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심대에서 계단을 내려 왼쪽으로 해서 계속 톺아 오르면 깎아지른 듯한 바위벽이 앞을 가로 막는데 그 바위중턱 틈사이로 맑은 물이 스며 나와 옹달샘을 이룬다.

예로부터 이 물을 마시면 지팡이를 짚고 왔던 사람들도 기운이 솟아나서 지팡이마저 잊고 간다고 하여 이 샘물을 <망장천>이라고 한다.

천하절승 금강산에는 전설도 많고 노래도 많지만 그 중에서도 이 망장천에 깃든 전설은 신비롭고 유명하다.

먼 옛날 이 골 안에는 힘이 센 쇠바위라는 총각과 옥분이라는 어여쁜 처녀가 뜻이 맞아서 백년가약을 맺었는데 세월은 흘러 어느덧 나이 일흔 살이 되었다. 그리하여 곧은 허리는 굽어지고 무쇠다리는 힘이 진하여 지팡이를 짚고서야 다니는 몸이 되었다.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된 그들은 늙어감을 통탄하며 금강산 계곡 밑에서 약초를 캐여 먹으며 살아갔다.

어느 날 할아버지는 약초를 캐려고 지팡이를 짚고 만물상 골안으로 들어갔다. 약초를 한 짐 캐고 나서 목이 마름을 느낀 할아버지는 여기저기 물을 찾아 헤매었다. 그러다가 자그마한 샘 하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할아버지는 너무 기뻐서 마음껏 물을 마시었는데 그만 자기도 모르게 취하여 잠이 들게 되었다.

한잠 자고 깨어보니 웬일인지 굽은 허리는 펴지고 장수가 된 듯이 새 힘이 솟아나 단숨에 천선대에 올라 병풍을 둘러친 오봉산과 꽃방석을 편 듯한 절승경개를 바라보고는 집으로 내려가게 되었는데 그만 지팡이를 잊어버리고 약초만 한 짐 지고 내려왔다.

밤이 깊어 집으로 돌아온 할아버지는 할머니에게 문을 열라고 하였다.

때마침 이제나저제나 하고 영감을 기다리던 할머니가 사립문을 열고 보니 문앞에 나타난 사람은 지팡이를 짚고 떠났던 자기 영감이 아니라 웬 젊은 총각이었다. 꿈이런가 생시런가, 다시 한 번 총각의 얼굴을 자세히 살펴보니 자기가 시집올 때 맞이하였던 신랑모습이었다.

남편으로부터 젊어진 사연을 알게 된 할머니는 다음날 이 샘물을 찾아올라갔다.

날이 저물어도 할머니가 돌아오지 않아 할아버지는 다시 만물상의 그 샘물을 차장가게 되었다.

그런데 웬일일가. 그 샘물 옆에는 자기 노친이 아니라 한 어여쁜 처녀가 앉아있었다. 하여 자세히 보니 자기 노친이 이 물을 마시고 처녀시절의 그 아리따운 모습 그대로 되어있었던 것이다.

남편은 그제서야 아내를 알아보고 나서 너무도 좋아 어쩔 줄 몰라 하다가 함께 집으로 내려왔다.

이처럼 그 샘물을 마시고 젊어진 부부는 다시 청춘이 되어 오래오래 잘 살았다고 한다.

오늘도 금강산 만물상에 찾아온 사람들은 누구나 할 것 없이 노년기의 늙은 사람들이 다시 청춘을 되찾고 오래오래 산다는 이 샘물을 마시고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