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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 감춘땅은 어디있는가<br>달마산 도솔암을 일컬음이라

이학종기자 | urubella@naver.com | 2008-10-20 (월) 18:45

해남 달마산 도솔암. 기암절벽 사이에 구름처럼 절이 걸려 있다. 크게보기

기암괴석 즐비…남도의 금강임을 절로 알겠다

달마산 높이는 490m쯤 된다. 거의 해발 0미터에서 시작하므로, 아주 높지는 않지만 그 웅장한 산세는 금강을 방불케한다. 능선 등줄기를 중심으로 울퉁불퉁한 괴암들이 촘촘히 서서 빼어남을 뽐내니, ‘남도의 금강’이라 불리는 이유를 알겠다.

도솔암이 있는 곳은 달마산의 경관 중에서도 빼어난 곳으로 이름 높다. 도솔암은 도솔봉에 이르기 전 즐비하게 서 있는 기암군의 바위틈 꼭대기에 아슬아슬하게 서 있다. 세상에 어떤 일 좋아하는 이가 이런 곳에 절을 지었나. 일 좋아하는 이가 아니라면 이런 깎아지른 벼랑에 이런 집을 짓지는 않았을 터. 안내판에 따르면 그 창건 연대가 통일신라 말까지 올라간다.

도솔암으로 들어가는 입구에서 바라본 전경. 일 좋아하는 이가 아니라면 저런 곳에 절을 지을 수는 없을 것 같다.크게보기 _?xml_:namespace prefix = o />

어떤 일 좋아하는 이가 이런 곳에 절을 지었나!

도솔암에서 도솔은 도솔천에서 온 말이다. 도솔천은 미륵보살이 주재하는 세상이다. 미륵보살은 석가모니부처님으로부터 미래의 부처로 수기를 받은 보살이다. 도솔천에 계시면서 언제든지 인연이 성숙하면 사바세계, 즉 우리들이 살고 있는 이 염부제로 내려와 세 차례의 법문을 통해 일체중생을 제도하는 세상, 즉 용화세계를 이뤄주실 보살님이시다.

석가모니 부처님이 도솔천에서 하강하여 위없이 수승한 진리의 세계, 부처의 세계를 펼쳐보이셨듯이, 미륵부처님 또한 사바세계에 오실날을 손꼽아 기다리며 사바세계를 관찰하고 계신다. 그 모습은 표현해 놓은 것이 미륵보살반가사유상이다.

이곳에 와 보니, 비록 도솔천은 못보았더라도, 아마도 도솔천이 이런 모습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곳의 이름을 옛 스님들이 왜 도솔봉이라고 했고, 도솔암이라 했는지, 설명할 것도 없이 와보면 저절로 알게 된다.

도솔암은 정유재란 등을 거치면서 소실됐던 것을 현 주지인 법조 스님이 지난 2002년 단박에 세운 것이다. 주변 풍광이 워낙 수려해 중생들이 단 하루라도 불법과 더불어 안식할 수 있게 하고자 하는 원력으로 암자를 지었단다. 법조스님은 말한다. 중은 흰구름과 같은 존재이니, 절을 지키는 이는 신장님과 신도들이라고. 중이란 본디 구름처럼 머물지 않고 흘러가는 존재이니 청산이 될 수 없다는 한 마디에 이 스님의 간단치 않을 내공이 느껴진다.

달마산 도솔암에서 내려다보는 아름다운 바다와 마을 전경. 크게보기

이렇게 아름다운 절경에서 과연 공부가 될까?

암자에서 내려다보는 광경은 가히 장관이다. 장관이란 말은 이런 경우에 적합한 말이다. 눈 아래 땅끝과 다도해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석양이 다도해에 쏟아져 내릴 때면 거대한 판화를 보는 듯하다. 언젠가 네팔 카트만두에서 히말라야 일출을 보기 위해 새벽같이 달렸던 나가르콧에서 내려다보는 광경을 연상시킨다. 우리나라에도 이런 곳이 있었구나! 감탄이 절로 터져 나온다. 이런 경관에서 공부가 잘 될 리 없을 듯싶다. 그저 아름다운 경치에 취해 하염없이 바라보다가 그만 한 생을 마무리 지을 것 같기 때문이다.

도솔암에는 그저 몇 사람이 하루 이틀 밤 묵을 수 있는 요사가 가건물로 마련돼 있다. 일반인이 머물 수도 있겠지만 암주스님의 허락이 관건이다. 식수는 삼성각 아래 용샘에서 길어 온다. 따라서 물이 몹시 귀하다.

도솔암에 오르려면 송지면 마봉리에서 양 옆으로 탈곡한 벼가 널려 있는 길을 달려가야 한다. 논길의 가장자리에는 가을을 맞이하는 코스모스와 갈대, 그리고 강아지풀의 군락이 바람에 흐느끼고 있다.

