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아유르베다를 연구하는 학회가 이미 이십 수 년 전에 일본에서는 시작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번 학회에는 한국에서 50여명의 사람들이 참여하고, 그 중에 발표하시는 분도 있었습니다. 한국요가지도자연합회의 정강주 회장(인도철학과 석사 수료)이 어떻게 인연을 맺어서, 이번 학회에는 한일 공통으로 발표하게 되었다 합니다. 저는 이 소식을 저희 선생님(鄭泰爀 박사)으로부터 들었습니다. 또 선생님께서 이번 학회에 직접 참석하셨는데요, 정강주 회장님이 선생님의 제자이어서 모시고 오신 것같습니다.

우선, 일본측의 발표 주제들이 보다 실제적이고 구체적이라면 우리의 발표는 보다 이론적이고 추상적이라는 차이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우리측 발표 제목은 「파탄잘리 철학에 있어서 요가의 개념」, 「요가와 대승기신론의 유전․환멸 과정에 대한 비교고찰」, 「아유르베다와 음양오행의 체질분류법의 비교」, 「정신문명통합을 위한 요가의 역할」 등이었습니다. 한편, 일본측 발표 주제를 보면 「음악요법」, 「한국의 전통의학」, 「위생학으로서의 아유르베다 ---학교보건에서의 응용 전개 ---」등이었습니다. 이러한 경향의 차이는 한국과 일본의 전반적인 학풍의 차이를 반영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만, 그 연구분야가 철학이 아니라 구체적인 병의 치료를 목적으로 하는 아유르베다 관련인 만큼 구체적이지 않다는 것은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이는 그만큼 한국에서의 아유르베다 연구가 불모(不毛)라고 하는 상황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것이지요.

그러한 점은 이날 발표하신 어른들이 대개 요가지도자로서 요가를 공부하신 분이지 전문적으로 아유르베다를 공부한 분들이 아니라는 데에서도 찾을 수 있을 것같습니다. 그래서 주제들이 요가로 몰릴 수 밖에 없었는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그렇다 하더라도, 바로 그 점에서 또 하나의 중요한 문제점을 발견할 수 있게 됩니다.

“왜 아유르베다를 이야기하는 학회에서 요가를 발표하고 있는가? 도대체 요가와 아유르베다는 무슨 관계가 있단 말인가?”

이러한 물음에 대해서 어느 누구도 명쾌하게 지적하고 있는 우리측 발표자는 없었습니다. 다 아는 이야기여서일까요? 아유르베다는 의학입니다. 즉 몸(의 병)을 그 대상으로 하고 있는 것입니다. 인도철학사를 보면 저 베다 당시부터 무엇인가 궁극적인 것을 상정하고 있지요. 우파니샤드에서 말하는 아트만이나 브라흐만 같은 개념 말입니다. 그런 궁극적 실재는 몸이 아닙니다. 몸은 무상하다고 말하지요. 힌두교의 성전 『바가바드기타』에서는 몸을 갈아입는 옷에 비유합니다. 그래서 인도철학사에서는 일원론의 흐름이 득세합니다. 바로 베단타(Vedānta) 철학이 그것이지요. 물론, 꼭 아트만과 같은 궁극적 실재만이 진짜로 있는 것이라는 일원론만 존재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지 않다. 궁극적 실재는 하나만이 아니라, 둘이다.”

이렇게 해서 상키야(數論)사상이 나옵니다. 이 사람들은 정신적인 것으로서의 궁극적 실재를 푸루샤(puruṣa, 순수정신)라 부르고, 육체적/물질적인 것으로서의 궁극적 실재를 프라크리티(prakṛti, 근본물질)라고 부릅니다. 여기서 '몸'이 부활하게 되지요. 이제 몸도 정당하게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여지가 확보됩니다. 이 상키야의 이원론 철학을 받아들여서 요가학파에서는 이렇게 외칩니다.

“마음이나 아트만의 해탈만이 아니라 몸의 건강 역시 함께 추구해야 한다. 몸은 해탈로 가는 사다리다.”

그러니까 몸을 문제로 삼고, 몸의 건강을 추구하는 아유르베다는 인도철학사에서 보면 베단타 사상의 흐름 속에 놓여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상키야 → 요가 → 탄트라”로 이어지는 흐름 속에 놓여있는 것입니다. 저는 그 점이 지적되어야 했다고 봅니다.

자세히 보면, 그래도 한국측 발표자의 주제 중에서는 직접 아유르베다를 말하는 것이 있는 듯 합니다. 「아유르베다와 음양오행의 체질분류법의 비교고찰」이 바로 그것이지요. 그런데 이 논문 역시 중요한 오류를 범하고 있습니다. 음양오행이라는 것은 바로 한의학이 기본적으로 입각하고 있는 패러다임인데요. 논자는 줄곧 한의학에서의 진단법을 여러가지로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아, 한의학에서는 맥진을 비롯한 진단법은 있었지만 이제마(李濟馬, 1838～1900)가 나오기 전까지는, 즉 사상의학(四象醫學) 이전에는 사람을 체질에 따라서 분류하는 의학은 없었던 것 아닙니까. 그래서 사상의학의 공헌이 크다는 것이지요.

한편, 아유르베다에서는 사람의 체질을 세 가지로 분류하고 다시 그것을 조합하는 형이 일곱 가지가 된다고 합니다. 이미 아유르베다에서는 체질의학이 전개되었다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애시당초 비교의 대상을 잘못 설정한 것입니다. 아, 이런 이야기는 가능합니다. 아니, 매우 중요한 질문입니다.

“아유르베다에서는 사람을 우선 세 가지 체질로 본다. 그리고 한의학에서는 음양오행의 패러다임으로 사람을 이해하려고 한다. 똑같은 사람을 보는 관점이 왜 이렇게 다른가?”

그렇게, 보는 관점이 다르니까 치료법이 달라질 수도 있겠는데, 이들의 패러다임이나 그 결과 도출된 치료법의 비교같은 것은 정말 중차대한 문제이지요. 저도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발표자가 그러한 비교고찰의 결과를 제시했더라면 좋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제목과는 달리, 진단을 중심으로 두 의학을 소개만 하고서 비교는 정작 청중들에게 미루고 말았습니다.

물론, 한국의 발표자들의 논문에서 이러한 문제점을 발견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의의는 적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한국에서도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아유르베다 연구의 전문가를 출현시키리라 기대되기 때문입니다. 그러한 여건을 만들어 가는데, 이들 요가지도자들의 몫이 크다고 생각됩니다. 이번 한․일간의 공통 발표는 또 다른 발표자를 모셔서 11월에 서울에서 이틀에 걸쳐서 한다고 합니다. 혹시 보도가 될지 모르겠습니다. 관심있는 분들의 동참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이 일본 아유르베다 학회의 활동을 좀더 관심있게 지켜보고, 아무래도 우리보다 선진적인 연구결과를 흡수할 요량으로 일단 '일본아유르베다학회'에 가입하였습니다. 거금 13,000엔(가입비 3,000엔, 연회비 10,000엔)을 투자했습니다. 언젠가는 그 투자의 결실을 가져올 수 있으리라 믿어집니다.