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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인을 남에게서 찾는 것은 世俗<br>자기에게서 원인을 찾는 것은 道
2010-09-06 (월) 14:52
7. 연꽃과 이슬의 비유
그렇다면 그런 조직 아닌 조직에서 공부하는 회원들은 어떨까요?
저는 회원들 또한 그런 지도자 밑에서 공부를 하면 당연하게도 지도자가 그러한 것처럼 자기 자신을 돌아보는 공부를 하게 될 것입니다. 문제가 생겼을 때 자기 자신에게서 잘못을 찾는 사람으로 변해가는 것입니다.
다시 한 번 기독교를 인용하겠습니다.
〈사도행전〉에 따르면 성바울과 성베드로는 공중석상에서 서로 다투었습니다. 기독교에서 가장 위대한 두 성자가 다툰 것입니다. 물론 그 다툼은 사적인 것이 아니라 공적인, 하느님을 위한 과업에 관한 의견이 달랐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렇지만 불교적 입장에서 볼 때는 어쨌거나 다툼은 다툼이며, 다툼은 번뇌의 표출뿐입니다.
그에 비해 초기 불교의 위대한 아라한들 간에는 다툼이 전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아라한의 수가 천 명이 넘었는데도 말입니다. 그 뿐 아닙니다. 아라한이 아닌 그 이하의 많은 스님네들 또한 다투는 일이 없었습니다. 초기 불교를 전하는 경전의 분량은 기독교 성경에 비해 스무 배나 될 정도로 풍부합니다만, 그중 어느 곳에서도 일정한 경지에 이른 스님네들이 다투는 모습은 볼 수 없습니다. 그래서 승단은 화합승(和合僧)이라는 이름으로 불립니다(한국 불교가 화합승인지의 여부는 잘 판단해 보시기 바랍니다).
한 경에 따르면 어느때 부처님께서 자자포살(自咨布薩)를 행하셨습니다. 자자포살이란 석 달 동안의 안거(安居)가 끝나는 음력 7월 15일 밤에 사원의 모든 승려가 참여하여 자기 비판을 요청하는 의식입니다. 긴 기간에 걸쳐 많은 이들이 함께 살다보면 이런저런 불편함이 생기게 마련이기 때문에 그로써 남게 될지도 모르는 심리적 앙금을 다 털어버리자는 취지입니다.
먼저 부처님께서 앞에 나가 자기 비판을 요청합니다. “비구들이여, 지난 석 달 동안 내가 혹 그대들에게 잘못을 범하지 않았는가? 만일 나에 의해 불편함을 느낀 사람이 있다면 나를 불쌍히 여겨 지적해 다오.”라고 말씀하시는 것입니다.
이렇게 세 번을 말했는데도 아무도 지적하는 사람이 없으면 다음 사람으로 넘어갑니다. 이런 식으로 차례차례 자자가 진행되었습니다. 한 사람, 두 사람, 세 사람…. 그 날 모임에 참석한 오백 명의 비구들이 모두 똑같은 자자를 행했습니다.
그런데!
그중 단 한 사람도 지적을 받지 않았습니다. 아니, 단 한 사람도 남의 잘못을 지적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니까 이처럼 화합승으로서의 아름다운 모습을 연출할 수 있었던 데에는 두 방향에서의, 한편으로는 잘못을 범하지 않는, 다른 한편으로는 남의 잘못을 지적하지 않는 두 방향에서의 ‘안전 장치’가 있었습니다.
이중 더 중요한 것은 두 번째 안전 장치입니다. 첫 번째 안전 장치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사람으로서 잘못을 저지르지 않기는 매우 어렵기 때문에 이 장치만으로는 화합승을 이룰 수 없습니다.
또, 내가 잘못을 저지르지 않았다고 해도 남이 그것을 잘못으로 여기거나 오해하여 받아들일 수 있는 여지는 언제든지 있게 마련입니다. 나의 호의가 상대방에게는 불친절이 되는 일은 비일비재합니다. 그러니 오백 명이나 되는 많은 스님네들이 한 자리에서 모여 살게 되면 이런 일이 얼마나 자주 있겠습니까? 따라서 두 번째 안전 장치가 필요한데, 그것이 바로 남의 잘못을 지적하지 않는 것, 바꿔 말하여 ‘문제의 원인을 나에게서 찾는 것’입니다.
