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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크로드는 비단결처럼 평탄한 길이 아니었다. 더구나 동쪽 끝 신라에서 출발하는 천축의 길은 서쪽 하늘 끝 그 어디에 아득하기만 했다. 신라 구법승들에 대한 『삼국유사』의 기록은 너무나 간략하여 그들의 여정은 물론, 그 어떤 고난도 환희도 알 길이 없다. 그러나 신라 승려들이 동행했던 당나라 구법승에 대한 기록을 통해서 이들의 애환을 엿볼 수는 있다.

현조(玄照)는 두 차례나 천축으로 구법여행을 떠났던 당나라의 대표적인 구법승 중의 한 분이다. 636년경으로부터 664년경까지의 1차 구법에는 신라의 현각(玄恪)이 동행했고, 665년에 출발했던 2차 여행에는 신라의 혜륜(慧輪)이 수행했다.

636년경에 난주(蘭州)를 떠난 현조와 현각 등은 천산북로(天山北路)를 택하여 서역으로 향하였다. 그들은 타크라마칸사막을 건넜고, 파미르고원를 넘었다. 서북인도의 산악지대에 있던 쥬룬다국으로 향해가던 멀고도 험한 길에서 도적에게 잡혔다가 간신히 도망치기도 했다. 649년경에 현각 일행은 마하보리사, 즉 대각사(大覺寺)에 도착했다. 부처님이 보리수 아래에서 깨달음을 얻은 성스러운 대각사 순례의 소원을 이루고는 병에 걸려 입적했다. 고작 40을 넘긴 아까운 나이로. 27세 무렵에 중국의 난주를 떠난 후 머나먼 천축의 하늘 아래 떠돌며 수행하기 13년 세월, 마침내 그는 순례 길에서 생을 마감했던 것이다.

신라의 구법승 혜륜은 뱃길로 당나라의 복건(福建)에 상륙했고, 걸어서 장안(長安)에 도착한 뒤에는 현조의 제자가 되었다. 665년 현조는 고종황제의 명에 의해 다시 인도로 가게 되었을 대, 혜륜은 시자(侍者)가 되어 수행하게 되었다. 그들은 타카라마칸사막을 건너 카슈밀로 넘어가는 카로코름산계에 있는 적석령(磧石嶺)을 넘어갔다. 걸어서는 갈 수 없는 산길에서는 기어서 오르고, 깊은 계곡에 이르면 노끈으로 걸어놓은 흔들다리 위를 온 몸을 노끈에 매달려 건너갔다. 티벳트에서는 도적을 만나서 목숨을 내놓았으나 살아남은 일도 있고 야만족의 강도들과 마주쳐 겨우 목숨을 건져낸 일도 있었다.

현조 일행이 당나라로 돌아가고자 했을 때, 네팔로 통하는 길은 티벳트가 가로막고 있어서 지나갈 수가 없고, 가필시로 가는 길은 사라센 사람들이 침입하여 통과하기 어려운 실정이었다. 이에 현조는 중부 인도의 암마라발국(菴摩羅跋國)으로 발길을 돌렸다. 그는 일찍이 이 나라 국왕 잠푸의 공양을 받고 신자사(信者寺)에 3년이나 머문 적이 있었다. 그러나 현조는 이 나라에서 병을 얻어 60여세로 세상을 떠나고 말았는데, 상원(上元)년간(674-675)의 일이었다. 혜륜은 인도의 불교유적을 두루 참배하고 스승 현조가 입적한 신자사에서 10년을 살았다고 한다. 당나라의 구법승 의정(義淨)은 685년경에 건타라산다사(建陀羅山茶寺)에 살고 있던 혜륜을 만났는데, 40을 바라보던 나이의 혜륜은 범어를 잘 했고, 또한 구사(俱舍)도 깊이 연구했다고 한다. 스승 현조를 모시고 인도로 향했던 당시 헤륜은 스무 살도 안 된 청년이었던 것이다.

