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선봉과 채하봉 사이를 흘러내리는 개울을 따라 올라가면 급경사로 된 넓은 너럭바위위에 흰 비단을 드리운 것 같은 백련폭포가 있으며 그 위와 아래에는 거북이가 목을 길게 빼들고 엎드려있는 것 같은 두 개의 거북바위가 있다. 그리고 세존봉 동쪽 비탈면 꼭대기에는 신통히도 배와 같이 생긴 배바위가 있다. 이 거북바위와 배바위에는 다음과 같은 전설이 깃들어있다.

한 옛날 자기의 생일날을 며칠 앞둔 동해바다 용왕이 신하들을 용궁에 불러놓고, “듣거라! 내 생일 잔칫날을 계기로 흰 비단천으로 궁녀들의 옷을 해 입히자고 하니 누가 흰 비단천을 구해 오겠는가?”라고 하였다.

용왕의 명령을 받은 용궁신하들은 며칠 밤을 지새우며 서로 머리를 맞대고 의논하였으나 선뜻 자진하여 나서는 자가 없었다. 사실 바다에서 수백 필이나 되는 흰 비단천을 구해오라는 용왕의 분부는 그들 용궁신하들에게 있어서는 하늘에서 별을 따오라는 것과 같은 하나의 몽상에 지나지 않는 것이었다.

그렇지만 용왕의 명령이라 어길 수도 없어 수천 필의 비단천을 구하려고 각 곳으로 떠나갔다.

며칠 후 여러 신하들이 비단천을 구해가지고 왔다. 그런데 그것들은 모두 검푸른 색과 연초록 색이 도는 비단들이었고 흰 비단천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이 사실을 보고 받은 용왕은 “그대들이 구해온 천을 보건대 아마도 흰 비단천은 바다에는 없는 물건인 것 같구나. 육지에 나가서 탐문해보는 것이 좋겠다.”라고 재차 분부하였다.

그런데 용궁신하들은 지상에 나가 흰 비단천을 구해오는 일이 더욱 난감한 것이어서 한숨만 짓고 있었다.

때마침 마음씨 곱고 부지런하기로 이름난 거북이형제가 용궁 안으로 들어섰다.

용왕 앞에 다가선 거북이형제는 그 자리에 엎드려 아뢰기를 “임금님, 동해바다와 잇닿은 곳에 천하절경 금강산이 있사온데 이 산은 신령한 명산이어서 산골짜기마다에 흰 비단천이 쉬임 없이 흘러내려 몇 백 필쯤 구해오기는 쉬운 일로 아옵니다. 저는 얼마 전에 금강산에 가본 일이 있어 그곳으로 가는 길도 잘 알고 있습니다.”라고 하였다.

용왕은 거북이의 이 말에 귀가 번쩍 열려 용궁신하들에게 당장 거북이형제를 금강산에 보내어 흰 비단천을 구해오도록 명령하였다.

용궁신하들은 지체 없이 큰 배에 거북이형제를 태워 금강산으로 보냈다.

거북이형제가 도착한 곳은 금강산 세존봉의 동쪽 비탈면이었다. 그들이 배에서 내려 아래골짜기를 내려다보니 흰 비단천이 흘러내리는 백련폭포가 발밑에 보이었다. 이미 금강산에 왔다간 형 거북이가 동생에게 길을 안내하면서 폭포가 있는 곳에 당도하였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가. 흰 비단천이 흘러내리는 것으로 알고 내려왔는데 실지 가까이에 와보니 그것은 수정같이 맑은 옥계수였다.

거북이형제는 아름다운 산수풍경에 조화를 이루며 흘러내리는 맑고 깨끗한 물이 마음에 들어 한 모금 마셔보았다. 시원하고 향기로운 것이 비길 데 없었다. 산삼, 녹용을 씻어 내린다는 물을 마시며 절승지를 구경하다나니 흰 비단천을 구해가지고 용궁으로 돌아오라던 용왕의 분부는 까마득하게 잊어버렸다.

지금 백련폭포 옆에 주둥이를 쑥 내밀고 폭포를 향한 자세로 있는 두 개의 거북바위가 바로 흰 비단필을 얻으려 왔던 거북이형제가 경치가 하도 아름다워 줄곧 폭포를 바라보다가 그만 돌로 굳어진 것이라고 하며 세존봉 동쪽 비탈면에 있는 배바위는 그때 거북이형제가 타고 온 배가 돌로 변한 것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