공자님의 수기, 부처님의 상구보리가 바로 그것입니다. 이에 입각하여 다른 비구가 나에게 불편을 줄 때 나는 생각합니다. “나는 왜 저 불편을 마음의 너그러움으로써 소화해내지 못하는가?”이런 식으로 남의 잘못을 자기의 쪽으로 돌려 다스리는 것, 자기의 수양의 부족으로 돌리는 것, 그것이 진정한 의미의 수기, 진정한 의미의 상구보리입니다.
이 점에서 볼 때 사실 세속과 도의 차이는 간단합니다. 문제의 원인을 남(타자, 세상)에게서 찾는 것은 세속이고, 자기에게서 찾는 것이 도입니다.
사성제(四聖諦)를 보십시오. 그것은 곧 문제의 원인을 자기에게서 찾는 체계로 되어 있습니다.
몸의 괴로움과 마음의 번뇌가 있다는 것이 사성제의 첫 번째 진리입니다. 그것의 원인을 찾는 것이 두 번째 진리이며, 그 원인으로서 사성제는 12연기(十二緣起)를 제시합니다.
그렇다면 12연기란 무엇입니까? 그것을 복잡하게 논하지 않고 간단하게 3연기로 축약해보겠습니다. 그 경우 12연기의 12항목에서 마지막으로 남는 것은 (1) 무명(無明), (8) 애(愛), (12) 노사(老死)가 될 것입니다.
무명은 어리석음이고, 애는 탐심(貪心)이며, 노사는 몸과 마음의 고통(번뇌), 즉 ‘삶이 짊어지고 있는 모든 문제’입니다. 그러니까 3연기에 의하면 “삶의 모든 문제는 탐욕이 원인이다. 그리고 탐욕의 원인은 어리석음이다.”가 됩니다(이때의 탐욕에는 진심(嗔心), 즉 화내는 마음이 포함됩니다. 탐심이 충족되지 않으면 진심이 일어나므로, 이 둘은 결국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어리석으면 탐욕하고, 탐욕하면 괴롭다.”
저는 이렇게 간단하게 12연기를 요약합니다. 그렇다면 실제의 삶에서는 어떻습니까?
누군가가 내 차를 뒤에서 들이받았습니다. 이것은 삶에서 문제가 발생한 것이므로 3연기에서의 괴로움에 해당됩니다. 이때 내가 받게 된 괴로움의 원인은 과연 탐욕일까요? 내가 무슨 탐욕을 했기에 남이 나를 들이받는다는 말입니까? 하물며 거기에 무슨 어리석음이 있단 말입니까?
여기에서 우리는 불교 교리가 어디에서 갈라지는지, 그것을 우리의 실제 삶에 어떻게 적용해야 하는지에 대해 생각하게 됩니다. 이런 경우 불교를 받아들인 신자로서 우리는 두 가지 길 앞에 서게 됩니다. 이 문제를 세속적으로 풀 것인가, 아니면 사성제적으로 풀 것인가가 그것입니다.
이런 문제까지도 사성제적으로 풀 수 있습니다. 그 경우 충돌의 원인은 나에게서 찾아야 합니다. 내가 방어 운전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것 등을 원인으로 보는 것이 그것입니다. 그 경우 나는 뒷차의 운전자에게 “모든 잘못은 나에게 있습니다. 미안합니다.”라고 말해야 합니다.
무슨 그런 경우가 있느냐고 물으실지 모르겠습니다만 이런 분이 매우 드물긴 해도 실제로 있습니다.
30대 초반이던 때 저는 《한국문학》이라는 잡지사에서 일한 적이 있는데, 그때 제가 만든 책에서 그런 내용을 보았습니다. 저자는 사우디에서 근무하던 분이었는데, 어느 날 시내에서 운전을 하다가 앞차를 들이받았습니다. 심한 충돌이어서 자신과 앞차의 운전가가 모두 병원으로 실려 갔습니다.
충돌은 전적으로 자신의 잘못이었습니다. 그런데 조금 후 옆자리에서 앞차의 운전자(사우디 현지인)이 깨어나더니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인살라(모든 것이 신의 뜻입니다)!”
그것뿐이었습니다. 그는 자기를 들이받은 운전자에게 그 어떤 잘못도 묻지 않았습니다. 보상을 요구하지도 않았습니다. 오히려 밝은 표정으로 걱정하고 위로해주었습니다. 이것이 문제의 원인을 자기에서 찾는(신에게로 돌리는) 자세입니다.
