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와 도교의 이름이 섞인 존제산에 나툰 미륵부처님 _?xml_:namespace prefix = o />

전남 보성군 율어면에는 존제산(尊帝山·표고 703.8미터)이라는 이름의 산이 있다. 산의 이름이 심상찮다. 아마도 존은 석가세존을, 제는 옥황상제(또는 제석천)를 의미할 것이다. 그렇다면 불교와 도교의 전통을 함께 간직한 산이겠다.

이 절은 율어면 소재지에서 주릿재를 넘어 벌교읍으로 가는 지방도로의 우측에 위치해 있으며, 속칭 미륵덩이, 혹은 중바위골이라는 골짜기를 올라가다 중바우라는 자연석에 새겨진 마애불와 미완성의 공양상이 조각된 곳에 위치해 있다.

바로 이곳, 존제산의 북쪽 기슭, 시원하게 앞이 트인 곳에 자리잡은 절 일월사는 현재 복원불사가 한창이다. 이 절은 동국여지승람에도 기록됐을만큼 오랜 역사를 가진 천년고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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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월사 경내에는 예사롭지 않은 바위들이 군데군데 신장처럼 서 있고, 그도 모자라 돌너들(돌밭)이라는 이름의 돌계곡이 펼쳐져 있다. 돌너들이라는 이름도 재밌지만 실제로 이곳은 물이 아니라 돌이 흐르는 형국을 하고 있다. 그 옆쪽으로 앞서 언급한 중바우에 새겨진 보물 제944호 마애불이 있는데, 이 마애불은 일월사(日月寺)를 대표하는 가장 소중한 성보이다. 대좌와 광배를 구비한 완전한 형태로서 마애불로서는 보기드문 형식이라는 점이 인정돼 도지정 지방유형문화재에서 지난 1988년 4월 1일 국가지정 보물로 승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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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마애불은 상호는 둥글고 부드러우며 원만하다. 소발의 머리 위에 반구형으로 솟은 높은 육계와 눈 두덩이가 두터워 고려 초기 이전의 양식으로 추정된다. 눈꼬리는 약간 올라갔으며, 코와 입은 후대에 많이 쪼아내 큰 손상을 입었다. 법의는 통견이며 어깨에서 무릎까지 밀집된 옷주름이 조각되었고, 특히 주목되는 것은 어깨부분에 별도의 어깨 걸치개, 즉 숄을 걸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오직 이 마애불에서만 나타나는 독특한 양식이다. 수인은 설법인을 하고 있고, 광배는 두광(頭光)과 신광(身光)으로 구분해 나타냈다. 여래좌상 오른쪽으로 미완성의 공양상이 나타나고 있고, 최근 절을 지키는 불자들이 달빛에 비치는 마애불을 살피다가 왼편에도 흐릿하게 신상을 새긴 흔적을 발견했다고 한다. 그러나 비가 내리는 날 어둑한 날씨 때문인지 아무리 살펴봐도 정확하게 확인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만일 그것이 사실이라면 이 마애불좌상은 양쪽에 두 협시 공양상을 거느린 삼존의 형태가 되고, 자연스럽게 기존의 고려초 또는 통일신라기 작품이라는 학설이 백제로까지 올라갈 수도 있다는 해석도 가능해진다.

이 절은 5년 전까지만 해도, 미륵사로 불렸다. 미륵덩이라는 지명에서도 보듯이 미륵도량으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일월사라는 옛 절 이름을 감안하면 마애불은 약사여래불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존제산 천년고찰 일월사 주석보살 원력으로 복원中

밤이 많아 율어(栗於)라는 이름을 가진 이 고을의 유신리 마을 뒷편으로 1㎞쯤 올라간 곳에 위치한 일월사는 전통사찰 제90호로 지정된 고찰이다. 존제산으로 올라가는 입구인 중바위골에 위치해 있고, 절 아래로는 100여 가구의 마을이 있다.

절을 품은 존제산은 보성의 3대명산 중 하나로 꼽힌다. 근대사의 아픔을 표현한 소설 '태백산맥'의 무대이기도 하다. 실제로 태백산맥 조정래 문학비가 절 앞에 펼쳐진 유신(柳新) 저수지 인근에 세워져 있기도 하다.

산의 기가 워낙 강해 일월사 인근으로 자리했던 산내암자들은 기운을 견디지 못하고 모두 화재로 사라졌다고 한다. 다만 일월사만이 보물 마애불의 위신력으로 화기를 누르고 사찰의 기능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월사는 1970년대에 대웅전을 복원해 명맥을 이어오다가 5,6년 전부터 절을 지키고 있는 금련화 보살의 원력으로 복원사업이 본격적으로 진행 중에 있다. 총 1만3236㎡ 토지에는 현재 건립되고 있는 대웅전을 비롯해 6개 동의 건물과 법당 1동 등이 건립된다.

일월사의 불사를 가능하게 하는 힘은 아무래도 절 경내 오른편 거대한 바위에 새긴 마애불(磨崖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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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제산과 마애여래좌상 외에도 일월사에는 갖가지 사연과 이름이 붙여진 바위가 즐비하다. 돌너들 이외에도 사찰 곳곳에 칼바위, 코끼리 바위, 용바위, 물고기 바위, 삽살개 바위, 두꺼비 바위, 복돼지 바위가 위치해 있다. 이중 두꺼비 바위로 불리는 바위는 보는 방향마다 각기 다른 동물모양을 나타내 12지신 바위라고 불린다. 특히 12지신 바위 아래 부분에는 예로부터 고승들이 좌선한 곳이 있는데, 움푹하게 파인 부분에 촛불을 켜면 관세음보살의 형상을 한 모양이 나퉈 절을 찾는 불자들의 치성이 이어지고 있기도 하다. 특히 기도를 많이한 스님이나 불자들이 달 밝은 밤이나 해질녘에 돌너들 주위를 살펴보면 바위마다 불상이 나타나는 모습을 본다는 것이 사찰측의 설명이다. 일월이라는 절의 이름도 이것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추정이다.

신이한 형상의 바위 즐비, 표지 제대로 없어 초행길엔 어려움

아무튼, 유서 깊은 천년고찰임에도 불구하고 일월사는 초행길에는 쉽게 찾지 못할 정도로 모든 것이 열악하다. 일월사 진입도로는 아직도 승용차 한 대가 겨우 드나들 수 있는 마을 도로를 활용하고 있고, 국도변에는 일월사를 안내하는 표지판조차 없어 방문객에게 불편을 주고 있다.

특히 스님이 아닌 한 재가보살의 원력으로 절을 중창하다보니 갖가지 어려움이 따른다. 사찰측은 존제산 일월사는 가까이 보성녹차밭과 해수탕, 소설 태백산맥문학관, 채동선기념관, 낙안민속마을, 순천만 갈대숲, 벌교꼬막, 짱둥어 등 문화와 먹거리를 함께 즐길 수 있는 곳에 위치해 있는만큼 많은 불자들이 방문해 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 영험한 미륵부처님인 보물 제944호 마애여래좌상을 친견하고, 절앞에 펼쳐진 유신 저수지에서 방생도 가능하며, 인극 송광사와 대원사 등과 함께 삼사순례지로도 적합하다는 것이다.

꼭 이런 일이 아니더라도, 존제산이라는 범상치 않은 이름을 가진 명산과, 보물로 지정된 마애여래좌상, 그리고 도량 안 곳곳에 위치한 예사롭지 않은 바위를 친견하기 위해서라도 한 번쯤은 가볼만한 도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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