현태(玄太)는 영휘(永徽)년간(650-656)에 티벳트를 경유하는 길을 잡아 네팔을 거쳐 중부 인도에 이르렀다. 부다가야의 보리수를 참배하고 불교의 경론을 상세히 조사한 후 걸음을 동쪽으로 돌렸다. 중국의 청해성(靑海省) 지역인 토욕휘(土峪渾)에 이르러 인도로 가는 도희(道希)를 만났다. 현태는 도희와 함께 다시 발길을 인도로 돌렸다. 아마도 현태는 도희의 인도 여정을 안내하게 되었던 것 같다. 도희는 타카라마칸사막을 건너고 카라코름산맥의 금잠(岑嶔)을 넘어 티벳트에 이르렀고, 니파라도(泥波羅道)를 경유하여 부처님의 열반지인 쿠시나가라(Kusinagara)에 도착했다. 부처님의 열반 처에 세워진 절인 수파반나(輸婆伴那)에 머물며 불교의 계율에 관한 서적을 연구했다. 그리고 부다가야의 마하보리사, 즉 대각사에 이르러서는 보리수와 금강좌 등에 예배하고 몇 년을 이 절에서 지냈다. 신자사에서 50여 세로 병을 얻어 입적했다. 현태는 두 차례에 걸친 구법여행을 마치고 무사히 당나라로 돌아왔다. 이 무렵 두 번이나 인도로 갔던 구법승으로는 신라의 현태를 비롯하여 현조․ 승가발마(承伽跋摩)․의정(義淨) 뿐이었다.

혜업(慧業)은 정관(貞觀)년간(627-649)에 서역으로 가서 불교 유적을 두루 순례하고, 나란타사에서 오래 동안 강의를 듣고 불서를 읽었다. 그는 나란타사에 소장되어 있는 범어로 된 경론과 한역 경론을 필사하기도 했는데, 그가 필사한 󰡔양론(梁論)󰡕이 나란타사에 보관되어 있어서, 훗날 이 절에 왔던 당나라의 의정이 이를 보았는데, “불치목(佛齒木) 아래에서 신라 승 혜업이 필사한다.”라고 적혀 있었다. 혜업은 범본(梵本) 경론도 필사했다. 자신의 공부에 참고하려 했겠지만 훗날 귀국하여 신라에 유포하려는 뜻도 없지 않았을 것이다. 그가 이 절에서 60에 가까운 나이로 입적함으로서 그 꿈은 좌절되고, 그가 필사했던 불전만 이 절에 보관되어 있었던 것이다. 아리야발마(阿離耶跋摩)는 정관년간(627-649)에 장안을 떠나 인도로 가서 정교(正敎)를 추구하고, 성스러운 유적을 몸소 순례하였다. 나란타사에 머물면서 율(律)과 논(論)을 익히고, 여러 가지 불경을 초사(抄寫)했다. 돌아갈 마음이 많았으나 70여 세로 이 절에서 입적했다.

이처럼 혜업과 아리야발마는 7세기 중엽 나란타사에 유학한 신라의 구법승이다. 바로 그 시기에 당나라의 현장(玄奘)도 몇 년 동안 이 나란타사에서 공부했다. 이 무렵 나란타사는 1만 명의 승려가 기거했고, 매일 100여 곳에서 강좌(講座)가 열리던 대학이었다. 현장은 당시의 나란타사에 대해서 다음과 같은 기록을 남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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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란타사에는 주객을 합쳐 승려 수가 항상 1만 명이나 되었는데, 모두 대승과 소승 18부(部)를 겸하여 배우고 있다. 그리고 속전(俗典)이나 베다 등의 책과 인명(因明)․성명(聲明)․의방(醫方)․술수(術數)에 이르기까지 갖추어 연구하고 있었다. 이곳에는 경론 20부를 해득하는 자가 무려 1천 명이나 되고, 30부를 해득하는 자가 (계현)법사를 포함해서 10명이나 되었다. 오직 계현(戒賢)법사만은 모든 경전에 통달했고 덕이 높고 나이가 많아 대중들의 종장(宗匠)이었다. 절 안에서의 강좌는 매일 100여 곳에서 열렸고, 학승들은 촌음을 아껴서 배우고 있었다. 이처럼 덕을 갖춘 대중들이 사는 곳이기에 사람들의 기풍은 자연히 엄숙했고, 건립 이래 7백여 년이나 되었으나 한 사람의 범죄자도 나온 일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