그렇지만 우리에게는 그 사우디인 같은 종교적 신심이 없습니다(이슬람교 신자들의 종교적 신심은 대단합니다). 따라서 우리는 그런 경우 세속 정신을 적용합니다. 굳이 내 잘못을 남에게 떠넘기지는 않습니다. 어느 쪽이 잘못했는지를 공정하게 가려 각각 그 비율만큼의 책임을 지자는 것이 세속 정신, 그중에서도 건전한 세속 정신입니다.
그렇지만 그 대상이 나의 가족이라면 어떻습니까?
극단적인 경우가 되겠습니다만 이해를 쉽게 하기 위해 내 차를 아내의 차가 뒤에서 들이받았다고 해봅시다. 그때 나는 어떤 마음가짐으로 이 문제에 대처해야 할까요?
이때에도 두 가지 선택이 가능합니다. 첫 번째 선택은 조금 전 남이 나를 들이받았을 때와 마찬가지로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시비를 가리는 것이고, 두 번째 선택은 문제의 원인을 나에게서 찾는 것입니다.
정말로 아내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또는 교양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후자를 선택할 것입니다. 얼른 차에서 내려 아내에게로 달려가 “어디 다치진 않았소?”라고 물을 것입니다. 그리고는 차량 파손에 따르는 물질적 손해를 걱정하는 아내를 향해 “괜찮아요. 당신이 다치지 않은 것만 해도 얼마나 행운인데!”라고 말하며 위로해 주겠지요.
그렇다면 왜 전자는 세속적 대처법이고, 후자는 진리로서의 대처법으로 분류되는 것일까요? 바꿔 말해서 세속이란 무엇이고 초세속이란 무엇일까요?
그 차이는 불완전성과 완전성에 있습니다. 세속적인 해결법으로써는 삶의 모든 문제를 해결하지 못합니다. 그에 비해 초세속적인 해결법으로써는 삶의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서 주목해야 하는 부분이 ‘삶의 모든 문제’입니다. 즉, 초세속적인 진리로서의 사성제는 삶의 모든 문제를 뭉뚱그려서 다룹니다. 사성제는 개개의 문제가 아니라 그것들의 근원으로서의 문제의 뿌리를 다루고 있는 것입니다.
사성제에서 삶의 문제로 제시된 것은 몸으로서는 노병사(老病死)이고, 마음으로서는 번뇌입니다. 즉, 몸의 고통과 마음의 번뇌가 삶의 근본적인 문제입니다. 이 문제로부터 작은 문제들이 파생됩니다. 앞에서 본 것 같은 자동차 사고를 비롯해서 갖가지 문제들이 생기고, 그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것이 인생인 것입니다.
그 문제들에 대처하여 세속 정신은 돈을, 권력을, 명예를, 의지를 요구합니다. 그것들은 힘이고, 그 힘으로써 나는 ‘남들을(세상을)’ 어떻게 할 수 있습니다.
돈으로써 마음에 안 드는 일을 척척 해결합니다. 권력으로써 마음에 안 드는 일을 척척 풀어냅니다. 명예로써, 미모로써, 인적 네트워크로써… 우리는 우리 앞에 닥친 문제를 해결해 나갑니다.
그렇지만!
그 해결법이 완전할 수는 없습니다. 돈으로 해결하지 못하는 일이 있습니다. 권력으로써도 해결하지 못하는 일이 있습니다. 인적 네트워크로도 해결하지 못하는 일이 있습니다. 그렇거늘 하물며 죽음에 대해서야 말해 무엇하겠습니까? 마음의 번뇌에 대해서야 어찌하겠습니까?
물론 돈이 많으면 병원을 이용하여 죽음을 얼마쯤 늦출 수 있습니다. 번뇌(근심걱정)가 있으면 친구나 가족이 위로해 줍니다. 그렇지만 죽음 그 자체, 번뇌 그 자체는 세상의 그 어떤 사람도 나를 대신해 줄 수 없습니다.
그런 점에서 저는 돈이 아주 많은(예를 들어 1조원쯤 가진) 부자는 매우 죽음이 닥쳐오는 것을 느끼며 매우 억울한 마음이 들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돈이면 거의 모든 것을 다 해결할 수 있었지만 죽음에 대해서만은 어찌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천억 원의 돈을 지불하고 10년의 수명을 살 수만 있다면!”
그렇지만 천억 원이 아니라 일조 원, 일조 원이 아니라 백조 원의 돈을 지불한다고 해도 10년은커녕 단 일년의 삶도 구매할 수 없습니다. 또한 마음의 번뇌 그 자체에 대해서도 돈으로 그 문제를 어찌하는 방법은 없습니다.
