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고개 너머에서
들려오는 저녁 종소리가
붉은 노을빛을 띨 때면
나는 안답니다,
오늘도 종지기 할아버지는
또 먼산바라기로 하루를 보내셨다는 걸….
세 살인가 네 살인
꼬마가 하나 있었지요
엄마도 아빠도 없고
단지 할아버지가 있을 뿐이었던
눈이 퀭한 그 아이
어느땐가,
그 아이는 엄마 아빠를 따라
알 수 없는 먼 나라로 가고
그때부터 할아버진 먼산바라기
흰 수염에
머리카락이 꺼칠꺼칠한
종지기 할아버지는….
그 뒤부터 종소리엔 노을빛이 스며
산 고개 너머에서
들려오는 저녁 종소리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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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헤어져야 한다, 헤어져야 한다. 만나는 자는 반드시 헤어져야 한다. 그 헤어짐을 ‘무상’이자 ‘고’이자 ‘무아’로 알아 수행을 통하여 이겨내라 하심이 붓다의 가르침이지만, 그러나 그것은 우리에게는 차마 미치지 못하는 머나먼 길이다. 그리하여 할아버지는 운다. 울다가 지쳐 이제 울지도 않는다. 그저 먼산바라기를 할 뿐…. 그저 붉은 노을빛 종소리를 울릴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