아름다운 수작으로 고려전기의 현종과 문종의 왕사이던 지광국사의 부도탑이다. 탑신에 새겨진 아름다운 부조 뿐 아니라 탑의 정형미는 가히 국보의 위명이 느껴진다. 그러나 이 현묘탑 역시 제자리가 아닌 사람들 눈길이 벗어난 외진 곳에 자리하고 있으니 애석할 뿐이다.

경복궁도 일제에 의해서 그 전각들이 소실되고 그 자리에 그들의 관공소와 회사 건물들이 들어섰던 아픈 기억을 간직하고 있다. 일제의 문화에 대한 만행은 다시 생각해도 분통이 가라앉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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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광화문 앞. 화마로 부터 궁궐을 수호하기 위해 세워진 해태상이 용맹스럽다. 서울의 마스코트로 해치가 선정되었는데, 해태의 본디 이름이 해치다.

해치상 옆에 홍예문 하나가 열려있다. 아직도 부분 공사로 바쁜 인부들 뒤로 홍예문이 보인다. 광화문이 제자리에 제 모습을 찾으니 덩달아 홍예문 역시 더욱 웅장하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눈에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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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예의 천정에는 현무의 단청이 곱고 아름답다. 광화문 앞 광장을 바라본다. 아무리 바라보아도 이 아름다운 광화문과 저 광장은 겉돌고만 있다. 따로국밥을 연상케 한다. 밥 따로 국 따로.

전혀 고전적이지 않는 광장에 전혀 역사와 문화적이 못한 광화문 광장은 사계절 단순한 놀이터로 밖에 느껴지질 않는다.

옛날에는 육조거리였던 이 광장은 그 역사에 관한 상징적인 것은 하나도 보이질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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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단보도를 두 번 건너 안국동 방향으로 가다보면 동십자각을 지나치게 된다. 도로 한 가운데 외롭게 섬처럼 떠 있는 동십자각이 애처롭고 쓸쓸하다.이 작은 전각은 고종이 경복궁을 복원하면서 경복궁 수비를 위해 지은 망루였다.

그러나 경복궁의 여장이 헐려나가면서 지금은 이렇게 홀로 외롭게 서있는 신세가 되었다. 얼핏 보면 단독 건물인 듯 보이지만 엄연한 경복궁의 건물 중 하나다.

어느새 8월이 끝자락이다. 일제의 손아귀에서 벗어난 달이 8월이니, 광화문과 경복궁을 둘러본 느낌이 괜시리 애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