그렇다면 원인을 자기에게서 찾는 사성제는 어떤 식으로 삶의 모든 문제를 일괄타결한다는 것일까요? 그것을 가장 잘 설명하고 있는 것이 바로 ‘연꽃과 이슬의 비유’입니다.
수행자는 원인을 자기 자신에게서 찾습니다. 그런 수행자에게 원인으로 등장하는 것이 첫 번째로는 탐욕, 두 번째로는 어리석음입니다. 그런데 이 두 가지 원인 중 보다 근원적인 것은 어리석음입니다.
따라서 사성제는 세 번째 진리로서 어리석음이 완전히 파괴된 지혜를 제시합니다. 12연기에서 어리석음이 무명(無明), 즉 밝지 않음이라 불렸으므로 우리는 지혜를 명(明), 즉 밝음이라고 부를 수 있습니다. 이 밝음, 즉 명을 얻는 것을 불교에서는 깨달음이라고 합니다.
깨달음을 얻으면 삶의 모든 문제가 해결됩니다. 삶의 모든 문제의 근원인 어리석음이 파괴되었기 때문입니다. 어리석음이 파괴되면 그에 근거하여 작동하던 탐욕이 사라집니다. 어리석음이 어둠으로 표현된 데 비해 탐욕은 뜨거움으로 표현됩니다. 따라서 탐욕이 사라지면 마음은 시원해집니다.
그 시원해진 마음 상태를 표현하는 불교 용어가 닙바나(nibbana), 즉 열반(涅槃)입니다. 닙바나는 뜨거운 불이 꺼진 상태를 의미하는 말인데, 이때의 뜨거움은 바로 탐욕의 뜨거움인 것이지요. 일년 내내 뜨거운 햇볕이 내려쬐는 불교의 발생지 인도에서의 뜨거움과 서늘함의 느낌은 우리나라 사람으로서는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강력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어둠이 밝음으로, 뜨거움이 서늘함으로 바뀌게 되면 3연기의 마지막인 노사, 즉 인생의 모든 문제가 해결됩니다. 인생의 모든 문제는 짐이며, 깨달음· 열반과 함께 이것을 다 내려놓게 되는데, 이것을 해탈(解脫)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삶의 무거운 짐이 노사(늙음과 죽음)이라고 한 이상 해탈을 성취한 성자는 늙지도 않고 죽지도 않아야 하지 않습니까? 이런 의문이 일어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입니다. 그렇지만 실제로 부처님께서도 늙으셨고 돌아가셨습니다. 따라서 이에 대한 설명이 필요합니다.
그 해답을 우리는 사성제의 네 번째 진리인 길의 진리, 즉 팔정도(八正道)에서 발견합니다.
처음으로 돌아가, 사성제의 첫 번째 진리는 삶에는 육체적인 고통과 정신적인 번뇌가 있다는 괴로움의 진리, 즉 고성제(苦聖諦)입니다.
두 번째 진리는 괴로움은 12연기를 통해, 즉 무명과 탐욕 때문에 생긴다는 괴로움이 모여 발생하는 것에 관한 진리, 즉 집성제(集聖諦)입니다.
세 번째는 그 괴로움이 모두 해소된 상태인 깨달음 열반 해탈의 경지가 있다는 괴로움의 소멸의 진리, 즉 멸성제(滅聖諦)입니다.
네 번째는 깨달음 해탈 열반을 얻기 위해서는 여덟 가지 거룩한 길을 가야 한다는 괴로움의 소멸에 이르는 길의 진리, 즉 도성제(道聖諦)입니다.
그리고 그 도성제의 핵심에 위빠싸나 명상이 있습니다.
위빠싸나 명상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차차 말씀드리겠습니다만, 지금의 논의에 국한하여 말한다면 위빠싸나 명상은 “마음을 자기 자신의 몸과 마음에 두어 알아차리는” 것입니다. 그렇게 하면 마음에는 번뇌가 붙지 않게 됩니다. 즉, 그렇게 하면 삶의 모든 문제는 ‘연꽃에 떨어지는 이슬’이 되어버립니다.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습니다.
“세상 사람들은 문제가 생기면 그것을 어떻게 다룰지 몰라 문제를 키운다. 즉, 그들은 첫 번째 화살을 맞은 다음 두 번째 화살을 맞게 된다. 그러나 너희는 그렇지 않다. 너희는 그것을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 안다. 즉, 너희들 또한 첫 번째 화살은 맞는다. 그렇지만 너희는 두 번째 화살은 맞지 않는다.”