도솔암 가는 능선길에서 만나는 경관은 가히 이곳이 왜 남쪽의 금강산임을 알게 한다.크게보기

능선길 걸으며 만나는 절경에 탄성이 절로

도솔봉과 송신탑을 바라보며 마을을 거쳐 차를 몰아 올라가면 송신탑 근처에 이른다. 꽤 높은 곳까지 길이 잘 뚫려 있어, 산을 잘 타지 못하는 사람이라도 어렵지 않게 암자를 방문할 수 있다. 좁게 난 산길을 따라 10여분 쯤 걸으면, 이내 능선에 오르고, 이때부터는 탄성이 절로 터지는 멋진 달마산의 경관을 만끽할 수 있다. 하늘과 구름이 손에 잡힐 듯 지척이고 바둑판 같은 논과 들, 초가지붕 같은 섬과 산이 바다 위에 두둥실 떠 있다. 능선 왼편 마루자락에는 말로 형용하기 어려운 아름답고 기괴한 바위들이 불쑥불쑥 솟아났는데, 아마도 달마산에 상주하는 1만의 보살이 저런 모습으로 세상에 나투신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도솔암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것은 몇 년 전이지만, 정작 자세히 알게 된 것은 사실 최근 한겨레 조현 종교전문기자의 소개기사를 읽으면서부터다. 일간지의 기자가, 그의 표현처럼 하늘이 감춘 이런 수행처를 수소문해 부지런히 소개하고 있으니, 불교기자 20년을 했다는 내 자신이 불현듯 부끄러워진다. 사실 그 부끄러움이 오늘 나의 발길을 도솔암으로 이끌었지만…. 변명하자면, 그만큼 도솔봉과 도솔암은 일반 사람에게 생소한 곳이다.

달마산에도 가을 단풍이 완연하게 익었다. 비록 비를 머금지 못해 타오르지는 못했으나 나름의 아름다움은 순례자의 발길을 멈춰서게 한다. 크게보기

기운이 센 산으로 알려져 무속인들 발길 이어져

달마산엔 가을이 완연히 익었다. 가뭄이 오래 이어진 터라, 나뭇잎들이 수분을 머금지 못해 말라 비틀어졌어도, 제법 색깔을 내고 있기는 하다. 이것이 기암괴석과 어울려 연출하는 광경 또한 일품이긴 마찬가지다.

기암괴석들이 줄지어 늘어선 능선 길은 감동적이다. 한구비 올라서면 또 어떤 기묘한 광경이 등장할까 설레일 정도다. 바위능선을 걷다가 양쪽을 바라보면 사방으로 다도해가 탁 트여 펼쳐진다. 능선길 내내 다도해의 아름다움을 감상하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도솔암은 일단 한번 와보면 알겠지만 기운이 매우 드센 곳이다. 도솔암에 와서 치성을 올리면 큰 힘을 얻는다는 소문이 전국의 무속인들에게 알려져 한 때는 무속인들이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그러나 그들이 한번 지나간 자리엔 온갖 쓰레기 더미가 쌓여 몇 해 전부터 무속인들의 무속행위를 중단시켰다.

하긴 미황사를 창건한 신라 의조화상이 이곳에서 득력을 해 미황사를 창건했다는 이야기도 전해오고, 원효대사, 서산대사, 사명대사도 이곳에서 수행을 했으며, 서옹 전조계종 종정스님과 생불로 추앙받던 (강)청화 스님도 지금의 도솔암 자리에서 참선정진을 했다니, 예사로운 터는 아닌 듯싶다.

도솔암에서 만난 순례객들. 미디어붓다를 치면 도솔암 이야기가 나온다는 말에 손을 흔들어 화답한다. 과연 몇 분이나 약속을 지킬지. 크게보기

미황사 가는 길에 시간 내어 도솔암도 참배하시길

달마산 미황사가 많은 대중들이 머물며 수행하는 처소로 가장 적합하고 아름다운 절이라면, 도솔암은 혈기 강렬한 수좌가 한 두 철 머물며 생사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번 살아볼 수행처로 그만일 듯싶다.

우리나라에, 그것도 곡창지대인 남도 땅에 이런 곳이 있었다니, 아직도 눈에 그 절경이 선하다. 우리 미디어붓다 독자들에게 한번 참례를 권한다. 미황사 가는 길에 조금 더 시간을 내어 도솔암까지 다녀올 수 있다면, 그제서야 달마산을 제대로 본 이의 반열에 오를 수 있을 것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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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백유 2008-10-21 10: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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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멋진 도량입니다 가까운 곳이니 자주 찾을 생각이네요 멋진 곳 남도의 기도도량에서 우리 불자들 다 같이 만났으면 좋겠네요 ㅎ
민선홍 2009-05-18 09:58:43
답변  
해남땅은 이사람이 태어난곳  미황사는 여러번찾았으나 부끄럽게도 도솔암은들리지 못했습니다
구경잘했구요 다음에고향방문하면 꼭 찾을까합니다.
© 미디어붓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