첫 번째 화살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겪는 여러 가지 삶의 문제입니다. 이때 보통 사람은 그 문제에 당하여 밖에서 원인을 찾아 갖가지 길을 찾습니다. 그렇지만 수행자는 그 문제의 원인을 자기 자신에게서 찾습니다. 자기의 탐욕, 궁극적으로는 자기의 어리석음에서 그 원인을 발견하여 그것에 대처합니다.
그렇다면 이때 수행자가 발견하는 어리석음은 무엇일까요?
그것이 바로 유아견(有我見), 즉 무아가 아닌 견해입니다.
내가 있다는 생각, 자아를 보존하고 보호하고 유지하고 강화하려는 생각, 마지막으로 자아를 영속시키려는 생각, 영원히 살며 결코 죽고 싶어하지 않는 생각· 마인드· 패러다임이 그것입니다.
이 견해가 있는 한 그의 모든 문제는 근본적으로는 결코 해결될 수 없습니다. 그리하여 모든 종교가 무아 내지는 자아의 약화를 지향합니다만, 불교는 그것을 명상을 통해 ‘내 눈(정신력)으로 직접 확인’하고자 합니다. 교리를 이해하여 무아를 ‘믿자’는 것이 아니라 내가 직접 나 자신의 몸과 마음을 관찰하여 과연 거기에 자아가 있는지 없는지를 검증해 보자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마침내 무아를 보게 되면 자아에 걸려 있던 모든 번뇌가 사라지게 됩니다. 그때 그는 늙음과 죽음을 싫어하지 않습니다. 그때 그에게 다가오는 삶의 모든 문제는 연꽃 위에 내린 이슬처럼 흘러내려 굴러 떨어지게 됩니다.
늙음과 죽음이 다가오지 않는 것이 아닙니다. 문제가 다가오지 않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늙음과 죽음, 삶의 온갖 문제를 흘려 내릴 뿐입니다. 그것이 마음 안으로 젖어 들어오지 않도록 할 뿐입니다. 그리하여 그의 마음은 언제나 청정, 언제나 고요, 언제나 즐거움, 언제나 평온을 유지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니 위빠싸나 명상은 얼마나 머나먼 길입니까. 그렇지만 저는 그 길을 걷기 시작하였고, 세월이 흘러 그 길을 이웃들과 나누고 싶어졌습니다. 그리하여 작은 모임을 열었습니다.
그러나!
그러나 저희의 시도는 6개월 만에 막을 내리고 말았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 모이다보니 지속성이 약했습니다. 돈을 받지 않는데다가 이름까지 묻지 않는 모임이다보니 구속성도 없었습니다. 거기에 더하여 결정적으로 저희의 지도 능력이 미약했습니다.
남을 이끌기에는 아직 제 향기가 부족했다는 결론이 내려졌습니다. 이유를 남에게서 찾을 필요는 없었습니다. 잘못의 이유를 제 자신에게서 찾은 저는 곧 처음 자리로 돌아왔습니다. 그러나 제가 패배감을 느낀 것은 아닙니다. 저는 다만 향기와 벌나비 이론을 적용해 보았고, 그 결과 제가 남을 지도할 때가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을 뿐입니다.
“나에게는 아직 향기가 부족하다!”
이렇게 생각한 저는 처음 자리로 돌아와 제 수행이나 챙기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그런데 올해 들어 다시 차명수 선생이 제안을 해왔습니다. 천안에 있는 위빠싸나 명상 센터 호두마을에서 명상 지도를 해보지 않겠느냐는 것이었습니다. 호두마을에 들러 그곳 사정을 알아본 다음 더는 다시 한 번 차명수 선생과 더불어 명상 지도를 하게 되었습니다.
한 달에 한 번 2박 3일, 금요일에서 일요일까지의 주말 수행 지도. 첫 모임은 5월에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지금까지 모두 네 차례의 모임이 있었을 뿐입니다만, 이번에는 향기와 벌나비 이론이 저를 물리치지 않는 것으로 보입니다.
참가자들은 대체로 저희의 지도에 만족하여 돌아갑니다. 충분히 만족하고 있다고까지는 하지 못할지라도 최소한의 성과는 올리고 있다고 저는 생각하고 있는데, 이런 정도라면 저의 수행에도 도움이 되고 참가자들에게도 도움이 되는 자리이타(自利利他)적 결과를 낳고 있다고 판단하여 저는 지금의 수행 지도를 매우 행복한 과업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기사에 만족하셨습니까?
자발적 유료 독자에 동참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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